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동북아시아의 맹수이다. 사자가 서식하지 않는 동북아는 호랑이가 생태계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호랑이와 맞설 야생동물이 없다. 그럼에 불구하고 배달겨레는 호랑이를 수호신으로 여긴다. 즉 우리는 지켜주는 신령스러운 맹수이다.
그래서 우리 배달겨레는 호랑이를 산신령(山神靈) 또는 산군(山君)으로 여겼는데 특히 백두산 호랑이는 노야(老爺) 또는 대부(大父)로 여길 정도로 신성시 했다. [삼국유사]에 후백제의 견훤이 어릴 때 호랑이 젖을 먹고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영웅을 지켜주는 보호자 그리고 창업을 돕는 조력자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의 5대조 호경(虎景)이 굴속에서 잠을 잤는데 굴 입구에서 호랑이가 크게 울부짖어 밖으로 나왔다. 호경이 굴을 벗어나자 곧 굴이 무너졌다고 했다.
또한 [오주문장전산고]에 이르기를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했다. 그래서 호랑이는 산신 또는 신수로 여겼다. 이에 산신당이나 사찰의 산신각에는 호랑이를 모시고 있다. 그래서 우리 민족 즉 배달겨레는 신령스러운 신수(神獸)로 여기며 병마 또는 사귀(邪鬼)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하여 범 호(虎)자를 붙이는 풍습이 전해 온다.
이 같이 까치와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땔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배달겨레의 삶이 담겨 있는 그림이다. 먼저 그림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매우 해학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무서운 맹수가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다. 그림에 보이는 호랑이는 누구일까?
바로 배달국의 환웅천제를 모시는 호족(虎族)이다. 그들은 기원전 3천년 경에 대륙의 황하를 환웅천제를 모시고 살았던 배달겨레의 중심세력이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지만 그들은 대륙에서 단군의 조선이 강성해지자 우리가 사는 이곳으로 이동을 했다. 이후 단군의 조선은 대륙을 배달의 환웅천제는 호족(虎族)의 힘으로 동북아시아 한반도와 대륙의 산둥반도 그리고 요서와 요동은 물론 일본의 큐슈를 아우르는 지역을 양분하는 시대였다.
이는 청동기 시대 남겨진 고인돌과 동검이 출토되는 고고학으로 증명이 된다. 하여튼 호족을 뜻하는 호랑이는 한반도 옮겨 온 후 강력한 지배세력으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토속세력과 융합하며 환웅천제와 그들이 가진 선진문화 즉 청동기문화를 일구어 내었다.
이때 환웅천제의 가르침으로 개천(開天)이라는 민족의 정신문화가 보편화되는 시기였다. 그래서 호족이 고을 마다 집성촌을 이루며 사는 부족이나 씨족을 찾아 올 때 까지 즉 토속 집단이 이들을 반겨 맞았다. 그래서 우리 그림 “까치 호랑이” 한 점에 배달겨레의 역사가 숨어있다.
특히 소나무와 까치 그리고 호랑이는 한 폭의 그림 속에서 배달국의 숨겨진 역사를 헤아리게 한다. 즉 소나무 즉 솔은 으뜸을 의미하는데 나무 중에 으뜸이라는 뜻이다. 소나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륙의 황해연안 그리고 연해주와 일본에서 자생한다. 청동기시대 배달국의 영향을 받는 지역과 유사하다. 그래서 소나무를 배경으로 까치와 호랑이가 어울린 우리 그림 ‘까치 호랑이’는 누구나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얼을 품고 있는 그림이다.
다음은 우리 그림 민화 중에 봉황도(鳳凰圖)가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휘장 또한 봉황도에서 생겨났다. 따라서 봉황도는 세간에 흘러 다니는 그림이 아니었다. 궁중에서 조차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인 대왕대비와 왕후의 처소 정도였다. 그래서 귀한 대접을 받는 그림이다.
먼저 봉황은 민족정신문화 속에 등장하는 신령스러운 상상의 새이다. 통상 백제금동대향로의 정점에 있는 새를 봉황이라 부르듯이 학계는 암수구분이 없다. 그러나 봉은 수컷을 황은 암컷이다. 이를 구분하는 학자가 없다. 그래서 백제금동대향로를 발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헤아리지 못하고 비밀 운운하며 허덕이고 있다.
하여튼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이다. 그래서 ‘봉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여인네의 투정하는 소리에 등장하는 봉은 바로 남정네를 뜻한다. 이를 듯 봉황도라는 우리 그림 민화에 담긴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다음호에 등장할 봉황도를 감상하며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