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4 17:22 (일)
우동 한 그릇 비우는 사랑-박숙희
우동 한 그릇 비우는 사랑-박숙희
  • 경남매일
  • 승인 2024.07.10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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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비우는 사랑-박숙희

말속의 말들 당신의 거짓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바람이 되어 간다

이별은 우동 한 그릇 비우는 것
사랑은 우동 국물의 체온처럼
모락모락 오르는 김과 함께 사라진다
그 끝에서 새털구름
후박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기억이라는 화면 속 오래된 영화필름 
낡은 글씨 흐려진 자막이 보이기도 한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한 줄기 바람 
떠도는 별의 지친 어깨를 보여주며 
내 마음 한 움큼 시선이 닿아있는 곳
그곳이 어딘들 어떠냐 한다 

하루가 사라지게 하는 일
우동 한 그릇 비우는 시간
사랑이 바람에 날리며 입을 다문다

- 시집 『오동나무 거울』 중에서

☞ 시간이란 찰나의 더께가 쌓인 흔적이다. 시간 속에는 많은 기억이 드나들고 있다. 시인이 기억하는 사랑은 우동 한 그릇 비우는 일이었다. 또한 바람처럼 머물지 못하고 거짓말 속에 사랑이 익사하기도 했다. 우동 국물처럼 따스했던 기억도 김이 사라지듯 지워져 갔다. 사랑이란 허기는 언제나 손 닿을 가까이 머물러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한 것이다. 사랑은 상처받기로 작정한 사람만이 밀고 들어가는 하나의 문이기도 하다. 사랑은 예고 없이 닥치는 사고처럼 그렇게 다가왔다간 어느새 떠나기도 한다. 결국 사랑이라는 묘약은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처방하는 삶의 상비약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시인 약력

말속의 말들 당신의 거짓말오래 머물지 못하는 바람이 되어 간다이별은 우동 한 그릇 비우는 것사랑은 우동 국물의 체온처럼모락모락 오르는 김과 함께 사라진다그 끝에서 새털구름후박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창원 출생. 창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7년 《경기일보》 시 등단. 
창원대문학상, 경남은행 여성백일장, 하동토지백일장 장원, 경기도백일장 우수상.
경남문인협회, 마산문인협회 회원. 시집 '시간 속에 박물관 하나 그려 놓았다', '오동나무 거울'

박숙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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