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도자기, 고전미 품은 모던 미
한국적인 정서, 가치 깊이 여운 더해
정물 절제미에 세련미 색감 입혀
지난달 6일 제11회 경남국제아트페어전에서 최원미 화가(이하 최 작가)의 작품을 만났다. 고성갤러리 부스에 전시된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혹자는 세코에 전시된 그림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겨우 수소문해서 연락을 취했다. 마침 8월에 개인 전시가 있다고 했다.
최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지난 1일 오후 3시 가포 앞바다와 마산합포구의 정경이 내려다보이는 맛산갤러리에 들렸다. 여름의 짙은 초록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시간, 초록의 색감이 순해진 시간에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맛산갤러리 안에 들어서자마자 차분하고 절제된 색의 작품들이 아우라로 빛났다. 알 수 없는 색감의 깊이가 사람을 끌어당겼다. 그림에 군더더기기가 없었다. 단아한 고전미를 간직한 여인이 무시간 속에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색감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작가와 쉴 새 없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갤러리 안의 1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갔다.
최 작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1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후딱 지나갈 수 있단 말인가. 가포 앞바다에 바닷물이 물결을 찰랑거리며 블루를 빛내는 동안 맛산갤러리 안에서는 최 작가의 작품이 'REMAIN'으로 누군가의 가슴에 여운을 남길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신윤복 '미인도' 속의 미인이 걸어 나와 최원미 화가 그림 속의 달항아리로 모습을 바꾸었다면 어떨까. 사람이 달항아리가 되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작품 통해 치유의 여운 남기를
최 작가는 한국의 민화가 지니는 소박함과 따뜻함, 삶의 의미를 담아 현대적으로 구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람자들이 작품에서 행복한 영감과 풍성함, 만족감이 충만하게 전이됐으면 한다고 한다. 예술가는 시대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를 덮고 있는 불안이 옅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지만 따뜻한 마음이 기본이다. 작품을 통해 불안이 조금이나마 치유가 된다면 그 치유의 대상은 감상자 모두이며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REMAIN'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짧은 시간 작품과 만나며 머무는 동안 현실의 불안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치유와 안정이 중요한 시대다.
▶작품 주제와 제목이 'REMAIN'
작품의 제목이 모두 'REMAIN'이다. "우리의 삶은 예술이며, 정물은 삶이다. 항아리와 꽃은 나와 시공간이다"고 최 작가는 말한다. 작품을 만나는 짧은 시간이나마 자신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두려움과 욕망으로 점철된 이성을 벗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휴식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림들이 가슴에 여운으로 남기를 바란다. 각자에게 울림의 여운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블루의 변주, 향연으로 빛나다
도자기에 꽃이 꽂혀있다. 꽃은 최소한으로 꽂혀있다. 절대 과하지 않다. 꽃을 많이 넣어서 촌스러움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꽃을 담은 화병과 도자분, 의자. 화병을 받치는 탁자, 정물 뒤에 오는 배경 색들은 푸른 계열의 색들이다. 코발트블루에서 연한 블루와 연두다. 연두의 계열들도 과하게 빛나지 않는다. 과슈 물감으로 덧입히고 덜어낸 덕분인지 가볍게 빛나지 않는다. 색의 깊이감이 느껴진다. 최 작가의 작품들은 작품 앞에서 자꾸만 색감을 보게 된다. 이 색감들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자꾸 궁금해진다. 덧입히고 덜어내고, 시간을 두고 입히고 입히고, 덜어내고 덜어냈다고 한다. 색감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기울인 덕분에 갤러리 안을 도는 동안 품어내는 블루의 색들이 깊은 여운 속에서 출렁거린다. 최 작가는 오페라 핑크를 좋아한다. 그러나 진작 작품에서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색은 블루다. 세련된 블루를 뽑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서 계속 도전하게 만든다고 한다.
▶삶이 예술이라면 정물은 삶
최 작가는 은유적인 미를 담는 작업을 하기 위한 소재로 정물을 한국미의 상징성으로 선택했다. 담담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듯한, 근사하지는 않지만 우아한 미를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곡선과 색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소재다. '나'인 항아리와 꽃은 시공간 속에 놓여 있다. 정물을 그리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와 한국적인 가치를 담는 작업을 해 왔다. 재료에 있어서 우리의 것을 화폭에 담지만, 한국화의 장기적인 작품 보존을 위해 노력한다. 기법적으로는 다양한 실험과 반복 작업을 통해 한국화의 중첩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 방법들을 찾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작품 보존성과 효율성까지 고려
한국화는 한지에 그림을 주로 그린다. 먹이나 분채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표구를 해도 색이 바래고 누레지고 얼룩이 질 수 있다. 그래서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서 색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한다.
최원미 화가 프로필
☞ 신라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졸업, 현)경남미술대전, 개천미술대전, 성산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경남전업미술가협회, 고성미술협회, 중작파 회원. 많은 전시 이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2018년 LA ART SHOW (LA-Gallery DO ARTE), 경남 아트 페어 (창원-컨벤션 센터 전시관), 히즈 아트 페어(서울-임페리얼 팰리스 서울), 2019년 KIAF 2019 (서울-코엑스), ART SEOUL (서울-코엑스), 아트 광주19 (광주-김대중 컨벤션 센터 전시관), 2020년 대구 아트 페어20 (DAEGU EXCO), 2021년서울 화랑미술제(서울-COEX 전시관), 2022년 화랑미술제 (서울-SETEC), 2023년 아트광주23 (광주-김대중 컨벤션센터), 섬섬아트페어(여수-예울마루) 2024년 통영 아트페어 in 스텐포드 (통영-스텐포드호텔 앤 리조트), 경남 국제 아트페어 (창원-세코). 수상- 경남 청년 작가상, 개천미술대전 초대작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