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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통수권⑨ 3년 묵은 쑥을 구하는가
특허통수권⑨ 3년 묵은 쑥을 구하는가
  • 경남매일
  • 승인 2024.06.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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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병에 3년 쑥을 구하는가
특허를 적금 붓듯 저축하여
특허마인드 긴장을 유지하고
조직 창의력 근육 강화하라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지금 왕업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마치 7년 된 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이라도 쑥을 모으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그것을 얻지 못할 것이고, 지금 인(仁)에 뜻을 두지 않으면 종신토록 근심과 부끄러움을 안고 죽음이나 패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맹자(孟子)의 말씀이다. 평소에 쑥을 말려두지 않고서 병을 깊어진 것을 알고 나서야 3년 묵은 쑥을 구하러 다니면 어찌 병을 제때 고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왕업(王業)을 이루고자 하는 자라면, 쑥을 모아 두듯 평소에 널리 인(仁)을 베풀어 두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맹자께서는, 지금 쑥이 없다고 해서 맥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나가서 쑥을 구해두라고 한다. 그래야만 언젠가 필요한 때가 올 때 쑥을 구하러 돌아다녀야 하는 난감함을 피할 수 있다. 사람이나 기업도 다르지 않다. 큰일을 도모하고 있다면 좀 지체되었더라도 지금 즉시 준비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행동하기 가장 이른 때라는 말씀이다.

최근 특허 취득을 서두르는 고객이 많다. 대단한 발명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비즈니스에 시급히 필요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아마 입찰 등의 평가에서 가점이 있거나 기술력 혹은 분쟁 억지력을 보여주어야만 할 상황일 것이다. 아무리 서둘러도 출원 준비와 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보다 특허 받을 만한 발명이나 그것을 창출할 역량이 있는가가 더 문제다. 발명 역량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뚝딱 생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허는 잘 알다시피 기업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시장지배력이라는 본래의 기능은 제쳐두고라도, 핵심역량을 과시하고 타인의 편승을 예방할 수도 있으며, 기업의 기술력이나 신뢰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장식적 효과도 쏠쏠하다. 게다가 공공기관 입찰, 연구개발 지원 사업 평가, 조달제품 선정 등에서는 특허 건수가 주요 평가 척도가 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같은 물권적 자산이기에 필요할 때는 현물출자, 자본편입 등과 같은 다양한 재무적인 활용의 길도 있다.

문제는 평소에 특허 확보에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병이 깊어지고 나서 3년 묵은 쑥을 찾아 헤매듯이, 상황이 닥쳐서야 허겁지겁 서두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수시로 기업인들에게 특허를 적금 붓듯 저축해야 한다고 일러두곤 한다. 해마다 일정 건의 출원을 정기적으로 누적시켜 두어야 하는 것은, 특허 본연의 권리적, 장식적 혹은 자산적 의미를 떠나, 더 중요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조직 내 특허 마인드의 긴장감과 그 확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허는 기업이 생산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시장에 공급하는 데 그 존재이유로 하지만, 그 과정에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독자의 기술도 창출된다. 이 기술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데 있어 당장의 제품보다 훨씬 더 귀중한 가치일 수도 있다.

기업 현장에서 창출되는 기술은 사람의 지적 활동에 나타나는 무형의 존재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기억에서 사라져 망실되고 만다. 아이디어는 워낙 휘발성이 강한 것이라 제품 등을 통해 공개되면 금세 보호가 불가능한 공지 기술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특허출원을 정례화 및 일상화해두면 모든 조직원들의 특허 마인드가 항상 긴장 상태로 유지되므로, 그런 아까운 기술의 망실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 특허 마인드의 긴장이 유지되면 조직원들의 창의력 근육이 강화된다. 창의력은 지적 근육이다. 건강한 근력을 유지하는 데는 어쩌다 갑자기 단번에 과도하게 힘을 쓰는 것보다 매일 꾸준히 조금씩 노력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창의력도 마찬가지로 갑자기 불쑥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훈련과 지적 관심을 통해 강화되고 깊어지며 넓어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특허출원 건수를 자랑하는 여러 대기업들도 초기에는 연구원들에게 특허출원을 강제 할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를 통해 연구원들의 발명 창출 역량이 놀라울 정도로 급속히 상승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다.

그리고 꾸준한 특허 저축은 연구개발 노력의 성실성도 역시 축적한다. 기업들의 특허 이력을 둘러보면, 벼락치기 공부하듯 단번에 많은 건의 특허를 출원했다가 장기간 잠잠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매년 꾸준히 출원을 지속하는 기업이 있다. 아무래도 꾸준히 출원하는 쪽이 건강한 연구 조직 하에서 연구개발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실제로 여러 지원 사업에서는, 최근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 특허출원 건수를 기초로 배점을 차등화하여, 연구 노력의 성실성을 평가한다.

기업이 특허출원을 성실히 해두면 그 기업이 어떤 기술 진화의 경로를 거쳐 생존과 성장을 이어왔는지 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모든 기업은 부단히 기술을 개선하여 새로운 경지로 전환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한다. 그렇게 중요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기술이 바로 핵심역량이다. 이러한 핵심역량은 유동성을 가지고 있어 시대 상황에 맞추어 변화하며 흘러간다. 특허출원을 제때 때맞춰 해두면 그 핵심역량의 변화 이력이 특허에 그대로 반영되게 되므로, 그 기업의 연구개발 및 혁신 노력과 함께 창의력과 그 진화 및 생존 과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기업의 역동적 역사성과 그 신뢰를 뒷받침하게 된다.

무릇 저축이란 위급할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잘 축적된 특허는 다른 기업과의 분쟁에서 공격 무기로 혹은 평소 적절한 상황에서 장식적 재무적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런 특허의 본질적 기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조직원들 개개인에게 체화된 창의력 근육과 특허 마인드이다. 조직원들의 창의력 등 역량은, 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을 때, 위기 타개 혹은 방향 전환의 길을 뚫어내는 믿음직하고도 강력한 동력원이 되어줄 것이다. 이는 바로 기업의 위기를 풀어주는 '3년 묵은 쑥'이 아닌가. 그러니 지금 기업 전체에 특허 저축 습관이 깊숙이 스며들게 하여, '3년 묵은 쑥'을 넉넉히 모아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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