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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문화가 만들어 낸 경상도 헛 제삿밥
서원 문화가 만들어 낸 경상도 헛 제삿밥
  • 경남매일
  • 승인 2024.06.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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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헛 제삿밥(虛祭飯)은 경상 사림파(士林派)의 서원(書院) 문화가 만들어 낸 음식이다.

경상도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山岳(산악)이 많고 평지가 적어 논농사보다 밭농사가 중심이었다. 지주(地主) 계급이 적은 반면 수려한 자연경관만큼이나 걸출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됐다. '擇里志(택리지)'에는 '朝廷人才半嶺南(조정의 인재 반이 영남인)'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다. 이들은 사대부(士大夫)로 국정에 참여하였다.

경상 좌도였던 안동의 이황과 경상 우도였던 합천을 중점적인 방향으로 한 조식(曺植)은 '嶺南士林派(영남사림파)'가 두 축이었고, 사림은 16세기 이후 중앙 정계에 본격 진출했던 것이다. 이들이 관직에서 떠나 낙향 후 서원을 짓고 후학들을 길러냈다. 이 과정에서 태생된 음식이 바로 헛 제사밥이다. 그래서 경상도 안동, 대구, 진주 이외의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 바로 헛 제사밥이다.

유교적(儒敎的) 성향이 강한 경상도 지방에서는 조상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가장 큰 책임이라고 여겨지므로 제사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이를 종가에서는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이라 한다.

서원에서 공부를 하던 유생들이 깊은 밤까지 글을 읽으며 공부를 하다 출출해지면 제사음식을 차려 놓고 축과 제문을 지어 풍류를 즐기며 허투루 제사를 지낸 뒤 먹던 음식이 바로 헛 제사밥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헛 제사밥은 허투루 만든 제사 음식으로 유생(儒生)들의 악의(惡意) 없는 거짓이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 차려내는 음식을 제수 또는 제 찬이라고도 한다.

제사상이 그렇듯 나물 가짓수도 반드시 홀수여야 하고 한번 무치고 나면 절대로 다시 무침 하지 않았으며 간장 깨소금 참기름 외에 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마른 찬으로는 민물고기나 조기 등을 약간 말려서 쪄냈다.

헛제삿밥은 차려 놓은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놋대접에 삼채나물과 탕국, 고소한 참기름을 넣고 비벼 조상과 자손이 함께하는 신인공식(神人共食)의 의미가 있다. 또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 올리는 3탕, 3적, 3채를 기본으로 차려 낸다. 후식으로 떡과 과일, 식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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