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tvN 드라마에 다운증후군 환자 정은혜 작가가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필자는 요즘 '니 얼굴 은혜 씨'라는 유튜브를 즐겨 보면서 새로운 것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다. 은혜 작가는 어려서부터 힘든 날들을 보내면서 틱, 말 더듬기, 시선 강박증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공격적인 행동 및 조현병 증상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자녀를 지켜보는 엄마의 심정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그녀의 엄마 또한 스트레스로 인해 뇌졸중에 걸렸다고 하니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장애를 인정하며 행동 변화 가능성을 믿고, 끊임없이 기다려 주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는 유전적, 생물학적 요인도 있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장애인의 사회 구조적 복지지원을 강조하는 독일에서는 장애를 그대로 두는 것을 삶의 참여에 대한 침해로 규정한다. 장애 아동이란 신체적 기능, 정신적 기능, 정서적 건강이 연령의 전형적인 상태로부터 6개월 이상 벗어나 있어 '사회적 삶의 참여가 침해'된 아동을 일컬으며, 이러한 '침해'가 예상되는 아동을 '장애 위험 아동'이라 한다. 유아교육 무상화 이후 많은 영유아들이 기관에 취원하면서 유아 교사들은 장애 위험 아동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어린이집에는 다양한 성향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온다. 필자의 어린이집에 14개월 된 쌍둥이 남매 이슬이와 하늘이(가명)가 입소를 하였다.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고 두 달을 지켜보니 하늘이는 교사가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의미 없이 지속적으로 몸을 흔드는 등 또래 아이들과 다른 행동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하늘이 어머니는 필자에게 쌍둥이 남매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늦다는 얘기를 넌지시 자주 하였다. 그러면 필자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천천히 두고 보자고 안심시켰지만 분명 하늘이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어머니는 알고 있는 듯하였다.
하늘이를 9개월 동안 지켜본 담임교사와 필자는 하늘이가 날이 지날수록 눈 맞추기, 얼굴 표정, 제스처 사용이 적절하지 않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와 지속적으로 몸을 흔드는 등 상동적인 양상이 뚜렷이 나타낸다 보았다. 하늘이에게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다고 판단하여 하늘이 어머니에게 상담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부모상담 때 교사와 상담하면서 우려하던 걱정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교사가 자신이 관찰한 바에 따라 장애 위험성을 설명했더니 어머니는 나이가 어리니 발달이 늦을 수도 있는 거라며 불쾌감을 표현하고 집에 데리고 있겠다고 하였다.
어린이집에서는 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자녀의 특이점 및 장애 위험을 전달하면 학부모들은 대부분 퇴소를 해 버린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로서 자녀의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퇴소 결정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장애 위험 아동이 곧잘 보인다. 아이의 행동을 방치하면 장차 사회적 삶의 침해가 예상된다는 것으로 그 침해를 예방하자는 인식이 공유되어야 한다. 자칫 조심스러움과 불쾌감이 오갈 수 있는 부모 상담 시간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누구나 순간순간 절망감에 빠지거나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정은혜 작가가 암흑의 동굴에서 나와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될 수 있었던 건 만화가인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는 딸이 안쓰러워 화실로 불러 간간이 일을 시켰는데, 우연히 딸이 그린 그림을 보고 처음 딸의 재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녀는 "나는 은혜를 장애인으로만 보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이후에 이제야 은혜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은혜 작가의 성장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의 역할은 부모 및 교사와 더불어 사회적 지원일 것이다. 필자는 하늘이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하늘이 어머니, 자녀의 상태를 부정적으로만 혹은 막연히 바라만 보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집에서 '장애위험군'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교사, 부모 간의 긴밀한 협력이 우리 하늘이가 심각한 장애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답니다. 하늘이는 어머니와 다른 독립된 존재입니다. 어머니의 불쾌감은 하늘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주세요." "우리 아이들을 인정하고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믿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