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4 16:01 (일)
메러디스 빅토리호
메러디스 빅토리호
  • 경남매일
  • 승인 2024.07.1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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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강사랑 작사, 박시춘 작곡 '굳세어라 금순아'는 가수 현인의 히트곡인데,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50년 11월, 압록강까지 진격하려던 맥아더 사령관은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에 밀려 많은 피해를 입었고 퇴로가 차단된 국군과 미군은 흥남에서 대규모 철수 작전을 개시했다. 이 작전으로 10만 명이 넘는 병력과 각종 차량, 35만 t의 물자를 철수시켰는데, 당시 각종 함선 132척이 동원됐다. 흥남철수작전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배는 그 유명한 메러디스 빅토리아호(SS Meredith Victory)다.

메러디스호(1945년~1993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건조된 '빅토리'급의 화물수송선이다. 1941년 12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영국으로 전쟁물자를 수송할 거대한 리버티(Liberty)급 화물선을 건조했는데, 미국의 18개의 조선소가 1941년과 1945년 사이에 2710척을 건조했다.

그러나 리버티급 화물선은 너무 느리고 작았기에, 1943년에 미국은 더 빠르고 더 큰 화물선을 제작했는데 바로 빅토리(Victory)급 화물선이었다. 이전 리버티급에 비해 더 현대적으로 설계하고, 더 크고 강력한 증기터빈 엔진을 탑재했다. 1944년과 1946년 사이에 총 531척의 빅토리급 선박이 건조되었다.

한국전쟁을 지원하러 온 메러디스호의 임무는 북한 지역에서 전투 중인 미군에게 전달할 기름을 싣고 함경남도 흥남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1950년 12월 22일, 흥남항에 닻을 내리자마자 군인들이 배에 올라타더니 황당한 요구를 했다. 화물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피난민들을 태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라루(Leonard P. LaRue) 선장은 전혀 망설이지도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짐을 싣는 크레인에 나무판자로 플랫폼을 만들어 한 번에 15명 정도를 태워 들어 올려 화물칸으로 내려놓았다. 살을 에는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난방시설은 고사하고 화장실조차 없어 몇 개의 드럼통을 피난민 사이에 둔 것이 전부였다. 무엇보다 식량이 문제였다. 당시 23살의 3등 기관사였던 멜 스미스(Merl Smith)는 당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 가슴속의 한이 되었다고 했다.

메러디스호는 1950년 12월 23일, 포화 속의 흥남 부두에서 빠져나왔다. 60인승 화물선에는 정원의 200배가 훨씬 넘는 1만 4000명의 피난민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항해는 훗날 '가장 작은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배'로 기네스북에 오른다.

메러디스호는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12월 26일 거제도의 장승포항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흥남 앞바다에 깔린 기뢰의 피해도 없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크리스마스의 기적(Miracle of Christmas)이라고 불린다. 또한 작전 성공 보고를 받은 당시 트루먼(Harry S. Truman)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언급했다(동아일보 1950.12.28.). 인류가 행하는 것 중 가장 비인간적인,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도 이런 인류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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