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아는 재첩조개는 갱조개라고도 하고 한자로 황합(黃蛤)이라고 한다.
원래의 학명(學名)이 가막조개인 참재첩(Corbicula leana)은 대한민국에서는 애기재첩, 재치 등으로 불리고 일본에서는 마시지미(mashijimi マシジミ)라고 부른다.
부산 낙동강 하구언 주변 사람은 재첩조개라 하고, 하동 섬진강 사람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갱조개라고 불렀다. 60~70년대 이전 낙동강 하구언을 생활 터전으로 살던 부산 사상 사람은 낙동강에서 잡은 가막조개로 밤새 재첩국을 끓여 양철통에 담아 볏짚 또아리를 해 머리에 이고 "재첩국 사이소!"를 외치며 구포시장을 지나 만덕터널을 넘어 구포장에 이르면 먼동이 튼다고 했다.
여인숙 좁은 길을 다니며 외치던 새벽 선잠을 깨우는 이 소리는 우리에게 친근했던 삶의 소리였다.
이때 하동에서는 섬진강에서 잡은 가막조개로 갱조개국을 끓여 양철통에 담아 머리에 이고 하동 신방촌 나루에서 배로 건너 전남 광양 구르게 나루에 내려 인근 평마을, 오추골, 샛터 등지와 하동 고전면 소재지나 지수 등지를 다니며 "갱조갯국 사이소!"를 외쳤다고 한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그 시절 갱조갯국 행상을 하던 유동엽 할머니(81, 하동군 고전면)는 갱조개를 팔면서 산촌이나 농촌으로 다니다 보면 못 먹어 부황 들른 사람들처럼 얼굴이 누렇게 변했으나 섬진강 하류 사람은 갱조개국이라도 마셔서 그런지 얼굴빛이 좋았다고 한다. 당시 갱조개국 한 그릇에 5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농촌에서는 갱조개국과 보리쌀이나 마늘, 고추 등으로 물물교환을 해 집에 돌아올 때는 갱조개국과 바꾼 농산물 보따리가 더 무거웠다고 한다.
갱조개(羹貝)는 이해할 수 있으나 재첩조개(在妾貝)는 무슨 뜻이 있을까?
재첩조개는 잔돌 등 이물질과 함께 거랭이에 담겨 나오면 '어레미(얼기미)'를 이용해 가막조개만 재치게 된다. 그래서 불리게 된 '재치조개'가 '재첩조개'로 음운변화가 된 것이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재칫국'이라고 하는데, 이는 방언이 아니라 '재첩국'의 본딧말이다. 사실 60~70년대 이전에는 낙동강 하류지방에서나 '재첩국'이라는 말이 있었지 섬진강, 영산강, 금강 등지에서는 '재첩국'이라 하지 않고 '갱조개국'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동 등 여타 지방에서도 갱조개라는 이름보다 재첩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껍질째 삶아 만든 재첩국은 맛과 해장에 좋아 인기가 있다. 재첩국에는 대개 부추를 썰어 넣는데, 부추가 재첩에 부족한 비타민A를 보충해 절묘한 음식궁합을 이룬다고 했다. 재첩을 해금시켜 끓여 조개껍데기를 버리고 조갯살만 건져내어 재첩회무침을 하기도 하고, 그 국물에 부추를 넣고 재첩국을 끓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재첩으로 전을 만들기도 하고 진국을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