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의 '외로움의 습격'
외로움은 쓸모없음의 두려움
능력주의, 모든 계층 외로움 습격
당신의 외로움은 안녕하십니까? 2018년 영국에서 체육 및 시민사회 장관 트레이시 크라우치가 외로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우리도 머지않아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외로움의 습격' 저자인 김만권은 외로움의 유래와 정의, 디지털 세상에서의 외로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원인을 많은 정보와 사례, 인용을 통해 보여주며 대응책을 제시한다.
저자인 김만권은 한나 아렌트의 책 '전체주의의 기원'을 참고해서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아렌트가 수시로 불려 나온다. 아렌트에 따르면 "외로움이 위험한 이유는 '자아 상실'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고독은 자기반성의 상태라 긍정적이다. 고독은 내가 나 자신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상태다. 그래서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상태'다. 이 상태는 모든 사유가 이루어지는 기본 조건이다"고 규정한다.
외로움은 이 세계에서 타자의 인정을 받으며 살아갈 터전을 잃은 느낌이다. 내가 이 세상에 쓸모없어졌다는 느낌. 그래서 결국엔 이 세상에 속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김만권은 '불평등 트라우마'란 책을 인용한다. "불평등은 우리가 그것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고통을 유발한다. 불평등이 커질수록 사회적 위협과 지위 불안이 커지고 위축과 복종, 종속본능으로 이어지는 수치심을 유발한다. 지위 경쟁과 불안이 심화되면 사람들은 상냥함과 이타심을 잃고 남을 폄훼하는 경향이 증가한다". 불평등으로 인해 불신이 널리 퍼진 사회일수록 개인들이 홀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람들이 외로워질 가능성 또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외로움을 만드는 세 가지 요소 '젊다는 것, 혼자 산다는 것, 소득이 낮다는 것'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젊은층은 노동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에서 배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인 가구의 빈곤은 심각한 상황이다. 유독 왜 20대가 외로운지 이해가 간다.
외로움이 능력주의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내가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원초적인 욕망 같다.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곧 능력주의 사회다.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성실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다. '능력주의'에서 마이클 영은 '누구에게나 성공할 기회가 있다'는 희망이야말로 능력주의의 마법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능력도 상속된다.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에게도 해롭다고 한다. 능력주의는 죽는 순간까지 내가 누리는 것들을 가지고 있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하라는 것이다. 평생 경쟁을 해야 한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이 증명해야 하는 것도 많다. 수많은 경쟁과 스트레스, 좌절감에 잠식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능력주의는 모든 계층을 외로움 속에 헤매게 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홀로 남겨질 위험에 처한 사회를 구할 것인가? 고민이 깊다. '자기 책임의 윤리에서 벗어나자'. 그럼 어떻게 할까? '경청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자'고 한다. '경청하는 사람은 모든 판단을 유보하라. 경청에서 필요한 것은 인내다'라는 한병철의 말을 우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태도라고 제시한다.
사람들이 고립되고 파편화될수록 고통은 대체로 사유화된다. 특히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각자도생의 세계라면 고통은 철저히 개인이 감당할 몫이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윤리를 뼈에 새겨 넣은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타자를 밀어낸다. 그 어느 시대보다 복잡하고 분주한 삶을 사는 우리에겐 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 호소할 수 없는 고통이 계속 쌓여 가면 외로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각자의 입안에 갇힌 고통의 언어들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 '친근함과 경청이 없으면 공동체도 형성되지 않는다. 공동체는 경청하는 집단이다,' (한병철)
'외로움의 습격'에서 김만권은 외로움이 우리 전체를 습격하기 전에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한다. 그 대안은 '경청을 시민교육의 핵심으로 삼자'와 '노동을 분배 기준으로 삼지 않는 기본소득과 기초자산' 등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외로움이 점차 우리를 갉아먹고 있다.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이 머지않아 우리가 살고 있는 뽕밭을 외로움이라는 '누에'가 다 먹어 치울지도 모른다. 그 이전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시대의 외로움의 원인과 대안 등을 다 같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 외로움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나의 문제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이에 있는' 존재다.(아렌트) '사이에 있는 존재'로서 '자신이 누구인지' 물어볼 가족, 친구, 동료들이 없다면 이 세계에 홀로 버려진 듯한 감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만권의 책 '외로움의 습격'을 읽고 모여서 깊게 토론하며 나름의 대안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전국의 수많은 독서토론회에서 이 책을 읽고 토론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