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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蛇梁島) 이야기
사량도(蛇梁島) 이야기
  • 경남매일
  • 승인 2024.07.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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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현재 통영시에 속한 사량도(蛇梁島)는 상도(1081만 8774㎡)와 하도(1471만 3115㎡)가 마주 보고 있다. 동남쪽으로는 고성군 자란만, 서북쪽으로는 삼천포항이 가깝다. 사량도는 이러한 사통팔달의 지형적인 위치 때문인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여 고려시대부터 수군이 주둔했다. 조선 초기 행정구역으로 고성현(固城縣) 서하리(西下里) 박도(撲島), 조선 후기 행정구역으로는 고성현(固城縣) 하일면(下一面) 사량도로 되어 있었다.

1914년 일제의 부군면 통폐합에 의거 원삼면(遠三面)과 합면되어 원량면(遠梁面)에 편입, 면사무소(役所)를 욕지도에 두게 된다. 원삼면이란 욕지도, 연화도, 두미도 3개 섬을 가리킨다. 원삼면의 '원(遠)'자와 사량면의 '량(梁)'자를 따서 통영군 원량면(遠梁面)으로 변경되었다. 깊은 고민 없이 대충 행정편의적으로 지역을 합치다 보니 이름도 그냥 합친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사량도 주민 58명이 연서를 해서 불편함을 고하고 조선총독부에 통폐합 재고를 요청한 적이 있다. 내용은 원량면 역소(役所, 지금의 면사무소로 욕지도에 위치)까지 340리, 역소에서 다시 군청까지 180리인데 바다의 풍파가 험악하고, 조류도 급격한데, 날씨가 맑고 평온한 때는 1년 중 며칠도 없어 때문에 이동장(里洞長)과 인민이 면장(面長)을 경유(經由)하여 관서(官署)에 신청하는 경우 생명의 위태로울 지경이라는 민원이었다. 그래서 사량도를 과거와같이 별도로 한 면으로 남게 해 달라는 진정서였다. 국가기록원 자료를 보면 당시 전국적으로 면 통폐합에 따른 진정이 엄청나게 총독부로 쏟아졌다.

당시 조선총독 마사다케 데라우치(寺內正毅)는 동년 5월 13일, 경남도장관(현 도지사)에게 이렇게 공문으로 지시를 내린다. "귀 관내(貴管內) 통영군(統營郡) 원량면(遠梁面) 주민이 본래의 사량면(蛇梁面) 복구의 건에 관해 별지대로 품청(稟請)하였다. 이에 대해 꼼꼼히 폐합의 취지를 설명하여 타이르고 서면(書面)으로 송부(送付)해서 처리해 주기 바란다."

비록 일제 강점기에는 행정구역 개편을 대충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이나 그때나 한번 시행된 행정행위를 뒤집기는 어려운 일이다. 멀고도 먼 욕지도와 사량도를 한 면으로 한다는 탁상공론적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195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원량면에서 사량면이 분리되었다. 더 기가 찬 것은 원량국민(초등)학교라는 명칭은 100년이 더 지난 시점인 올해 7월 18일 경남도 의회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올해 9월 1일부터는 '욕지초등학교'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사량도의 옛 이름이 박도(撲島)인 이유는, 파도가 워낙 세게 섬을 때리는 곳이라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박(撲)은 '때리다', '두드리다'라는 뜻의 한자어다.

조선 초기 두 섬 중 서북쪽 위편에 위치해 있는 섬은 조선 초기 '상박도'였고 아랫섬은 '하박도'로 불렀다. 그 전 고려시대부터 박도구당소(撲島句當所)가 있어 봄·가을로 관할 고성수령이 남해의 호국신에게 남쪽 변방의 보전과 함께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망제(望祭)를 지냈다. 조선 초기 박도에 인접한 구량량만호진(仇良梁萬戶鎭)의 수군 및 병선의 초계정박처가 되었으며, 섬에 영전(營田)을 일구어 병사들이 내왕하며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가 진영을 이곳 섬으로 옮겨 사량만호진(蛇梁萬戶鎭)이 설치되고 성종 21년(1490) 사량진성(蛇梁鎭城)을 축성하여 비로소 진영의 위용을 갖추었다.

'사량(蛇梁)'이라는 지명 관련, 조선 후기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의 문수암에서 사량도를 바라보니 섬 두 개가 짝짓기 직전의 뱀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였다는 설도 있고, 비극적인 옥녀 설화에서 유래해 사랑(愛)이라는 말이 변해 사량(蛇梁)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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