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은 한국, 탈모 치료는 튀르키예, 성전환 수술은 태국'이라는 말이 있다. K방역이 유명세를 떨치는 동안 K의료관광은 국경봉쇄 영향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2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통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증가 추세이던 외국인 환자는 2019년 49만 7464명에서 2020년 11만 7069명으로 4분의 1 토막 났다.
반면 튀르키예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세계적인 의료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유럽과 아시아 중간 지점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있었지만, 경쟁국인 독일·이스라엘·미국보다 월등히 저렴한 비용, 항공비 인센티브 등 튀르기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튀르키예 정부는 국제의료평가위원회(JCI) 인증 의료기관을 56개 이상 보유하도록 지원했고, 인근 70개 이상 국가에 튀르키예행 비자도 면제해 주고 있다.
또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병원에 세금 감면·보조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국제 의료 여행 저널(IMTJ)이 튀르키예를 미국, 한국에 이어 의료 관광 분야 세계 3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일간지 Daily Sabah(2024. 4. 8.)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십 개의 기관을 보유한 튀르키예는 건강·관광 분야에서 세계 7위를 차지했으며 이 부문은 2023년에 23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고 전한다.
튀르키예는 탈모인들의 성지가 되었다. 모발 이식 시술을 받기 위해 튀르키예로 원정을 떠나는 탈모인이 늘면서 최대 도시 이스탄불은 '헤어스탄불'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저렴한 비용과 만족도 높은 의료서비스로 입소문 나면서 지난 2022년 튀르키예를 방문해서 모발 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거의 100만 명에 달했다. 이들은 2022년 약 20억 달러(2조 7370억 원)를 지출했으며, 2024년 말까지 이 규모는 110억 달러(15조 535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과수술도 인기다. 이스탄불에 있는 안과 '둔야고즈(DUNYAGOZ)'는 외국 관광객에게 라식 수술과 고급 관광이라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에는 왕복 항공권, 공항 픽업 서비스, 4~5성급 호텔 숙박, 호텔-병원-관광지 간 이동 서비스, 사전 눈 검사, 라식 수술, 수술 후 필요한 약품 제공, 독일어·네덜란드어·영어로 소통 가능한 간병인, 관광 등이 포함된다. 병원은 유럽 각국 건강보험 회사들과 연계해 고객이 자국에서 가입한 보험으로 이 패키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술비용은 미국에서 약 6,000달러, 유럽에서는 7,000~8,000유로가 든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10분의 1 수준으로 가능하다.
치아 4개 임플란트 시술을 할 경우, 유럽에서는 최소 1만 2,000유로를 내야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4,300유로(약 700만 원)면 된다. 이 비용에는 치아 4개 임플란트 비용 3,200유로, 왕복 항공료 500유로, 2주 동안 숙박비 600유로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튀르키예가 기본적으로 생활비나 임금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리라화가 급락한 것이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이유이다. 최근 국내 의료 상황과 비교해 보면, 튀르키예의 많은 의사와 다양한 의료서비스, 그로 인한 (의료)관광의 활성화가 부럽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