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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을 부르며 봉(鳳·봉황의 수컷) 맞은 밀양 영남루
아리랑을 부르며 봉(鳳·봉황의 수컷) 맞은 밀양 영남루
  • 경남매일
  • 승인 2024.07.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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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법동사 주지·아리랑문화진흥원장·문학예술인
고성 법동사 주지·아리랑문화진흥원장·문학예술인

봉이 춤을 추는 산이 있다. 최근 국보로 지정된 밀양 영남루(嶺南樓)가 자리한 무봉산(舞鳳山) 즉 봉이 춤을 추는 산이다. 영남루는 왜! 봉이 춤을 추는 무봉산 기슭에 자리했을까? 많은 이설이 있을 수 있지만 앞서 밝혔듯이 봉이 하늘의 뜻 즉 천의(天意)를 지니고 날아와 그 뜻이 드리워지기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남루는 하늘의 뜻 즉 천의를 헤아린 출중한 인재를 배출하는 누각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들입에 사주문(四柱門)을 세우고 대들보에 봉이 들기를 바라는 살(乷)을 걸었다. 뿐만 아니라 뜰에 봉의 먹이 즉 죽실(竹實)이 열리는 대나무를 심어 봉이 깃들 기를 기다렸다.

그뿐인가? 지붕에는 용마루 끝에 치미(尾)를 올리고 솔개가 꼬리를 흔들어 봉이 들기를 염원했다. 그래서 영남루는 유흥을 즐기는 누각이 아니라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인륜의 근본인 하늘의 뜻을 헤아려 어른을 공경하는 경로잔치를 춘추로 열었다. 이를 듯 우리 민족은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누각을 곳곳에 세웠다.

호남을 대표하는 남원의 광한루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조형물 있다. 밀양의 사주문의 살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광한루를 오르는 12계단 좌우 난간에 세운 홍살문이다. 흔히 보이는 홍살문과 달리 가운데 소위 삼지창이라 부르는 봉강지(鳳降枝) 위에 토끼를 등에 태운 조형이 보인다.(그림 2. 남원 광한루 계단의 홍살문 조형)

이 조형은 토생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쓸개를 빼놓고 온 토기를 등에 태우고 가는 거북의 모습이다. 그 의미를 헤아려 보면 "12계단이니 일 년 365일 이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쓸개 빠진 짓을 하지 말라"는 경책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멋진 조형이다.

이 같이 우리 민족은 누각을 세워 하늘의 뜻을 헤아렸다. 그리고 이를 노래 아리랑(Arilang)으로 불렀다. 아리랑의 아(A)라는 소리는 산스크리트어로 하늘의 근원을 뜻하는 본불생(本不生)이다. 즉 생겨나기 이전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리(ri)는 신통(神通)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랑(lang)은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리랑은 "하늘의 뜻이 신통하게 드리워져 어우러진다"는 뜻으로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들이 하늘의 뜻으로 각각의 성품대로 신통하게 어우러져 드러난 현상을 아리랑이라 했다. 그래서 밀양은 유형문화유산 영남루와 무형문화유산 밀양 백중놀이가 아리랑과 함께 전승되어 온다.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는 설날 우리 민족은 차례를 올린다. 이날 집안의 대를 이어가는 종손이 머무는 종갓집으로 모인다. 종갓집 뒤뜰에는 왕대나무를 심어 봉이 날아와 하늘의 뜻으로 대를 이어갈 인물이 태어나기를 기원한다. 뿐만 아니라 딸이 태어나면 대나무 숲이 있는 뒤뜰에 별당을 짓고 천의(天意)를 지닌 봉 즉 데릴사위를 기다렸다.

이제 아낙네들의 푸념 속에 담긴 봉 이야기가 있다. 옛 아낙네들은 "봉을 봐야 별을 따지"라고 했다. 봉은 바로 남정네를 뜻하는 말이고 별은 삼신할머니가 점지해주는 자식이다. 그래서 남정네는 "봉알"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아낙데들은 봉을 들먹이며 하늘의 뜻을 지닌 자식 얻기를 기다리는 투정을 부렸다.

그 뿐인가? 집안에 딸을 출산하면 담장 밖에 오동나무를 심었다. 흔히 딸이 장성하여 시집보낼 장롱을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장롱 만들 나무를 담장 안에 심지 않고 밖에 심었다. 그 뜻은 딸이 자라듯이 오동나무가 자라면 하늘의 뜻을 지닌 봉 같은 걸출한 사윗감을 들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심은 것이다.

그래서 봉황도(鳳凰圖)라는 우리 그림 민화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의 해를 위쪽에 그린다. 그리고 하늘의 뜻 즉 천의가 드리워지는 등나무를 배경으로 수컷 봉과 암컷 황을 그린다. 그리고 많은 천의문(天意文)을 그려 하늘의 뜻이 드리워지는 멋진 공간을 연출한다. 이때 수컷 봉과 암컷 황이 짝짓기를 하는 신비로운 모습을 담아낸다.

이를 듯 봉은 하늘의 뜻을 지니고 오는 새이다. 그리고 그 하늘의 뜻을 받아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들을 드러내는 황이 있다. 이제 황의 이야기 살피려 한다. 이어지는 황에게 우리 민족은 신령스런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봉과 황의 이야기는 민화에 그려지는 상상의 새가 아닌 민족 정신문화의 근원으로 그 뜻을 헤아려야 한다.

 

남원 촉석루 계단 홍살문
영남루와 사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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