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6 19:40 (월)
모이토 가서 몰디브 한 잔
모이토 가서 몰디브 한 잔
  • 경남매일
  • 승인 2024.07.1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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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 "모이토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에 언급된 칵테일 '모이토(mojito)'의 유래는 몰디브가 아니라 카리브해에 있는 쿠바이다. 화이트럼, 스피어민트, 얼음, 탄산수, 설탕, 라임즙으로 만든 하이볼이며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던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양의 적도에 있는 몰디브(Republic of Maldives)는 인구 52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인데 전 국민의 80%가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몰디브에 가면 푸른 바다와 하늘이 비슷해서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이 힘들고, 하얀 산호모래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비추면 눈이 부시고, 하늘에서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거대한 보석처럼 보인다. 그러나 몰디브의 백미는 바로 '별의 바다(Sea Sparkle)'이다. 어둠이 깔린 바다에 가면 흡사 하늘에서 별이 떨어져 해안가에 잠겨있는 모습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보인다. 이 마법 같은 별의 바다는 사실 '야광충'이라고도 불리는 '발광 플랑크톤'이다. 야광충은 물리적인 자극을 받으면 빛을 낸다.

인도양 중심부에 위치한 몰디브 제도는 총 26개의 환초(環礁)로 이뤄져 있다. 그 안에 크고 작은 1190개의 섬이 존재한다. 환초는 산호에 의해 둘러싸인 반지 모양의 산호초이다. 안쪽은 석호(潟湖, 바다와 격리된 얕은 호수)를 이루고 바깥쪽은 깊은 수심의 바다이다.

깊은 바다에서 환초가 어떻게 섬처럼 발달했을까? 찰스 다윈이 제시한 침강 모델에 따르면 지각변동으로 화산섬이 생기고 주위에 산호초가 형성되었다가, 나중에 화산섬이 가라앉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질학적 시간이 지나면서 화산섬은 풍화작용으로 해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으면서 사라지고 섬 주위에 있던 산호들은 남아서 환초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몰디브 제도에는 BC 1세기경부터 스리랑카와 인도로부터 사람들이 건너와서 살았다고 한다.

몰디브는 지정학적으로 여러 나라의 여행자와 교역인이 모여드는 항구 역할을 맡고 있어 수 세기 동안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었다. 덕분에 지역 전통식과 동아시아, 동아프리카, 아라비아 음식 등이 결합돼 독특한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몰디브는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서 쉬면서 '모이토'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지구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해수면은 해마다 3~4㎜씩 상승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앞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더 극심해지고, 오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2m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NASA의 지구관측소 소식지(NASA earth observatory, 2021.4.9)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몰디브의 저지대 섬들은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한다.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고도 1m 미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80년 후에는 몰디브에서 모이토 한잔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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