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서남부나 멕시코는 50℃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의 해수면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서태평양은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바뀌는 시기이고 이번 여름에 한반도에는 역대급의 폭염이 예상된다. 이런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가장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 탄소(carbon)다. 탄소와 산소 2개가 결합된 이산화탄소(CO2)는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탄소란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일까?
탄소는 지구의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들 중에 15번째로 풍부하며, 우주에서 수소, 헬륨, 산소에 이어 4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탄소는 우리 몸에서도 산소 다음인 두 번째로 풍부한 원소(18.5%)이다. 생명체는 유기체(有機體)이고, 유기체는 유기물(有機物: 탄소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생명 활동에 참여하는 화합물)로 이루어진다.
탄소가 생명분자의 기본 물질로 선택된 것은 탄소 원자가 갖는 물질적 특성 때문이다. 금속처럼 무겁지도 않고, 수소처럼 가볍지도 않고, 헬륨·네온·아르곤처럼 너무 안정적이지도 않다. 탄소는 주기율표의 중간쯤에 자리하면서 전자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전자를 공동소유하며 다른 원자를 껴안는 것을 '공유결합'이라고 한다.
또, 탄소는 외각에 4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4방으로 다른 원자들을 껴안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모든 특징이 생물의 탄생과정에서 탄소를 기본 원자로 선택한 이유이다. 이렇게 탄소는 탄소와 탄소 사이 또는 탄소와 질소, 산소, 황, 인 같은 다른 원자와 공유결합을 통해 생명 분자들을 만들어 간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몸은 탄소 화합물이다.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소를 공유결합시켜 포도당을 만들고, 그 포도당이 밥이 되고 빵이 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된다. 탄소 화합물인 우리는 또 다른 탄소 화합물인 음식을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생명에 필수적인 탄소는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CO2)로 존재한다. 공기 중에 0.04%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태양에너지로 가열된 지구가 이 열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열을 빼내기 위해 지면에 흡수된 태양에너지는 적외선으로 바뀌어 지구 밖으로 방출된다.
이때, 공기의 약 99%를 차지하는 질소(N2)와 산소(O2)처럼 같은 원자로 구성된 이원자 분자와 0.93%를 차지하는 아르곤(Ar) 같은 단원자 분자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는다. 반면, 공기에 섞여 있는 미량의 이산화탄소(CO2), 메탄(CH2), 프레온(CFC)처럼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는 적외선 복사의 진동수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 온실가스들이 적외선 복사를 흡수하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이때 주변에 있던 질소와 산소를 함께 움직여서 운동에너지가 커지며 이로 인해 기온이 상승한다. 이산화탄소는 100개의 공기 분자 중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 기온이 100도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탄소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 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