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마니아들이 우상처럼 떠받드는 중국 시인은 시선(詩仙) 이백(李白)과 시성(詩聖) 두보(杜甫)이다. 이 두 시인과 함께 유명한 시인이 도연명(陶淵明)이다. 두보가 유가적인 삶을 살았다면 이백은 도가적인 삶을 영위했다. 반면 도연명은 평생 자연과 더불어 주유천하(舟遊天下)하며 살았다. 그는 강서성 심양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잠(潛),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 자가 연명이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가장 혼란스러웠던 위진남북조시대의 동진 말엽 남조의 송나라(당나라 다음의 송나라가 아님) 때였다. 도연명은 농사를 지으며 부모를 봉양하다 출사(出仕)해 미관말직을 전전했다. 자유분방한 성격 탓으로 한 직에서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전전했다. 형편없는 봉록과 상관의 위세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귀향했다. 그때 지은 시가 그 유명한 귀거래사와 도화원기이다. 그는 귀거래사에서 은거에 대한 염원으로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지려고 하는데 어찌 아니 돌아갈 것인가'라고 읊었다. 그의 시 중 명심보감에 인용한 시에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네./ 젊었을 때 마땅히 부지런히 힘써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네.' 이는 그의 잡시(雜詩) 열 두수(首) 중 첫수 구절이다.
이 중 마지막 구절인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은 배움이든 일이든 세월유수이니 때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비록 때를 놓쳤더라도 나이에 주눅 들지 말고 견인불발(堅忍不拔)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젊을 때 일시 방탕해 배움과 업에 소홀했으나 각고면려(刻苦勉勵) 훌륭한 학자, 예술가, 대기업가가 된 사람들이 많다.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의 인생 후반부를 보라고 했다. 비록 한때 실패한 삶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분발해 대기만성(大器晩成)한 인생이 더욱 빛나는 법이다.
필자는 깡촌에서 태어났으나 부모 덕분에 초중고까지 학비 걱정 없이 오직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만득한 아들이라 큰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중·고교를 타지에서 유학했으며, 공부 잘하는 늦둥이 큰아들이 당신의 희망이었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필자는 어떻게 하면 잠을 덜 자고 공부 시간을 늘릴 수 있을지 고심했다.
그 당시는 실력으로 전국의 어느 중고등학교나 갈 수 있는 시대였다. 시골 읍내 중학교였지만 나름 공부깨나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전국 16대 명문 인문고에 속하는 도내 인문고에 입학하는 학생이 한 해 십여 명이나 되었으니 아버지의 기대가 큰 것은 당연했다. 이때 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말이 3당4락과 4당5락이었다. 3당4락은 서울의 경기고와 서울고는 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고, 4당5락은 나머지 명문고에 해당된다. 그때 필자도 4당5락으로 4시간 수면을 고수하면서 불철주야 학업에 매진했다.
그때 접한 2권의 책이 필자의 꿈을 실현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그 첫째가 일본의 후자모도 겐고라는 분이 쓴 <3시간 수면법>이었다. 그는 하루 3시간 자고 한 끼 식사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강연과 저술활동을 하는 분이었다. 요가로 자신의 삶을 바꾼 사람으로 하루 24시간으로도 모자라는 강연 스케줄을 수행하기 위해 '3시간 수면법'을 창안했다. 책의 요지는 인간의 수면 사이클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었다. 수면 사이클은 1시간 30분으로 3시간 수면의 경우 2사이클의 수면을 취하기 때문에 건강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1시간 반 동안 피크를 이룬 수면은 숙면과 가수면 상태를 몇 번 반복하는 셈이다. 필자는 이미 4시간 수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3시간 수면법>을 읽고 2주 정도 실천해 보니 힘에 부쳐 중단했다. 계속 4시간 수면으로 학업에 증진해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는 꿈을 이루었다. 두 번째는 러시아의 작가 그라닌이 쓴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였다. 루비세프라는 구소련의 과학자가 자기 평생의 시간을 완전히 지배하는 삶을 산 전기였다. 그는
26세 때 모든 시간을 철저히 계획, 관리, 통계, 평가하기로 결심했다. '시간계산법'을 적용해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살았다. 그는 죽는 날까지 56년간 생물학, 곤충학, 수학, 과학사에 정통하고, 철학, 문학, 역사에서도 전문가를 능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70여 권의 전문 저서와 타자 원고 1만 2,500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저술을 남겼다.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필자는 위 두 권의 저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잠 적게 잔다고 결코 일찍 죽는 건 아닌 것 같다.
문득 <주자공문집> '권학문'에 나오는 명구가 떠오른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아직 못가에 봄풀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어느덧 세월은 빨리 흘러 섬돌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는 구나.' -少年易老學難成/一寸光陰不可輕/未覺池塘春草夢/階前梧葉已秋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