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한 사랑은 없다'라고 했다. 음식이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존재라는 의미이다. 사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추억이 깃든 음식을 먹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이다. 음식은 기억을 소환하는데 매우 유효하다.
누구나 기억을 소환하면 맛있는 음식이 하나둘 떠오를 것이다. 나도 애호박만 보면 맛있는 추억이 떠오른다.
군것질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필자의 어렸을 적 할머니의 애호박찜은 어금니 사이 침이 고이는 기억의 맛이다.
할머니는 밥할 때 애호박을 따다 가마솥에서 쪄 지렁(간장) 종지와 함께 먹으라고 내 주신다. 애호박을 새우젓으로 볶은 애호박나물도 맛있지만 애호박과 돼지고기, 새우젓을 넣은 국물이 자작한 애호박찌개를 나는 더 좋아한다.
그런데 갑자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1750~1805)의 호박에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넣어서 볶은 요리가 생각난다.
박제가는 애호박을 좋아해 직접 요리를 해 먹기도 했다. 같은 시기에 교우하던 실학자이며 시인이자 서예가였던 영재 유득공(柳得恭, 1749~1807)은 박제가와 호박나물을 두고 여러 편의 시를 주고받았는데 해학적인 내용이 많다.
박제가는 호박에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넣어서 볶은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유득공은 박제가가 호박에 관한 온갖 정보를 모은 저술 과경(瓜經)을 지어 숨겨두고서 요리를 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과정장(瓜亭長)이니 과주지주사(瓜州知州事)니 부르며 놀렸다.
한편 박제가는 요리만 잘한 것이 아니었다.
요즘 가정에서도 돼지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애호박, 양파, 감자, 두부 등과 함께 고추장을 풀어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다. 국물의 텁텁함을 줄이기 위해 고추장 양은 줄이고 그 대신 고춧가루 비중을 높여 시원함과 매운맛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박제가(朴齊家)나 유득공(柳得恭)이 살던 시대에는 고추장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박제가(朴齊家)는 호박에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넣어서 볶음 형식으로 요리를 했다.
박제가(朴齊家)가 한 호박요리를 엇비슷하나마 따라가 보자 호박은 약간 큼직하게 1cm 두께로 썬다. 양파도 두툼하게 채썰고, 대파, 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냄비에 썰어놓은 호박, 양파, 다진 마늘, 올리브오일, 새우젓을 넣고 섞은 후 불 위에 올려 고춧가루 색이 잘 배도록 살짝 볶는다. 바지락육수를 붓고 자작하게 끓인다. 물이 끓으면 대파, 고추를 넣고 호박이 말랑하게 무르도록 끓인다.
제철 호박에 돼지고기를 넣고 새우젓과 바지락 육수를 붓고 끓이면 시원한 맛과 함께 부드럽고 짭조름하니 깔끔한 맛과 함께 감칠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