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4 06:46 (토)
열정적 침묵
열정적 침묵
  • 경남매일
  • 승인 2024.06.17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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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철 휴비코 대표·비즈니스 코치(PhD)·작가
주영철 휴비코 대표·비즈니스 코치(PhD)·작가

"미국은 매년 10월 16일을 '보스의 날(National Boss Day)'로 기념합니다.

오래전 그날 미국의 대표 신문 중 하나인 USA TODAY에 독특한 전면 광고가 실렸습니다. 한 중년 신사가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 위로 'Thanks, Herb'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사우스웨스트항공 '허버트 켈러허' 회장에게 전하는 감사 광고였습니다. 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게재한 광고였다니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광고는 총 13가지 감사한 마음을 담은 문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문화 이전에 그 사람의 인성이며 품성입니다.

자기실현과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될 때 인간은 최고의 성과를 냅니다. 허버트 켈러허 회장은 경청이야말로 가장 이문이 남는 장사라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은 사람이었습니다."

- 애덤 그랜트, '싱크 어게인' 中에서

적극적 경청은 리더십의 핵심 요소다.

경청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관심의 표현이자 이해받는 느낌을 주고 사기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귀를 원하지 입을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가장 귀한 선물인 관심과 호기심을 내어주는 것이다.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때 상대도 역시 내게 같은 선물로 보답하며 마음을 연다. 그래서 경청은 '마음을 여는 기술'이다. 우리 마음문에는 손잡이가 안쪽에만 달려 있기에. 그래서, 심지어 악마도 경청을 고마워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기를 원한다.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해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 또 한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하는 사람. 즉, 듣는 사람은 없다. 대화를 나누고 나면 더 힘이 빠지게 만드는 참 피곤한 스타일이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전환반응'을 구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화가 시작되면 자기 할 말을 생각하느라 상대방 말을 거의 못 듣는다.

모든 대화를 '나'로 전환해 자기 얘기만 한다. 예를 들면, "요즘 컨디션이 별로야!"라고 하면 "나도 안 좋은데!"라거나, "노트북을 바꿔야겠어!"라고 말하면 "내 컴도 오래됐는데!"라고 받아치는 식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자기 스토리로 바꾸는 이런 식의 경청 태도는 정말 사람을 지치게 한다. 혹여 내가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너만 힘든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힘들겠니! 어떻게 힘드니?"라며 마음 문을 열고 안으로 한 발자욱 더 들어가는 '입으로 듣는 경청'을 시도해 보면 어떨지.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붉은 것으로 가득한 식탁에 조리를 하지 않고 올리는 흰 두부와도 같다."

김소연이 '마음사전'에서 한 말이다. 열정적 침묵은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임을, 내가 할 말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어 주는 것임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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