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의 새로운 캐릭터 '토더기'가 지난 2023년 11월에 경남도가 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제1회 경남 콘텐츠 페어 캐릭터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김해시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문화도시 김해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12월에는 김해시가 시의 새로운 캐릭터인 '토더기'를 김해시 홍보국장으로 특별 임용하고 임용장과 공무원증을 수여하였다.
토더기는 '흙 토(土)'와 오리를 뜻하는 덕(duck)의 애칭 '더기'를 합성한 '흙 오리', 즉 오리모양토기이다. 언론기사에서는 토더기를 "가야시대 신비로운 새로 불리며 가야인들의 꿈과 행복을 염원하는 대상이었던 오리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상징화한 것이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토더기'가 김해시의 홍보대사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 시민들은 드물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더기의 모티브는 김해시 주촌면 망덕리 고분군(동서문물연구원에서 2010년 발굴)에서 출토된 오리모양토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오리모양토기는 5세기대에 해당하는 망덕리 Ⅰ-194호 목곽묘(木槨墓, 덧널무덤)에서 다른 토기들과 함께 출토되었다. 삼각형의 투창이 뚫린 굽다리 위에 오리가 올려져 있다. 짧은 목과 뭉툭한 부리가 달린 머리에는 인물 토우가 붙어 있고, 반대편 끝에는 꼬리가 표현되어 있다. 오리 등에는 원통형의 주입구가 있으며, 오리의 몸통 내부는 비어 있어 주자(注子, 주전자)의 기능이 가능하다. 주출구는 목과 주입구 사이에 위치한다. 오리 머리에 올려진 인물 토우(土偶)는 엎드린 자세인데 양팔은 벌려 아래로 향하고, 양다리는 구부려 발이 겨드랑이에 닿아 있는데, 요가 동작을 취하는 듯한 모습이다. '토더기' 머리 위 모자가 바로 오리 머리 위의 인물 토우를 형상화한 것이다.
영남지방의 다른 무덤 유적에서도 오리모양토기가 적지 않게 출토되지만, 오리 머리 위에 인물 토우가 확인된 바가 없어 김해 망덕리 고분 출토품은 특별하다. 이와 관련하여, 3세기대에 편찬된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변진조(弁辰條) 기록을 보면 흥미롭다. 즉, "변진(가야)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큰 새의 깃털로 꾸미는데, 이는 죽은 사람이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바란다는 뜻이다(大鳥羽送死, 其意欲使死者飛揚)."라고 하였다.
고대인들의 고향은 하늘이므로 땅에 내려와 살다가 죽으면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때 새는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안내자를 상징하므로, 영혼을 전달하는 매개자로 새깃털을 무덤에 부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망덕리 고분군 출토 오리모양토기는 죽은 사람이 오리 위에 올라타서 천상 세계로 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어서 특별히 중요한 유물이다.
고대에는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를 영물로 여겨 천상(天上)의 안내자, 천신(天神)의 사자로 여겨졌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는 인간보다도 신(神)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왜 많은 종류의 새들 가운데 오리 모양의 토기가 만들어져 무덤에 부장되었을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이자 물새인 오리는 다른 새와 달리 땅·하늘 이외에도, 물에서도 사는 특별한 새이기에 천상·지상·수중을 오가거나 일정한 주기로 나타나는 점이 마치 초월적인 세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닭이 1년에 220여 개의 알을 낳지만 오리는 300∼360여 개의 알을 낳아 다산(多産)과 풍요를 의미하기도 한다. 철새인 오리는 일정한 계절을 주기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하늘과 육지, 그리고 물에서도 살 수 있으며 많은 알을 낳기에 시간의 재생과 농경의 주기성 등과 맞물려 하나의 조령신앙(鳥靈信仰)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의 민족지(民族誌) 조사에 의하면, 철새는 인간과 함께 있다가 떠나가면 신(神)의 장소로 이동한다고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마을 어귀에 세워진 솟대 위의 새는 대개 오리로 표현된다. 오리는 물새이기 때문에 농사에 필요한 물을 주거나 홍수와 화마(火魔)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며, 풍농을 기원하는 물과 관련된 상징성이 부여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