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大蛤)구이를 경상도에서는 '유곽'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곽'이 무슨 뜻인지 그 어원은 알 길이 없다. 고문헌에는 모두 '대합구이'로 나왔을 뿐이다. 통영에서는 '유곽'이 통제영 음식이라고 하지만 난중일기 등에 '유곽'이라는 음식 이름은 없다. 다만 '유곽' 경북의 안동과 경남의 통영 향토음식으로 잘 보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이 '유곽'은 경북과 경남이 만드는 법과 먹는 법이 다르다. 경북의 유곽은 볶은 재료를 조개껍데기에 담아 주로 쌈장으로 이용하는 음식이고, 경남의 유곽은 생재료 및 볶음 재료를 조개껍데기에 담아 석쇠에 굽는 구이류이다. 만드는 법은 경북은 유곽은 삶아 잘게 다진 개조개의 살을 볶다가 된장, 고추장, 다진 파·마늘을 넣고 양념한 다음 깻잎, 미나리, 물을 넣고 더 볶아 깨소금을 넣어 버무린 것을 조개껍데기에 채운다.
그러나 경남의 유곽은 굵게 다진 대합살, 으깬 두부, 다진 붉은 고추·풋고추, 방아잎에 설탕, 다진 파·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으로 양념을 만들어 넣고 섞어서 대합 껍질의 안쪽에 참기름을 바르고 채운 다음 석쇠에서 굽는다.
1540년 조선시대 탁청공 김유(1481-1552)와 그의 손자 계암 김령(1577-1641)이 대를 이어 써 내려간 고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에 '대합구이'가 나오고, 조선 왕실 궁중 음식의 기능보유자였던 한희순(韓熙順, 1889~1971)이 쓴 '이조궁중요리통고(李朝宮中料理通攷)'에는 개조개구이가 '유곽'이라고 나오지 않고 경남의 유곽처럼 구이 형태인 '대합구이'로 나온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 유암 홍만선(洪萬選:1643∼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대합을 이용하여 회·구이·국·젓갈 만드는 법이 적혀 있다. '대합회'는 살아 있는 생합을 쓰기 때문에 '생합회'라고도 불리는데, 대합살의 점액을 깨끗이 씻어낸 후 회로 만들어 초장에 찍어 먹는다. 이외에 대합살에 밥, 엿기름, 천초 등을 넣고 삭혀서 식해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는데,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이를 '연안식해'라 하였고, '농정회요(農政會要)'에서는 '대합식해'라 하였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서 계추(季秋)에 대해 일컫기를 "기러기가 찾아오고 참새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대합이 된다. [鴻雁來賓(홍안래빈) 爵入大水爲蛤(작입대수위합)]"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예기(禮記)' <월령(月令)>에서 맹동(孟冬)인 음력 10월에 대해 "물이 처음으로 얼고, 땅이 얼며, 꿩이 큰물로 들어가 대합이 되며, 무지개가 감추어져서 보이지 않는다.[水始氷, 地始凍, 雉入大水爲蜃, 虹藏不見]"라고도 하였다.
대합은 백합 혹은 생합으로도 불리는데, 오래 살아서 생합이라 하였다고도 하고, 해감할 필요 없이 생으로 바로 먹을 수 있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살아 있는 싱싱한 상태의 대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는 대합조개가 기운을 뿜어내어 신기루(蜃氣樓)를 만든다고 여겼다. 대합의 진주는 타인의 걸출한 아들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漢) 나라 공융(孔融)이 '여위단서(與韋端書)'에서 "최근에 늙은 대합 속에서 두 개의 진주가 튀어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不意雙珠 近出老蚌]"고 하여, 그의 두 아들을 칭찬한 대목이 나온다.
한편 헌종(憲宗)13년 즉 1847년에 명주(明州)에서 해마다 새고막조개와 대합조개를 조정에 진상하였는데, 수상과 육상에서 인부가 교대로 운반할 때 노고가 심하고 경비가 많이 들었으므로 화주자사(華州刺史) 공규가 주청하여 진상을 중지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영남절도사(嶺南節度使)로 임명할 사람을 간택하였는데, 재상이 몇 사람을 추천하였으나 헌종이 모두 채용하지 않고 말하기를, "근래에 새고막조개와 대합조개의 진상에 대해 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 그 직책을 줄 만하다"라고 하고 공규를 영남절도사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대합이나 생합은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본명은 개조개다. 한편 내자패라고도 한다. 이 개조개가 크기가 크다 하여 대합(大蛤) 이라 한 것 같다. 개조개의 '개'자가 붙어 어감이 좀 별로지만, 사실 '개'자 붙은 해산물치고 맛없는 게 없다.
보통 야생의 거친 느낌을 내포하는 개자가 이름에 붙은 만큼, 광택도 없고 성장선도 거친 껍질은 영 볼품이 없다. 하지만, 다른 조개들과 달리 껍데기 내면이 아름다운 보라색을 띤다. 그래서 이를 가공해 각종 액세서리를 만드는 데에 쓰기도 한다.
뻘밭에 사는 녀석들은 껍데기 색이 검고, 모래밭에서 사는 녀석들은 연갈색 빛을 띤다. 산란기는 5~10월로 주 산란기는 6~7월이며 10월에 또 한 번 소규모의 산란을 한다. 규조류나 요각류 등을 먹으며 바다의 다른 어류나 고둥류의 먹이가 된다. 수명은 10년 정도로 산란과 월동에 의해 일 년에 두 개의 나이테가 형성되어 나이를 확인할 수 있다.
통영에서는 다진 조갯살에 갖은 양념을 하여 볶아 쌈장으로도 먹기도 하고 유곽을 여유 있게 만들어 냉동실에 두었다가 물만 부어 된장찌개로 끓여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