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2 01:29 (월)
결식노인 16만 명… "두 끼 버릇 내일 못 버텨"
결식노인 16만 명… "두 끼 버릇 내일 못 버텨"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4.06.19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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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지난 일주일 내내 먹먹했다. 노인 빈곤 기사를 보고서다. TV에서는 먹방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에 하루 1끼를 먹는 결식노인 관련 기사를 접하고 팍팍하고 안타까운 노년의 삶이 참으로 먹먹했다.

지금도 여전히 머리에서 맴돌고 있는 기사의 헤드라인은 팍팍한 노년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하루에 두 끼 먹어 버릇되면 그다음 날 힘 들어서 안된다"는 기초생활수급자(75) 노인. 그가 취재기자가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내놓은 만 원짜리 갈비탕을 한참을 머뭇거리다 끝내 거절했다는 글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매일 먹는 비빔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한번 위장이 늘어나면 그다음이 더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 따뜻하고 맛있는 갈비탕을 끝내 손사래 친 노인의 심경에 눈물이 난다.

옛말에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70대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의 줄어든 위장, 그렇게 길들어진 배꼽시계가 크게 공감돼 슬펐다. 노인은 식당이 붐비지 않고 눈치가 덜 보이고, 저녁을 거르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인 오후 2시쯤 늦은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구청에서 지급된 무료 급식카드로 식당을 찾아 1일 1식을 한다고 밝혔다. 무료급식카드의 일주일 한도는 4만 원으로 이 노인은 1끼 8000원씩 5끼를 정하고 급식카드를 쓸 수 있는 식당에서 1일 1식을 한다고 했다.

생계급여 등 수입이 60만 원이 전부인 한 노인은 이 중 월세 40만 원을 내고 나면 수중에 20만 원이 남는다고 한다. 고령인 노인은 의도적으로 1일 1식을 한다고 밝혔다. 고물가 시대에 장을 봐 음식을 해 먹는 것은 사치와 같다며 평일에는 무료 급식소를 찾고, 주말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건강할 때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기도 했지만 지금은 혈압약을 챙겨 먹어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져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는 "몸에 기운이 없어서 밥을 못 먹게 됐는지, 기운이 없어서 몸에 기운이 없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참으로 슬픈 이야기이다. 같은 처지의 한 노인(여·67)도 평일에는 무료급식을 하고 주말에는 마트에서 대량으로 파는 1000원짜리 크림빵 등으로 배를 채운다고 한다. 젊었을 때 거리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하다 기관지와 시력이 망가져 지금은 아르바이트가 무리라고 한다.

밥을 굶는 노인 대부분은 돌봐주는 가족이 없는 1인 가구다. 이들은 정서적 빈곤에도 시달리고 있다. 자식이 있는 노인들도 1년에 2~3번 명절 때나 전화 한 통이 전부이고, 어쩌다 통화를 해도 할 말이 없어 서로 힘든 게 느껴지는 데다 자식들에게 피해 끼친다는 생각에 미안함마저 느낀다고 한다.

우리의 부모들은 늙어서 봉양을 받기는커녕 행여 자식에게 피해가 될까 봐 노심초사다. 노년의 삶,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영화 <소풍>처럼 노인은 이승을 소풍 떠나듯 가고 싶어 한다. 행여 몸이라도 불편해 스스로 삶을 정리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연명치료 거부 등을 말을 할 수 없는 의식 불명 상태가 될까 가장 걱정한다. 식물인간이 돼 자식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걱정하는 노년의 삶은 참 먹먹하다.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이 세대주인 1인 세대는 약 385만 명이다. 전체 세대의 40% 수준이다. 내년 초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지자체로부터 무료급식이나 도시락을 지원받고 있는 결식노인이 전국적으로 약 16만 명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고 홀몸 어르신이 약 400만 명에 달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지난해 OECD가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40.4%로 가입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금 노숙자 할아버지에게 우동 사드렸다'는 제목의 글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늦은 저녁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는 글 작성자는 "너무 배고파 보이는 노숙자 할아버지 한 분이 가게에 들어오시면서 한 그릇만 달라고 하시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사장님이 안 계신다. 음식을 제공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가게를 떠나려던 노인에게 그는 "제가 사 드릴게요!"라며 노인을 붙잡고 노인에게 따뜻한 우동 한 그릇과 만두 한 접시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는 "오늘 뭔가 우울한 하루였다. 야근으로 지치고 피곤했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먹방 예능에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 빈곤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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