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12:34 (목)
조각가는 조각 통해 삶을 말하죠
조각가는 조각 통해 삶을 말하죠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8.05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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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 도명일 조각가

'서쪽하늘'… 12일까지
삶의 마지막 저녁놀처럼 아름답게
예술 감동 주고 생각할 시간 주는 것
도명일 조각가
도명일 조각가

도명일 조각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 4일 오후 6시 갤러리 공감 2층 전시실을 찾아갔다.

전시는 12일까지다. 작품 전시를 막 마친 도명일 조각가의 안내를 받으며 작품을 감상했다. 갤러리 안에서 조각 전시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보통 야외 공간에서 큰 조각 작품을 보는 경우가 많다. 어떤 공간에 조각 작품이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조각이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 건물의 가치를 올리려면 건물 앞에 조각상 정도는 기본으로 배치해야 한다.

조각은 실존하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물체로서 자립하는 양괴(量塊)이며 소재와 기술과 용구(用具)가 공존하는 바탕에서 조각가의 이미지가 구체화 된다. 양괴(量塊)는 즉 매스(mass) 조각에서 대상의 덩어리를 뜻한다.

도명일 조각가는 처음에는 돌조각을 전문으로 했다. 재료의 매력에 빠져서 조각을 계속 해왔다고 한다. 조각하는 작업은 완전 극한 직업이지만 좋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도 작가에게 전시된 작품에 대한 구상과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갤러리 공감(구지로 211번길 7-19)에 전시된 작품은 사진 몇 점이 걸려있고 조각은 11점이 전시되고 있다.

'서쪽하늘'이 주요 작품이다

오페라 하우스 형태의 아치문형에 받침은 고문헌의 책들이 말려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책들의 말림 형태는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지혜를 상징한다. 작업 기간만 1달이 걸렸고 작업을 구상하는 시간은 몇 년이 걸렸다. 우리는 지구에서 태양을 바라본다. 지구는 태양을 돈다. 태양의 중심부의 온도는 약 1천 5백만 K고 표면의 온도는 약 6천 K다. 그에 비하면 인간 몸의 온도는 몇도 오르고 내리는 사이에 삶과 죽음을 오간다. 태양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지구에 나눠주고 있다. 인간은 태양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살고 있다. 태양의 아름다운 모습에는 아침놀이 있고 저녁놀이 있다.

도명일 조각가의 '귀가'
도명일 조각가의 '귀가'

죽음도 저녁놀처럼 멋질 수 있다면

'서쪽하늘'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죽음도 서쪽 하늘의 저녁놀처럼 멋질 수 있다면, 아름다운 영화처럼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가슴에 품고 있던 것이 작품의 이미지로 나오게 되었다. 우리의 삶도 아름다운 석양처럼, 단풍처럼 아름다워야 한다.

작품의 재료는 포르토칼 로사(분홍)의 돌이다. 작품을 위해 포르투갈에서 수입한 돌이다. 돌도 족보가 있고 돌은 나오는 원산지가 있고 돌에도 등급이 있다. 한국의 돌은 지방 이름을 붙이고, 외국 돌은 색깔을 이름에 붙인다.

돌은 숨을 쉰다. 돌은 물을 머금고 있다가 물을 뱉어낸다. 작업을 하면서 투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빛이 보일 만큼 얇게 계속 깍아냈다. 작품 뒤에 설치된 전구를 켜면 태양이 지는 저녁놀을 볼 수 있다.

태양과 맞닿아있는 막대기는 화장장의 관을 상징하기도 하고 우리가 매일 태양과 접속하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구에 온 태양의 빛은 매일 사라진다. 삶이 별 것 아니다. 죽고 사는 것에 많은 애착을 가질 필요는 없다. 천국보다는 이승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내는 것이 더 보람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승의 삶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멋지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내는 것이 더 멋지지 않겠는가.

삶도 조각을 만드는 것처럼

도 작가는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목숨이 있다는 것은 기회가 있고 삶이 있다는 것이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감동을 주는 작업이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나는 조각품을 통해서 말을 한다. 작품은 발상이 중요하다. 만드는 것보다. 작가들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작품이라고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과감하고 화려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죽음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도 작가의 모습이 서쪽 하늘보다 아름답게 빛났다.

도명일 조각가의 '서쪽하늘'
도명일 조각가의 '서쪽하늘'

'귀가' 다산·풍요, 가정 소중함 표현

작품 '귀가'는 바닷속의 물고기를 통해 풍요와 다산, 가족의 소중함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일을 마치고 가장은 집으로 돌아간다. 집은 안락하고 번영하기를 바라는 장소다. 물고기(생명체, 구체, 개별의 체)는 알을 많이 낳는다.

물고기는 물의 온도가 1도만 달라져도 꼬리로 방향을 바꾸며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 꼬리를 통해 방향 전환을 해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물속은 육지와 비교불가능할 정도로 경쟁적인 장소이다. '귀가'는 먹고 먹히는 험한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이 안락한 가정으로 무사히 귀가한 장면이다. 바다는 우리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장소이다. 육지보다 생명을 지켜나가기가 힘든 곳이 바다다.

'딥그린' 초록 피어나는 청년

정글의 숲은 밀림처럼 깊어진다. 자연에서 잎이 날 때는 연초록에서 초록으로 짙어져 간다. 햇빛이 안 들어갈 정도로 번성할 시기가 딥그린이다. 이 지구에 정말 필요한 것이 딥그린이다.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도 딥그린이 서서히 없어져 가고 있어서다. 환경론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색이 딥그린이다. 지금 어느 때보다 환경이 중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고 이상 기후 현상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이때,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은 체온이 2.5도만 높아져도 병원에 가고 해열제를 먹는다. 히말라야의 눈이 다 녹아내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심각하게 전 지구적인 딥그린이 필요한 시기다.

도명일 작가 프로필

경주 문화 엑스포 야회 조각전(2003) 외 다수의 초대전과 골든아티스트 어워드(2020 최우수상)상을 수상했다.현) 경남전업미술가협회자문위원장. 울산미술대전 초대작가. 2023김해미술대전 운영위원장. 2023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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