"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세상을 밝히고, 그 사람의 경험을 좌지우지하는 열쇠가 된다."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말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인생을 이끌어 주는 핵심 질문을 품고 있다. 그걸 의식적으로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말이다. 작가 로버트 풀검이 크레타섬에서 알렉산드로 파파데로스의 문화 세미나 마지막 수업의 마지막 순간, 질문을 던졌다. "파파데로스 박사님,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요?" 파파데로스는 작은 거울 하나를 꺼내 그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중략) 로버트 풀검은 여기에서 비롯된 질문들이 매일매일 떠올랐다. "오늘 찾아낼 어두운 곳은 어디이고, 빛이 필요한 그곳에 어떻게 빛을 반사 시킬 것인가?" 이 질문은 거대한 답으로 이어졌다.
- 할 그레그슨, '어떤 질문은 당신의 벽을 깬다' 中에서
리더는 매 순간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성장한다. 이때의 핵심 질문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자신만의 시그니처 질문이 된다. 시그니처 질문은 리더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반영하며, 구성원들에게 신뢰와 일관성을 심어준다. 이를 통해 리더는 긍정적 이미지를 지속 강화해 갈 수 있다.
언젠가부터 시그니처(Signature)란 단어가 자주 들려온다. 시그니처는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아이템을 의미하며, 그 브랜드의 가치, 철학, 품질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예로, 스타벅스의 '카페 라떼'나 애플의 '아이폰'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상품이다. 이러한 시그니처는 단순히 많이 판매되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일관성을 주고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리더십에서도 정확히 닮은 꼴로 작동한다. 리더의 시그니처 특성은 '시그니처 질문'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요즘 챗GPT라는 지적 도구가 등장하면서 불안해하는 직업군이 늘고 있다. 문제는 챗GPT와는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챗GPT라는 '지적 노동의 자동화'에 대한 핵심은 단연코 질문이라 한다. 그 질문의 기반은 검색이 아닌 사색이다. 우리는, 사색으로 길어 올린 좋은 질문을 통해 생성노동은 AI에게 맡기고,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여유시간을 더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리더에게 시그니처와도 같은 질문은 성찰의 샘에서 솟아난다. 이는 성장과 성과를 최대화하는 힘을 갖고 있다. 예로, "이 상황에서 우리가 배운 점은 무엇일까?"와 같은 셀프 질문은 리더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며, 나와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된다. 그렇다고, 매번 긍정 마인드만을 강조하는 것은 유해한 긍정성(Toxic Positivity)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워낙 긍정 마인드라는 프레임이 기계적으로 과하게 작동하는 세상인지라 거의 자동 반사일 때가 많다. "이번엔 운이 나빴을 뿐, 다시 도전해!" 같은 말이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말이 잘 못 됐다거나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다만, 현실적 고려 없는 반사적 긍정성 주입은 오히려 유해한 가스라이팅이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는 거다.
리더가 "00님의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제가 도움드릴 부분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라는 시그니처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 것 같은가? 쉬운 질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리더라면 이와 같은 자기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시그니처 질문이 탑재되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