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12:45 (목)
반성과 화해 속에서 왜곡된 모습 벗어나야
반성과 화해 속에서 왜곡된 모습 벗어나야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8.09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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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넘기기 27
김진명의 소설 '풍수전쟁'

스스로 깊숙이 보며
역사를 마주치며
올바른 역사 밝히고
정체성 찾아내고
원한 싸이클 벗어나
사과하고 화해해야
김진명의 소설 '풍수전쟁' 책표지.
김진명의 소설 '풍수전쟁' 책표지.

인간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살 수 없다. 내가 태어난 시대를 초월할 수 없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어떤 시대를 살면서 주변의 환경이 어땠는지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우리가 배운 역사가 중요하고 그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사는지가 중요하다. 큰나라 섬기는 사대주의에 빠져있으면 계속 자신의 존재를 큰나라를 중심에 두고 사고하게 된다.

우리는 지형학적으로 반도에 위치해 살면서 큰나라를 섬겨왔다. 한마디로 수없이 가스라이팅 당해왔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구겨넣으며 살아왔다. 수 없는 가스라이팅이 있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가졌던 면모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민족적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계속 발목을 건다. '너는 별 볼일 없다'는 말이 뼛속 깊이 박혀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 말들이 따라다닌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차분히 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흘러왔으며 왜곡된 생각이 있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따져 볼일이다. 김진명의 소설 '풍수전쟁'을 펼쳐서 우리의 역사와 현시점들을 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소설의 줄거리에 주목하기보다는 소설 속 인물이 현실 인식을 어떻게 하고 있고, 그 대안으로서의 행동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대안의 제시는 무엇인지에 주목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대통령이 이 문자를 받는다. 아무런 이름도 없이 발신 번호만 남아있는 이 문자가 날아든다.

30대 초반의 김은하수 행정관은 대통령에게 온 암호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대학동기인 이형연을 만난다. 은하수는 행정관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고 이형연은 무직에 출세와는 거리가 멀었고,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언젠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한국인이 작아져야 마음이 편하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과거의 빼앗긴 역사를 알고 나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 상대가 중국이나 일본 같은 강대국들이니 피하고 싶은 잠재의식도 있겠지"(이형연). "나는 이 편하고 재미있는 세상에 그런 거 생각하는 자체가 싫어, 너는 왜 그런 데 관심을 가지는 거야? 그냥 경제나 잘 꾸리고 일상에 충실하면 행복하지 않을까?"(김은하수 행정관). "마주하든 않든 역사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형성하고 있어 그러니 올바른 역사를 밝히는 건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거야"(이형연).

"존재란 시간이 쌓여 형성되는 거야. 종적 개념이지. 여기저기 횡적으로 좋은 것만 짜깁기해서는 정체성이 없어. 스스로를 깊숙이 돌아보면 반드시 역사를 마주치게 돼. 그러나 마주칠 때마다 보이는 건 중국과 일본에 의해 형편없이 구부러지고 축소된 모습이지. 싫을 수밖에 없어. 외면하고 싶은 게 당연해"(이형연). 은하수는 이형연을 만나면서 자신이 세속적으로 훨씬 출세했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 결여된 느낌,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있다. 너의 삶은 정말로 완벽한지 묻는 형연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그 분위기는 그녀를 차츰 이상한 기분에 빠지게 한 것이다.

형연은 인문학의 힘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모든 학문은 사회가 잘 돌아가게 하고 일이 잘 풀리도록 하는 게 그 본연의 역할이지만 인문학은 그 반대다. 잘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줄곧 시비를 건다. 내면의 힘을 가져다 준다.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삶이 떳떳하고 행복해진다. 나는 돈을 많이 안 벌겠다. 조금 벌고 그 대신 검소하게 살겠다. 그리고 남는 시간과 열정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쏟겠다고 생각을 한다.

인간이란 불안에 시달리며 살게 되어 있어. 불안이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모두가 싫어하겠지. 어째서 안정을 깨느냐고, 조용히 살아갈 수는 없겠냐고.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아야만 해. 누군가는 돌을 던져야만 한다"고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풀어야 할 암호는 '회신령집만축고선'이다.

명과 고려와의 국경선은 철령을 기준으로 한다고 고려에 통보해왔다.('명태조실록') 철령은 요녕성 철령인데, 한반도 내에 철령이라는 고개가 있다.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경계에 있는 철령이 조선사편수회의 눈에 들어가서 이 철령이 그 철령이라고 덮어씌웠다는 것이 요지다.

비주류사학자들의 말들이 마음아프게 들린다.

'슬프게도 이 나라의 역사학계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인들의 음모를 충실히 이행해 고려의 국경선을 원산 이남으로 쭉 그어 가르치고 있다.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증거와 자료를 아무리 보여 줘도 이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해방 후 지금에 이르는 근 80년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사학은 그저 조선사편수회가 정한 대로 가르칠 뿐이지요. 이들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 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들, 각종 연구재단, 연구소 등을 이미 장악하고 어떠한 주장에도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정연한 논문이 나와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 몰아붙이며 무시하는 게 다이다' 왜곡된 식민사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배울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올바른 역사관 위에서 우리도 위축되고 구부려진 모습에서 벗어나 당당한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김진명의 소설 '풍수전쟁'은 우리의 역사를 깊숙이 보게 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한다. 우리 이대로 잘살고 있는 것일까? 진정한 성공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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