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2 00:59 (월)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 딜레마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 딜레마
  • 박슬옹 기자
  • 승인 2024.06.13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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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옹 사회부 기자

최근 한 유튜버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영상을 올리자 사적 제재와 2차 가해 논란이 불붙고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지난 2004년 44명의 고등학생들이 울산에 있는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들은 피해자와 그 여동생 등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기도 했다. 사건에 연루된 44명 중 10명은 기소됐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이들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이 지난 올해 한 유튜버가 이들의 신상을 밝히는 영상을 올리며 사건에 대한 이목이 다시 집중됐다.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당시 처벌이 너무 솜방망이라고 지적하며 댓글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 영상의 영향으로 가해자들 중 일부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하거나 정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사적제재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이러한 방식의 신상 공개가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될 여지가 있고 자칫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혹은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일 경우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근 밀양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한 곳인 한국성폭령상담소는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영상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신의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 측과 메일로 대화를 나눈 후 가해가 44명을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공지를 작성했다는 유튜버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상담소는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에도 피해자 가족들이 신상 공개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즉각 반영되지 않았고 뒤늦게서야 글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희생시키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향후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 반영 없이 제3자가 이 사건에 대해 공론화하는 것은 피해자의 안녕과 안전을 해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사건 공론화, 가해자 신상 공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음에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양분되고 있다.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과 그럼에도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은 사법체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분위기이다. 그중 국민들이 범죄자의 신상을 알리는 사적제재를 막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가장 많다.

이들은 유튜버의 사적제재가 불법적인 요인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나 사법체계를 통해서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최소한의 정의 실현을 위해 이러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가장 원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사건 재판 당시 국민들이 합당하게 받아들일 만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과 경찰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고질적인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양형 기준이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는 법과 제도에 기반해 형을 선고하고 있어 양형위원회의 권고 형량과 법정 형량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이해하지만 국회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준 개정에 목소리를 내줘야 실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해자들을 심판하는 재판을 통해 확실한 처벌이 이뤄져야만 피해자의 2차 가해도 막으며 국민들의 공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 현행 사법체계를 바꾸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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