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05:00 (금)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전국 1만 8천여 개 공연 온 나라가 무대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전국 1만 8천여 개 공연 온 나라가 무대
  • 한지현
  • 승인 2024.06.26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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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프랑스 음악축제

1976년 첫 무대… 세계 100여 곳 동시 개최
아마추어 음악인들 자유로운 표현의 장
축제 분위기 더해 지역 상권 활성화 연결
스트라스부르 광장서 음악축제 구경
전통 의상을 입고 연주를 선보이는 아프리카 공연팀.
전통 의상을 입고 연주를 선보이는 아프리카 공연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웅장한 북소리가 스트라스부르 클레베르 광장(Place Kleber)에 울려 퍼진다. 커다란 악기를 든 사람들과 각국의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이들의 끝없는 행진이 잇따른다. 파도처럼 몰아치는 관중들의 함성은 발걸음에 흥을 더한다. 높아지는 음악 소리와 함께 밤거리는 금세 축제를 향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씨에도 관중들의 표정은 밝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의 향기로 프랑스 전역이 들썩이는 이 날, 매년 6월 21일에 열리는 프랑스의 '음악축제(Fete de la Musique)'를 북동부 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만나봤다.

음악과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음악 동호회원들.
음악과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음악 동호회원들.

1년에 단 하루 열리는 프랑스 음악축제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날이다. 전문 음악인부터 아마추어 음악인까지 모두가 거리로 나와 각자의 자유로운 음악세계를 선보인다. 매년 약 500만 명의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1만 8천여 개의 공연은 프랑스 전역을 음악의 열정으로 물들인다. 시민들은 클래식, 재즈, 록, 힙합, 일렉트로, 합창, 세계음악, 프랑스 전통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을 거리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날만큼은 전 프랑스가 각양각색의 거대한 공연장이 된다.

행진을 위한 예행연습 중인 공연팀.
행진을 위한 예행연습 중인 공연팀.

각 도시의 특색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만나보는 것 또한 음악축제만의 특별한 볼거리다. 그 덕에 매년 색다른 음악축제를 즐기기 위해 도시를 옮겨 다니며 축제를 즐기는 프랑스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프랑스 외교부와 해외문화진흥원의 주도하에 프랑스의 음악축제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기도 했다. 오늘날 음악축제는 독일, 벨기에, 캐나다, 중국, 콜롬비아, 미국, 그리스, 스웨덴 등 약 100여 개국에서 매년 6월 21일 동시 개최된다. 한국에서도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주최로 지난 6월 15일부터 23일까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6개의 도시에서 다양한 프랑스 음악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시민들과 함께 합창 중인 보컬 공연팀.
시민들과 함께 합창 중인 보컬 공연팀.

오늘날 프랑스의 대표적인 연간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음악축제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미국 출신 음악인 조엘 코헨(Joel Cohen)에 의해 파리 서부와 툴루즈에서 하지와 동지의 첫날 밤을 기념하는 첫 음악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 영감을 받은 전 여가부(Ministere du Temps libre) 장관 앙드레 앙리(Andre Henry)는 1981년 6월 10일 '젊음과 음악축제(Fete de la musique et de la jeunesse)'를 파리에서 기획하며 단 하루 10만여 명의 관중을 끌어모으는 성공을 거둔다. 이후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자크 랑(Jack Lang)과 전 음악 및 무용국장 모리스 플뢰레(Maurice Fleuret)의 주도하에 1982년 6월 21일 처음으로 전국적인 '음악축제'(Fete de la Musique)가 개최됐다. 음악축제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것에는 당시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할 기회를 마련하고, 대중들이 더욱 폭넓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던 프랑스의 의도가 담겨있다.

공원에서 락 공연을 선보이는 중년 밴드.
공원에서 락 공연을 선보이는 중년 밴드.

전국적인 음악축제의 개최는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음악축제의 날이면 상점들은 다채로운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손님들의 이목을 끌고, 너도나도 간편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기 위한 가판대를 설치한다. 온 도시가 음악으로 물드는 이 날을 위해 지자체도 함께한다. 도시 곳곳에서는 자유로운 거리공연을 위한 차량 통제가 이루어지고, 밤늦게까지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을 위해 대중교통 운영시간도 연장된다. 거리마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음악을 즐기는 이들의 행복한 표정과 함께, 지역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활기와 웃음으로 가득한 음악축제는 모든 프랑스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영감을 주며 즐거운 추억을 선물한다. 한 해 중 해가 가장 긴 날, 모두의 행복 또한 더욱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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