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은 시인 시화 20점 전시
"집중적으로 창작 최고 강점"
김해문화도시센터는 김해시 무계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장유 문화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웰컴레지던시'를 운영하며 작가와 주민이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5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웰컴레지던시 입주작가 릴레이전'으로 '빛나는 市, 김해 詩' 금지은 작가의 시화 20점을 '갤러리 무계'에서 첫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 기간은 지난 18일부터 31일까지다. 지난 18일 오후 5시 무렵 '갤러리 무계'를 찾았다. 오후 6시에 갤러리 문을 닫아서 금 작가와 충분한 대화도 감상도 제대로 하지 못해, 다음 날 19일 오전 10시에 다시 찾아갔다. 이틀에 걸쳐 금 작가과 대화도 나누고 시화도 감상했다.
전시가 시작된 첫날에 일반 시민들과 김해문인협회 박경용 고문과 회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무용수라는 한 시민이 시화에 감동을 받고 즉흥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전시실에서 그 영상을 볼 수 있다. 전시 이튿날에는 김해시청 이동희 문화예술과장과 직원들이 오전에 찾아와 전시장을 꼼꼼하게 둘러보고 갔다.
갤러리에 전시된 시화는 일반적으로 기존에 봐왔던 작품의 전시와는 달랐다. 송성진 문화도시팀 총괄 PM은 시를 읽는 감각과 보는 감각이 달라져 보이게 하는 의미에서 시화 작업을 액자에 하는 것보다는 입체적으로 걸 수 있게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한국적이고 단아한 설치 미술을 보는 것 같다. 하얀 한지가 공중에서 하늘을 이고 펄럭인다. 물론 에어컨 바람에 펄럭인다. 펄럭일 때마다 시들이 걸어간다. 시화들이 관람객들의 발자국을 따라오기도 한다.
이번 시화 전시의 글씨는 김해 원로작가 '곡산' 선생님이 한지에 직접 붓글씨로 썼다. 에어컨도 없는 작업실에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먹을 붓에 묻혀서 한지에 한 자 한 자 적었다. 작업 은 20여 일이 걸렸다. 한지 윗부분은 대나무를 직접 잘라서 족자 모양으로 해서 걸었다. 한지와 붓글씨와 시의 만남으로 온전히 시에 집중하게 된다. 시는 한지 위에서 묵향을 내며 스며온다. 시는 한지 위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차분히 읽어달라고 요청한다. 차분하게 시를 읽다 보면 금 작가의 가야역사와 김해 주변, 장유 무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품어져 온다.
금 작가는 '능동 석인상'에서 김해시 삼문동 산 49-2 에 위치한 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된 묘지 앞의 석인상을 노래하고 있다.
눈이 뽑히고/ 귀가 잘려도/ 어금니 꽉 깨물고/ 앞으로 간다// 번개가 오빠를 데려가고/ 천둥에 아버지를 묻어도/ 어깨에 가득 쌓인/울음을 먼지처럼 툭툭 털어내고/ 저벅저벅 걸어갈 것이다// 어두운 시간을/ 허리에 묶어둔 바닥에/ 뿌리 내린 내 이름을 뽑아서/ 삼문동 네거리에 걸어둘 것이다/
우리가 찾지 않고 노래하지 않으면 잊히고 말 문화재를 불러내서 쓴 시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금 작가는 "웰컴레지던시에 2022년부터 공모전에 보냈으나 떨어졌다. 이번 공모에는 노력과 운 덕분에 선정됐다. 신작 발표작 상관없이 7편의 완성 작품을 제출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글을 쓰겠다는 계획이 담긴 작품 60여 편을 구성해서 냈다. 작품 속에 김해에 대한 것들을 더 많이 드러냈다. 김해 역사 탐방을 많이 하다 보니 김해에 대한 애향심이 커진 것이 도움이 됐다. 7.7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주작가로 선정됐다.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입주한다"고 했다.
입주작가로 선정돼서 어떤 점이 좋으냐는 질문에 금 작가는 "지역작가들과의 교류문화도 좋고, 영주문화재단 입주작가들과 만났고, 경남아트페어에 작품을 3일 전시도 했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작가에게 인건비도 준다. 토요일마다 입주작가 프로그램이 있다. 작가가 기획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된다. 제일 만족스러운 것은 언론에 노출이 자동적으로 된다. 7명의 입주작가들과 글로벌 교류를 하고 있다. 낯선 작가들과 차를 마시고 담론을 나누고 동상동 시장이나 왕후의 노을로 안내하기도 한다. 창작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점이 최고의 강점이다"고 답했다.
제2회 구지가문학상 수상자인 김루 시인이 금 작가의 전시된 시화 작품 멘토로 참석했다, 김루 시인은 "금지은 작가를 통해서 많이 배운다. 쇠락도 누가 감히 폐허라고 말할 수 있느냐? 죽어가는 것에,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유적지나 조형물에도 생명을 불어넣은 금지은 작가의 역량이 빛난다. 김해시에 관련된 시를 쓰려고 애를 쓰고 그 시를 통해 타인의 얼굴을 말하려고 한다.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할 때 먼 타인처럼 물러나 있을 때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입주작가로 있는 동안에 김해 장유 무계 주변에 대한 작품을 계속 써서 작품집을 만든다고 한다. 원활한 작품 활동을 위해 김해도시문화센터에서 작품활동비를 지원한다. 웰컴레지던시작품집은 오는 11월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전시한다.
금지은 시인 프로필
돌뫼출판 '포스트모던' 봄호 시 등단(2008), 돌뫼출판 '사람과 수필' 가을호 수필 등단(2008), '문예바다' 가을호 시 추천(2018), 경남도민일보 '당신이 영웅입니다' '코로나 전시' 공모전 우수상 수상(2020),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 수상(2020), 서울문화재단 문학 부문 창작지원금 수혜(2021), 시집 '물새가 우는 법'(2023), 아르코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선정 '물새가 우는 법'(2023), '물새가 우는 법' 김해시 올해의 도서 후보, 전 김해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