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의 지혜를 찾아서' 41명 82점 전시
회화성·채색성·구상력 뛰어난 작품 한가득
서각은 종합예술이다. 전체적으로 조화로워야 작품성이 있다. 글씨, 채색, 회화성 중 하나라도 미비하면 작품성이 떨어진다. 현대서각은 회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채색이 중요하다. 그동안 전통서각은 기록 보존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현대는 회화성을 바탕으로 순수감상적인 면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제18회 조얼서각회 회원전(19-25일)이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30분에 전시실을 찾았다. 박석균 작가(이하 박 작가)를 만나서 작품을 둘러보고, 따로 '파머스가든'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조얼서각회(회장 김형수)는 2007년 인제서각회로 시작해서 2014년에 '조얼서각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박 작가는 인제대학교 미래교육원에서 20년 전 서각 강의를 시작했다. 그때 문하생들과 함께 '인제서각회'를 만들었다. 인제대 외에 다른 곳에서 수업이 많아졌고, 다른 곳의 문하생도 합류하면서 명칭을 변경하게 됐다.
회원전의 시작은 박 작가의 강의를 들은 문하생들이 1년에 1번 작품을 가지고 모였다. 결과물인 작품을 서로 비교하는 시간을 통해 선의의 경쟁도 하고, 작품에 대한 안목도 높이고 역량을 발휘해 작품연구도 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는 41명이고 82점을 전시했다.
조얼서각회는 중사도 입구 작업실에서 매주 화요일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을 한다. 종일, 오전, 오후 등 자유롭게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작업을 하면 된다. 이번 전시 회원들은 조각을 시작한 지 3개월부터 시작해서 몇십 년 된 분까지 다양하다.
전국적으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전시를 이어온 협회는 거의 없다. 전국적으로 봐도 명문이고, 다른 곳에서도 인정하는 단체다. 예전에는 공동작업을 많이 했으나 지금은 개별 작품 위주로 작업을 한다. 문하생들이 초대작가로 인정받으면서 활동하는 작가가 많다.
박 작가는 문하생들에게 채본을 주면서 머릿속에서 채색과 창의성을 가미하라고 한다. 글씨 꼴이 전체의 70%를, 채색은 30%를 차지한다. 채색에서 마무리가 제대로 안 되면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다. 현대서각에서는 채색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제자들은 처음에는 선생의 작품을 익혀서 모방할 수밖에 없으나 기본기가 탄탄해야 나중에 독창성과 창의성이 나오게 된다. 자기 색깔을 내는 것이 어렵다. 100명에 1-2명이다. 작품 경력이 20년 정도 돼도 자기 색을 내기가 어렵다. 초대작가가 되면 그때부터가 진정한 작가로서 시작이다. 노력하는 작가는 생명이 있고 발전이 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 무조건 채본을 받아서 조각만 하면 발전이 없다.
많은 작품 가운데 지면 한계상 3점을, 작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서 소개한다.
먼저 박 작가의 ('나랏말싸미' 50*50cm)작품은 특허낸 기법이라고 한다.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취지로 한글의 자음만 가지고 만들었다. 한글 자음 시리즈 중 하나가 '나랏말싸미'다. 한류열풍을 타고 한글 자음만 가지고도 예술적으로 소통이 된다. 글자로도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만들어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나무 목판에 검은색 배경에 노란색으로 자음을 표현했다. 자음 글자 테두리는 아크릴 채색으로 마무리했다. 마치 스텐레스를 입힌 것 같다. 어두운 노란색은 색이 깊고 편안함을 준다. 끝없는 창작의 아이디어를 내야만 작가로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늘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 궁리로 가득차 있다. 이 작품은 창의성에 대한 끝없는 고만의 결과물 중 하나다.
