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북 고령군은 대구에 본사를 둔 매일신문을 통하여 '김해行' 가야고분군 통합관리기구에 고령군 '선정 과정 부당… 지자체 합의로 정해야' 보도 자료를 내었다. 유네스코의 설치 권고로 국가유산청에서 고심하여 그간 한국지식산업연구원에 의뢰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통합관리기구 설립 및 운영방안 연구 결과를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걷어찬 것이다.
고령군은 입지선정 기준을 역사적 가치 대신 인구와 재정 등 농촌지역에 불리한 요소가 포함됐고 이 과정에서 지자체를 서열화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렇다면 고령이 김해보다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뜻인가를 묻고 싶다. 조금이라도 6가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 말이 맞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서기 42년. 김해에는 훗날 가락가야(금관가야)로 불리는 가락국이 건국되었고 고령은 대가야가 건국되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김해에는 가락국의 시조왕릉과 왕후릉이 2000년의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리하여 이 땅의 700만 가락(김해김씨, 허씨, 인천이씨) 후손들을 맞이하고 있다. 고령은 입지선정 지표가 농촌 지역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의 57% 전체 면적의 44%가 고령 지산동에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야고분군이 무엇인가를 뒤집어 보지도 않고 면적 타령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고령이 내세우는 이면에 있는 인구 소멸을 막아 지역 발전을 하겠다는 포부는 가상하지만, 설득력은 한참 부족하다. 왜 최치원의 '석리장전'을 언급하여 고령이 형님, 김해가 아우가 세운 나라라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김해에는 고령에 없는 전국에 하나뿐인 가야 유물로 특성화된 국립김해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또 김해에는 지금은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제2의 대성동고분군인 양동리고분군이 있고 무엇보다 수로왕릉과 왕후릉을 둘러싼 구지봉은 구지가를 찾는 이들이 즐비하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구산동고분군을 비롯한 수많은 고분군이 역사의 한 자락을 기다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가야역사문화센터가 있어 이곳에 통합기구를 둔다면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고령은 행여나 기울어진 추에 딴죽을 걸어 떡고물이라도 챙길 속셈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세계유산을 먼 훗날 세대에 물려 줄 역량이 있는지를 먼저 반문해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청도 지자체의 힘겨루기를 지켜볼 것이 아니라 차가운 가슴으로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하루속히 김해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