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2 01:45 (월)
서예는 탁마 정신 넘쳐 묵향 흘러요
서예는 탁마 정신 넘쳐 묵향 흘러요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6.17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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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탁마서학회창립전
인문정신 함양하며 서예 연마
황재식 회장·70명 회원 참여
황재식 탁마서학회 회장이 창립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재식 탁마서학회 회장이 창립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글자에는 기운이 서려있다. 붓글로 한 획 한 획을 정성스럽게 쓴 글에는 그 사람의 정신이 보는 이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글씨를 연마하며 공부를 오랫동안 한 사람의 글일수록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압도당하며 멈춰서게 된다.

탁마서학회창립전이 지난 11~16일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제3전시관에서 열렸다.

지난 13일 오후 3시 30분에 황재식 회장의 안내로 전시관을 둘러봤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전시관에 어울리는 말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4가지 중의 하나인 서(書)가 탁마서학회의 회원들의 얼굴을 대신했다. 그 사람이 쓴 글씨 또한 그 사람이다. 글씨를 뚫고 나오는 맑고 고요한 정신이 전시관을 꽉 채웠다.

이번 전시에는 70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황재식 탁마서학회 회장은 '2015년에 77인의 서우들이 모여 진재 이성곤 선생님의 주도하에 (사)한국서가협회 김해지부를 창립하고 2016년에 (사)한국서가협회 경상남도지회를 부산에서 분리 독립해 경상남도서예전람회를 치렀고 지도 선생님의 당호인 '탁마서재'에서 이름을 따서 탁마서학회를 창립하고 첫 전시회를 연다'고 했다.

진재 이성곤 개막식 행사 모습.
 진재 이성곤(지도 선생님). 당호가 탁마서재이고 이 이름 따 '탁마서학회'를 창립했다. 개막식 행사 모습.

이동의 사무국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서 '서학회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단순히 서예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학문적인 것도 갖추고 인문 이론적인 것을 하면서 서예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서 '서예는 단순히 글자만 잘 쓰면 되는 것이 아니다. 바른 스승 아래에서 배워야 하나 참 스승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서예는 잘 가르치나 인성이 안 좋거나, 인문학적 소양이 덜하거나, 다른 행실이 안 좋은 경우도 있다. 운필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인품, 역사, 경전 등을 잘 알고 인생도 잘 살아오신 분에게서 잘 배우고 싶다. 두루 갖춘 분을 스승(진재 이성곤)으로 모시고 인생과 서예를 서학으로 잘 배우고 있다.'고 했다.

탁마서학회창립전 도록 표지화인 겸재 정선의 정문입설도(程門立雪圖)는 송나라 때 양시와 유작이 배움을 청하러 '정이'라는 스승을 찾아갔을 때 스승이 명상에 잠겨있었다. 눈이 무릎까지 찼는데도 깨우지 않고 있다가 스승이 명상에서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제자가 스승에게 배움을 청하는 공손한 태도와 정자 앞에서 눈을 맞으며 기다리는 태도는 배움을 간절하게 원하는 자의 표본이 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탁마서학회가 추구하는 정신이다.

김수민 회원(28)은 한문과 서예를 겸하고 있으며 한국국립번역연구원에서 고전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서학을 시작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고전 번역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탁마서학회의 유망주로 가장 나이가 어리고 열성적으로 배우고 있는 회원이다. 앞으로 서학 발전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큰 김 회원에게 전화와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떤 마음으로 서학을 배우고 있는지, 발전 방향과 전승적인 측면과 대중화 등에 대해 물었다.

김수민 작 초서.
김수민 작품 '한용운 선사 시 설야' (초서체)
서산위옥설여해 금한여철몽여회/ 철창우유쇄부득 야문종성하처래
감옥 두른 산에 눈은 쌓여 바다 같은데/ 이불은 쇠처럼 차고 꿈은 재인양 싸느랗다/철장조차 잠그지 못하나니/ 한밤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

'조선시대는 서간문이 대부분 '행초서'라서 행초서를 모르고는 판독이 어렵다. '해서'는 서예를 통해 다양한 이체자(異體字)를 배우게 되는데 문집에도 이체자가 많아 고전공부에 도움이 된다. 글씨를 쓰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한 글자라도 잘 쓴 것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고유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측면에서 많은 분들이 서예를 익히면 좋겠다. 대부분 퇴직 후에 하는데 넓고 깊은 서학의 세계에서 변죽만 울리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사람을 볼 때 글씨가 중요한 하나를 차지하고 중요하게 여겨져 왔는데 인터넷 보급으로 그 중요성이 상실돼 안타깝다'며 이어 '대중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서예를 가르칠 지도자의 양성이다. 서예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줄었고, 예전에 많던 서예교실도 거의 사라졌고,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아 배울 곳이 없는 형편이다. 대중화를 위해 바르게 가르칠 지도자와 배움을 접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추어 져야 한다'고 했다.

탁마서학회는 붓글씨 쓰는 재주를 익히고 작품전시를 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서 서예의 이론과 미학적인 측면을 공부하고 발표하는 단체다. 탁마(琢磨)는 고전 중 시경(詩經)에서 온 말로 '저 기수 물굽이를 바라다보니, 푸른 대나무가 의의하도다. 아름답게 문채 나는 우리 님이여, 깎고 다듬고 또 쪼고 간 듯하도다. (첨피기욱, 녹죽의의, 유비군자, 여절여차, 여탁여마 -瞻彼淇奧, 綠竹 ,有匪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라는 말에서 온 말이다. 다른 서학회들과는 다르게 학술적으로도 연구를 통해 글씨와 고전을 함께 아울러서 연구하는 단체다.

탁마서학회의 취지문에서 '서예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양문화의 유산으로 그 독특한 풍격(風格)과 매력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오고 있다. 서예가 지니고 있는 현묘한 의미 즉 문자향과 서권기의 경지를 터득했을 때 그 지고한 정신적 내면세계에 이르게 되며 인격함양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참다운 스승을 구하기 힘든 시대에 탁마서학회에서 참 스승과 제자의 만남으로 서학이 발전하고, 인격이 함양되고 전통이 현대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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