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그 시간을 담다' 주제로
'덕재인선' 담은 작품들 선보여
'덕재인선(德在人先)'을 갖춘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덕재인선이란 덕을 갖춘 사람이 사람을 이끌며, 덕을 갖추고 나서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인격을 갈고닦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덕재인선을 갖추기 위해 서각과 화각을 새기며 수행하고 마음자리를 바로 세우는 작가가 있다.
이형철 조각가(이하 이 작가)의 첫 개인전 '설레임, 그 시간을 담다.'가 열리고 있는 김해 선 갤러리(김해시 인제로 398번길 22-36 선궁) 전시실을 지난 24일 오후 4시에 찾았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다.
바깥은 여름 한낮이 무덥게 불타고 있었으나 갤러리 안은 화각에 새긴 연꽃이 피고,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이형철 조각가의 '선 갤러리 특별기획 초대 개인전'은 여름 축제 전시장 같았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담다'다. 이 작가는 리플릿을 통해서 '세상을 담고, 사랑을 담으며, 서각·화각이라는 취미에 사로잡혀, 서각도를 잡고 망치를 잡으며 또한 내 마음을 다잡으며, 수천 번 수만 번 망치질을 하면서 한 점 한 점 완성한' 작품들로 첫 개인전을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시실 옆에는 선생님이신 예산 최홍주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이 작가는 주말에는 거기서 주로 작업을 하고, 평일에는 개인 작업실에서 한다. 서각을 시작한 지는 7년 정도 됐고,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 37점을 전시했다.
이 작가와 인터뷰를 통해서 작품, 작업, 삶의 태도나 목적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작가는 "서각·화각은 작업에 초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내 작품들은 화려하고 색채가 밝다. 칙칙한 색보다는 화려하고 밝은색을 좋아한다"고 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은 선생님이 잡아준다. 채색은 아크릴물감으로 3~4번을 한다. 아크릴은 흡수성이 강해서 말린 후에 그 위에 칠을 반복해서 할 수 있다. 채색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직장생활하면서 천천히 작업하면 작품의 크기가 50cm*35cm일 경우에는 대략 1달 정도는 걸린다. 목판은 주로 은행나무를 쓴다. 나무는 나무시장에서 사는 경우도 있고 인터넷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구입한다.
'덕재인선'이란 글자를 서각으로 새긴 이유는 덕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사회생활을 할 때 정직하게 남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목표다. '담다'라는 작품은 '여러 종류의 친구들을 만나 흉허물 없이 지낸다. 허물이 있는 사람도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 나쁘다고 꺼리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이 있는 친구도 두루두루 만난다. '좀 손해 보면 어때'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다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덕 있는 사람이다. 두루두루 다 담고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 아닐까 하는 의미에서 작품으로 새겨봤다.'고 한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글을 새긴다. 주말에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작업하면 잡념이 다 사라진다.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작품에 집중한다. 그러면 모든 잡념들이 다 없어진다.
세상살이가 힘들다. 코로나 이후 사는 것이 참 힘들다. 견디다 보면 괜찮아지고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화각의 그림 채색이 밝다. 밝게, 재미있게 살자는 뜻에서 밝은색을 선호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그동안 단체전이나, 공모전의 작품과 특별상을 받고, 입선한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는 순전히 우연하게 선생님의 제안으로 하게 됐다. 예산 최홍주 선생님을 만나 공방에서 작업하면서 제자들이 돌아가면서 선 갤러리에서 전시하기로 했다.
이 작가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눈이 즐겁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힐링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한다. '선궁'에 밥 한 끼 먹으러 와서 전시실 작품 감상하며 힐링하고 가기를 바란다. 힘든 것이 있다면 툴툴 털어버리고 힘내시기를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이 작가는 주로 '선공방'에서 작업을 한다. '선공방'에는 김해 외에 멀리 하동, 산청, 목포, 부산 등에서 수업(受業)하러 온다고 했다. "열정적인 분들이 모여 있어서 교류하고 열심히 작업을 한다. 다들 순수하게 창작하러 온다. 주말마다 찾아온다는 것은 열정 없이 올 수 없는 것이다. 집중도면에서는 최고의 작업실이고 화기애애한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고 자랑했다.
연이어 이 작가는 최홍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힘든 시기에 제자들을 위해 전시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거의 수업료를 받지 않으신다. 전국에 제자들이 많다. 작업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제자들이 '선 갤러리'에서 개인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다. 재료비도 거의 안 받으신다. 시중에서 잘 구할 수 없는 나무를 선생님이 구입해서 주실 때도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고 주신다. 한마디로 재능을 기부하신다. 지금은 연세도 드셨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제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신어산 자락 아래에 있는 '선 갤러리'를 방문해서 밝고 따뜻한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형철 작가 프로필
수상경력
제1회 대한민국 서각 예술대전 우수상, 한국서각예술인협회 경남·울산·부산전 예술상, 화각 아카데미 전문가 양성과정 수료전 우수작가상, 대한민국 한동해(영일만) 서예대전(서각) 특선 및 입선 수상 등 다수 상 수상
전시경력
경상남도 교통문화연수원 5인 5색전 및 갤러리 초대전, 경상북도 교육청 초대전(경북 안동), 한국서각예술인협회 경남·울산·부산지회 회원전 (경남 교통문화 연수원), 한국서각예술인협회 경남지회 회원전(경남 교통문화 연수원), 전국 서각 유명작가 초대기획 아름다운 동행전(영덕풍력발전소, 2021년), 전국 서각 75인 특별기획 초대전 (영덕풍력발전소, 2022년) 등 다수 전시
(서각·화각)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