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7 10:21 (목)
밀양 농부화가 유재묵 작품서 '순수의 힘' 보다
밀양 농부화가 유재묵 작품서 '순수의 힘' 보다
  • 경남매일
  • 승인 2024.08.26 22: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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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그림 배우지 않아
밀양 전시회서 '공감' 매력
신박하고 잔잔한 여운 감동
박규환 미술심리상담사
박규환 미술심리상담사

'스탕달 신드롬' 지우지지 않는 감흥의 잔상.

고개 너머 김해에 여름 불볕더위를 헤집고 풍문이 돌았다. 단 한 번도 그림을 배우지 않은 시골 농부 화가의 전시전이 밀양에서 열린다는.

어떤 가치가 담겨있을까, 어떤 풍경을 담았을까, 싶어 호기심 가득 싣고 한달음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밀양시 아트센터 전시실을 들어서며 처음 마주한 작품 '웃으며 삽시다'. 우리네 어무이 아부지 닮은 노부부의 삶을 집약한 그림이다. 윗옷을 풀어헤치고 때론 여미고 한 치의 가식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웃음이다. 삶은 이래야만 한다는 듯이….

옛날 마을 어귀에 동네 주민들의 안녕과 무탈을 기원하는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 장승을 소재로 발굴하여 표현한 작품일성 싶다.

순간, 프랑스 인상파 화가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라는 작품이 오버랩되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이해해야만 나올 수 있는 미소와 웃음이다. 무릇 한번의 삶이란 아름다워야 함을, 가치로와야 함을.

체계적으로 그림을 배우지 못했던 르누아르도 여기 유재묵 화가도 150여년의 시차에서 그림 속의 인간은 행복해야만 한다고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것 같다.

조선시대 성직자이며 철학자이고 시인이던 서산대사라는 분이 계셨다. 열반에 들기 전에 중생들에게 남기신 임종계(임종시)가 있다.

천사만사량(千計萬思量)

홍로일점설(紅爐一點雪)

니우수상행(泥牛水上行)

대지허공열(大地虛空裂)

유재묵 작 '소'
유재묵 작 '소'

삶이란 붉은 화로의 한 점 눈처럼, 물속에 들어가는 진흙처럼, 한세상 무상한 삶에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함을 가르쳤다. 화가의 붓 터치도 서산 대사의 큰 뜻을 따랐을까? 초연하고 분명하다.

화가의 그림에는 순수의 힘과 초인의 의지가 뭉텅뭉텅 박혀 있다. '소' 를 주제로한 많은 그의 작품에서는 21세기를 살아내는 대한민국의 기치와 비상이 맑은 눈에서 번득이고, 대지를 밟고 있는 억센 발에서는 우직과 강직의 에너지로 역동성도 표출한다. 더군다나 보시라!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결의의 근육 외에도 평온의 걸음마저 빠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소'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 아주 유명한 이중섭 화가가 있다. 민족의 독립을 향한 강한 의지의 황소도 있고, 멀리 바다 건너 두고 온 아내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그렁그렁한 눈망울에 맺혀 있는 누렁소도 있다. 소는 이중섭 화가의 생명이요 진리이다. 두 화가의 소는 다른 듯 닮아 있다.

이중섭의 '소의 말'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유재묵 화가에게서는 여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냄새가 난다. 해바라기꽃의 정열도 치자꽃 향의 순수도 온전히 배어 있다.

농사일을 하다 틈틈이 만든 작품이나 땀흘려 보람으로 영근 농산물이나 무에 다를 게 있느냐며 다 사랑이고 정성이라 신다. 이런 일상이 화가에게는 소확행이라며 소박한 웃음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다시 고개를 넘어서는 독자의 가슴이 따뜻해진다. 찌는 듯한 여름 폭염도 웃으며 넘길 듯한 이 감정은 무엇인가.

유재묵 개인전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우리와 함께했다.

유재묵 작 '웃으며 삽시다' / 90.9*72.7*2  oil on canvas
유재묵 작 '웃으며 삽시다' / 90.9*72.7*2 oil on canvas

유재묵 화가는 누구

2022 대한민국(20회) 회화 대상전 입상

2022 대한민국(40회) 미술 대상전 대상

2023 대한민국(21회) 회화 대상전 특선

2023 대한민국(41회) 미술 대상전 특선

2023 아시아 국제 현대 미술 전시(일본 가와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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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h 2024-08-27 14:12:58
뭉텅뭉텅, 그렁그렁, 그림과 감상의 글이 한편의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