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5 08:19 (월)
사라지는 것들 - 이기영
사라지는 것들 - 이기영
  • 경남매일
  • 승인 2024.06.19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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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오래 맑고 깊게 
출렁거릴 거라 믿었던 것들은 
해독하기 어려운 적막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기슭에 가까운 것들은 
흙냄새와 물 냄새를 반반씩 걸친 채 
오고 가는 것들을 내버려두고 있다

관심이 없는 것인지 속수무책인 건지
쌓인 것은 썩고 새로운 것은 없이

바닥은 처음부터 맨 처음을 가장 낮은 곳에 새긴다

모든 것을 다 비우고 나서야 알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라지는 것들의 눈빛마저 선명하도록
사라지고 없을 자리에 다시,
어떤 것들은 새로운 것을 등록하기도 한다

시인 약력

그토록 오래 맑고 깊게출렁거릴 거라 믿었던 것들은해독하기 어려운 적막 속으로빨려 들어가고기슭에 가까운 것들은흙냄새와 물 냄새를 반반씩 걸친 채오고 가는 것들을 내버려두고 있다

2013년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내일처럼 묻지』, 디카시집 『인생』, 『전화 해, 기다릴게』가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기금을 수혜하였으며, 세종우수도서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 김달진창원문학상, 이병주문학상 경남문인상을 수상. 현재 한국디카시인협회, 한국디카시연구소 공동 사무국장, 백세시대 신문, 미디어시인신문, 경남신문 필진으로 활동. 

☞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의 능력으로 막을 수 없는 것들을 말한다. 가령 시간, 죽음, 바람, 기억, 소리, 눈(雪), 젊음 등 수없이 많다. 대부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들은 사라지는 것에 속해 있다. 인간의 존재 또한 사라지기에 아름다움에 속한다. 그러나 마치 영원할 것처럼 안하무인으로 살면 추하게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욕심을 부린다고 말한다. 비운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전한 비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운다는 것은 그 자리에 또 다른 것이 채워지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죽음마저도 욕심을 부릴 일은 아니다. 죽음으로 자리가 비워지면 그 자리는 또 하나의 생명이 아름답게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라지는 것은 아픔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임창연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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