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6 06:18 (수)
삶의 마지막 존엄성 지키는 호스피스·돌봄
삶의 마지막 존엄성 지키는 호스피스·돌봄
  • 경남매일
  • 승인 2024.07.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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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모 인제 호스피스·완화의료 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병모 인제대 호스피스·완화의료 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며칠 전, 큰딸아이가 기르던 다람쥐가 갑자기 죽었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더니 결국 PET 장례식장에 가서 만만치 않은 비용으로 장례의식을 치르고 화장을 시켜 납골당에 안장을 했다.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종종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 되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맞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호스피스와 돌봄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다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붓다는 '태어남이 있으니 죽음이 있다'는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말을 했다. 인간이 오랜 세월 과학과 의학을 발달시킨 덕에 이제 평균수명은 80세를 넘기게 되었다. 하지만 생명은 결국 죽음으로 귀결된다.

생물학적으로 죽음은 생체의 모든 기능이 멈추는 상태로, 심장의 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중단되며 뇌 활동이 정지되는 것을 포함한다. 철학적 관점에서의 죽음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의 죽음의 의미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논의의 주제가 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죽음을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삶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들며, 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자극하는 요소로 생각한다.

많은 종교는 죽음을 중요한 주제로 다루며 생명과 죽음의 순환, 사후 세계, 영혼의 존재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한다. 기독교는 죽음을 영원한 삶으로 가는 관문으로 보아 사후 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을 믿으며, 죽음 이후에도 존재가 지속된다고 여긴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윤회의 한 과정으로 보며,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해탈을 통해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석가모니는 왕자로 태어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인생의 고통과 죽음을 목격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했다. 그는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고, 이를 통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게 되었다. 힌두교에서는 죽음을 영혼의 또 다른 생으로의 전환으로 보며, 카르마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이렇듯 죽음은 생물학적, 철학적, 종교적 관점에서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명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 의미, 그리고 인간 존재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는 중요한 주제가 된다. 각 개인과 사회는 죽음을 통해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며,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호스피스와 돌봄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정서적, 신체적, 영적 지원을 제공하는 호스피스와 돌봄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은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날 밤, 나는 다람쥐의 장례식을 떠올렸다. 작은 생명 하나에도 정성을 다해 49일 동안 애도했던 그 마음처럼, 우리도 서로를 더 소중히 여기며 기억하자고 다짐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다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호스피스의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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