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4 17:01 (일)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다문화 나눔 공간서 어울림 삶의 웃음 듣다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다문화 나눔 공간서 어울림 삶의 웃음 듣다
  • 한지현
  • 승인 2024.07.10 2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트라스부르 '바공 숙'

함께하는 세상 꿈꾸는 다문화 공간
다양한 상점 열고·문화프로그램 제작
100% 무료 상점, 식료품 지역 농장 기부
환경·사회 고민 해결 위한 운영방식 눈길
여름을 맞아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간이 수영장.
여름을 맞아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간이 수영장.

풀숲이 우거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기차역 철길 한 켠, 구미를 당기는 이국적인 음식 향기가 어디선가 퍼져온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에 이끌려 걸음을 재촉하자 도착한 곳은 다채로운 각양각색의 표지판들이 늘어선 대문이다. 느긋한 점심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한 '바공 숙(Wagon Souk)'이다. 이곳은 손님의 국적·인종·연령·살아온 배경 등 자질구레한 것들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친구, 가족, 이웃, '나눔의 기쁨'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환영이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나눔을 전하는 멜팅팟(Melting Pot)의 공간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다문화'를 발견한다.

알록달록한 표지판들로 가득한 '바공 숙' 입구.
알록달록한 표지판들로 가득한 '바공 숙' 입구.

'난장 객차'를 뜻하는 바공 숙은 편견을 지양하는 연대와 열림의 휴식공간이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이곳의 주인들은 일러스트레이터와 정원 예술가 출신의 두 사람이다. 바공 숙은 창의적인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이주민들의 문화를 알리고 소통의 기회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결성한 단체 '세상을 구하다(Sauver le monde)'라는 이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의지가 느껴진다. 낡은 객차와 버스를 손수 갈고 닦아 재활용한 공간 하나하나에는 손님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자하는 두 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다.

중고 자전거 구매 및 수리가 가능한 자전거 센터.
중고 자전거 구매 및 수리가 가능한 자전거 센터.

모든 바공 숙의 프로젝트는 이웃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식물 진료소, 중고 의류 상점, 자전거 수리 센터를 비롯해, 간이 미용실, 마사지 수업, 옷 수선 아틀리에 등 동네 주민들의 필요와 흥미를 고려한 다양한 생활문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 힙합, 아프로, 펑크, 살사, 바차타 등 다양한 문화의 색을 띤 음악 공연과 파티도 더해진다. 서아프리카 전통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간이 식당은 이곳만의 자랑거리다. 지역민들의 참여 덕분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무료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된다. 모두가 한땀 한땀 기여를 통해 바공 숙을 오늘날 모두를 위한 '놀이터'로 만들고 있다.

지역민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중고 의류점.
지역민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중고 의류점.

초기 그뤼베르 공원(Parc Gruber) 내 차고에 자리잡았던 공간은 한차례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했다. 방문객들이 많아지며 소음·임대료 문제로 건물주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존립이 위태로웠던 바공 숙은 이웃들의 지지와 스트라스부르 시의 지원을 통해 지난 2021년 오늘날 스트라스부르 역사 뒷편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동안 더불어 나눴던 사람들의 사랑이 모여 사라질뻔한 공간에 새로운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은 것이다. 바공 숙의 재활은 존속의 위기를 겪고 있는 스트라스부르의 문화예술 연대 단체들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주류 및 각국의 전통 음료를 파는 카페 겸 바.
주류 및 각국의 전통 음료를 파는 카페 겸 바.

바공 숙의 더불어 나누고자 하는 노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도 이어졌다. 바공 숙은 봉쇄 기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누구나 조건 없이 생필품·식료품을 가져갈 수 있는 '무료 상점(Le Magasin Gratuit)'을 열기도 했다. 무료 상점은 지역 상인 및 사회단체들의 기부로 오늘날까지 100%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연대정신은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에서도 보인다. 바공 숙은 친환경적 운영을 위해 여전히 소비 가능하지만 곧 버려질 수 있는 제품들을 무료 상점을 통해 나누며, 남은 식료품은 지역의 동물농장에 기부하고 있다.

바공 숙이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는 데에는 구성원 모두가 나눔과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사랑'이 있다. 이곳에서 삶의 '자유'를 느끼는 사람들의 미소를 살펴보니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이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늘도 '난장 객차' 바공 숙은 북적이며 살아갈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나눔의 여행을 떠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