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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와 식물인간, 장기기증과 호스피스 역할
뇌사자와 식물인간, 장기기증과 호스피스 역할
  • 경남매일
  • 승인 2024.07.2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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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모 인제 호스피스·완화의료 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병모 인제대 호스피스·완화의료 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여러분은 혹시 삶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뇌사자와 식물인간 상태에서 우리의 삶은 멈춘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놀라운 희망이 피어날 수 있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김민수 씨.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지만 민수 씨의 마지막 뜻에 따라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덕분에 다섯 명의 환자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장기 기증은 한 사람의 희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행위다. 한 명의 뇌사자가 최대 8명의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며 개인과 가족에게 큰 희망을 준다.

한국장기기증원에 따르면 매년 약 500명에서 600명의 뇌사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매년 약 5000명 이상이 교통사고, 뇌출혈, 뇌졸중, 뇌손상 등의 원인으로 뇌사 상태에 이르고 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가 기증 가능한 장기의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여전히 불법적인 장기 밀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전 세계 장기 이식의 약 10%를 차지하는 만 건 이상의 불법 장기 이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뇌사자는 이미 의학적으로 사망한 상태로 간주되기 때문에 호스피스 완화의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족은 뇌사 판정 후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환자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지 법적, 윤리적 절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장기 기증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럽게 사망을 맞이하게 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주로 말기 환자나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내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25세의 대학생이었던 이지은 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그녀의 가족은 매일 병원을 찾아와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기적적으로 2년 후 지은 씨는 의식을 회복하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식물인간 상태는 뇌의 일부 기능이 남아있어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의 환자들은 장기간의 재활과 간호가 필요하며 가족과 의료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는 호흡, 소화 등 기본적인 생명 유지 기능은 유지할 수 있지만 인지적 기능이나 의식은 거의 없다. 환자의 회복 가능성은 원인과 상태에 따라 다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 제공되며 증상 완화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가 회복 가능성이 없고 말기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될 경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의 편안함을 중시하며 불필요한 의료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특히,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함을 겪고 있을 경우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은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는 환자 모두 다 가족의 지원과 결정이 중요하다. 가족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옵션에 대해 의료진과 상의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가족에게도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여 환자와 가족 모두가 마지막 순간을 최대한 평화롭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뇌사자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은 생명의 끝자락에 서 있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피어난다. 민수 씨와 지은 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할 수 있으며 호스피스를 통해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

생명의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희망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뇌사자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 그리고 이들과 관련된 장기 기증과 호스피스 여정을 통해 우리는 생명의 가치를 지키고, 서로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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