김형수 조작가('전(典)-탈무드의 지혜' 32*62cm)의 작품은 넓은 끌을 망치로 쳐서 무늬를 냈다. 순수창작 작품이다. '수제비뜨기 기법'으로 나무결을 최대한 살렸다. 나무결에는 색이 충분히 칠해지는 부분이 있고 덜 칠해지는 부분도 있다. 전(典)이라는 글자는 '금문' 글자체다. 한 폭의 회화를 보는 듯하다. 현대서각은 어떻게 회화적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작품의 기획이 어렵다. 이 작품은 탈무드의 지혜가 들어간 구절을 넣어서 작업했다. 서예를 먼저 20년 배웠고, 서각은 15년했다. '어떻게 구상할까' 고민하면서 책도 보고 소재도 찾았다. 작업시간은 1달 정도 걸렸다. 끌로 작업하고 색을 낼 때 한 번에 칠하는 것이 아니라 칠해놓고 지켜보고 또 어떤 색을 올릴까 고민도 해야 한다. 미술처럼 색을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 나무결에 계속 칠하면 색감이 죽고 나뭇결이 뭉개져 버린다. 앞으로는 선생님인 박 작가처럼 더 독창적이고 회화적인 작품을 하고 싶다.
장충석 조각가('풍어' 30*50cm)의 작품은 선생님이신 박 작가의 채본을 처음에 받았으나, 선생님의 그림을 거꾸로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선생님의 작품이 너무 뛰어나서 기초부터 따라가면서 나름의 다른 풍으로 바꿔봤다. 글자, 나무 모양을 어떻게 바꿔볼까를 고민했다. 장 작가는 쇠를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나무에 쇠기술을 접근을 시키려고 한다. 순수 나무에 그림을 조각을 하되 철을 접목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과 차별화가 된다. 나무에 철로 만든 부분이 들어갔을 때 자연스럽게 조경적으로 회화적으로 나무와 어울리도록 작업을 한다. 채색은 4-6번 바꾸는데 한꺼번에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우고 다시 한다. 물에 씻어낸 후 새까맣게 칠하고 그 위에 색을 올린다. 3번 이상하면 나무가 마모가 된다. 공방에서 선생님이 마음대로 해보라고 한다. 선생님의 손길이 닿으면 작품이 달라진다. 그러면 선생님의 흔적을 지우고 다시 작업을 한다.
박 작가는 “1년에 한 번씩 작품이 마음에 안 들면 폐기해라, 좋은 작품만 계속 남겨라. 아집과 고집이 없으면 좋은 작품이 안 나온다. 끈기도 있고 고집도 있어야 한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독창성만 있다면 호평을 받을 수 있다. 작가들이 남이 한 것을 뒤따르기만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남들이 안 한 부분을 발표하면 성공한다. 다른 분야와도 소통하면서, 작가들과 교류하고, 작품을 실험하고, 독서하고, 작품 관련 공부나 투자 등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작가의 열정은 제자들이 많다 보니 '작품세계가 새롭게 발전해 가는 모습과, 먼지에 둘러싸여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해야 휼륭한 작가가 되고. 나무도 톱으로 베고 말려서 대패질하고 재단하고, 그 위에 글을 쓰고 채색까지 전부해야 한다. 기계를 쓰는 사람도 있으나 우선 보기는 좋을지 모르나 후대에는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힘들지만 수작업을 해야 제대로 된 예술 작품이 된다.’고 하면서 ‘마지막 목표가 개인 미술관을 갖는 것이다. 나의 갤러리를 가지고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박 작가가 있는 한 조얼서각회의 예술정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살아있을 것이다. 내년의 전시도 기대가 된다.
박석균작가 프로필
한국서각협회 자문위원, Artist& New Face in Gimhae 작가, 심의위원.
한국서각협회 서각 강사자격 교육훈련원 지도 교수. 대한민국서예대전, 대한민국서각대전 초대작가. 인제대학교 외래교수, 강서예술인상 수상(2011), 특허 제 10-24411303 호 서각 작품의 제작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