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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을 지니고 오는 봉
하늘의 뜻을 지니고 오는 봉
  • 경남매일
  • 승인 2024.07.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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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법동사 주지·아리랑문화진흥원장·문학예술인
고성 법동사 주지·아리랑문화진흥원장·문학예술인

봉황이라 부르는 새 중에 수컷 봉은 하늘의 뜻 즉 천의(天意)를 지니고 오는 새이다. 그래서 봉은 먼 하늘에서 날아오는 상상의 새이다. 뿐만 아니라 한번 날면 사해(四海)를 덮을 정도로 큰 새가 구만리를 날아간다고 비유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봉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첫 번째 사진처럼 사찰의 단청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부처님을 모신 불단에 조각되어 있다. 두 번째 사진으로 보는 봉은 바로 국지대찰 양산 통도사 대웅전 불단에 조각되어 있는 봉의 모습이다.

이를 듯 봉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새이기 때문에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날아와 선 자세로 나타나는데 바로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의 정점에 나래를 펴고 선 봉이다. 민화 봉황도에 보이는 봉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봉의 턱밑에 작은 구슬이 보인다.

바로 봉이 지니고 오는 하늘의 뜻 즉 천의를 표현한 조형인데 구슬로 표현 할 때는 천의주(天意珠)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할 때는 천의문(天意文)으로 표현한다. 물론 지금까지 누구도 이를 천의주 또는 천의문으로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필자가 수십 년 아리랑(Arilang)을 연구하며 이뤄낸 결과이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봉처럼 턱밑에 끼고 있다고 표현하거나 일본 평등원 봉황당 지중의 봉처럼 목덜미 위쪽에 천의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일본 학계는 봉을 봉황이라 부르고 목덜미에 표현된 천의주에 대해 헤아리는 학자가 없는 듯하다.

우리 학계 또한 일본과 다르지 않다. 광복 후 일본인이 남겨 놓은 엉터리 자료를 통해 공부한 덕분이다. 하여튼 봉이 지니고 오는 하늘의 뜻을 문양으로 표현한 것을 천의문이라 하는데 두 번째 그림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장경호에 그려져 있는 문양이다. 이를 학계는 원점(圓點)이라 부르는 문양이다.

이 같은 천의문은 소위 귀면와(鬼面瓦)라 부르는 용면와(龍面瓦)의 가장자리를 따라 줄지어 표현되어 있다. 이를 통상 연주문(連珠文)이라 부른다. 이 기와에 표현된 얼굴 모습은 귀신이 아니라 용의 얼굴이다. 그래서 용이 하늘의 뜻 즉 천의주가 드리워져야 여의주(如意珠)를 얻을 수 있기에 쳔의문을 기와에 그렸고 항아리에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아직도 일본인이 남겨 놓은 잘못된 자료를 답습하느라 줄기차게 귀신 얼굴 기화 즉 귀면와라 부르는 학자도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사진에 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장경호(莊頸壺)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천의문이 보이고 함께 다섯줄로 그려 놓은 많은 살(乷)무늬가 보인다.

그러나 이 문양에 대한 해석을 하는 학자는 없다. 그러다 보니 항아리에 붙여 놓은 가야금, 거북, 뱀 그리고 섹스를 하는 모습의 토용 등을 보고 다산이니 풍요라는 엉터리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이 항아리는 다산과 풍요를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늘의 듯이 드리워져 그 뜻과 같이 드러나기를 염원하는 신라인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하여튼 봉이 지니고 오는 하늘의 뜻이 담긴 천의문이나 천의주를 통해 드리워지는 하늘의 뜻을 우리 민족은 재세이화(在世理化)라 했다. 즉 "하늘의 뜻이 땅에 이름과 같으니라."라는 뜻으로 이는 민족정신문화 근원이며 인류 정신문화의 본질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주기도문 첫 구절이 바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름 거룩하사 주님 나라 임하시고 뜻이 이루어지이다."라고 운운한다. 즉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뤄지게 해달라는 뜻이다.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근본인 재세이화가 그대로 전해졌다.

하여튼 봉은 하늘의 뜻을 지니고 오는 새이고 봉황이 아니라 수컷은 봉 암컷은 황이다. 우리 그림 민화를 그리는 사람이 봉황도를 그릴 때 이를 분명히 알고 봉과 황의 정체성을 담아 낼 때 제대로 된 봉황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봉에 대한 인문학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봉은 황과 함께 우리 그림 민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물론 우리의 정신문화를 헤아리려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고 있어야 할 기초적인 지식이기도 하다.

사찰 단청에 등장하는 봉.
양산 통도사 대웅전 불단에 조각된 봉.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국보 장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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