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뱀장어가 알을 낳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뱀장어 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을 낳지 않는데 어떻게 번식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 결과 온갖 종류의 황당한 이론이 탄생했다.
서양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가 변해 뱀장어가 된다고 믿었으며, 플리니우스는 뱀장어가 어미 물고기의 피부 조각에서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18세기에는 말의 꼬리털에서 뱀장어가 태어난다는 생각이 성행했고, 19세기 후반까지도 유럽에서는 소형 딱정벌레가 뱀장어의 진짜 부모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뱀장어의 산란습성은 20세기에 들어서야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1922년 덴마크의 해양학자 요하네스 슈미트 박사가 북대서양에서 뱀장어의 유생인 렙토세파루스를 살가소 해역에서 채집하여 인근 뱀장어가 버뮤다 섬 부근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산란하다고 추정한 것이 유일한 성과이다. 동양에서는 일본의 동경대학 해영연구소 조사팀이 지난 1991년부터 필리핀해역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를 2006년 과학잡지 'Nature'에 발표하여 한국산을 포함한 극동산 뱀장어의 산란장은 필리핀해역의 마리나 군도 서쪽 해산(해산)의 사면(사면)인 것으로 밝혔지만, 아직도 뱀장어 산란 장면이나 산란한 란 자체를 채집한 사례가 없어 정확하게 뱀장어의 산란장을 조사 했다고는 볼 수 없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간 생활하다가 번식 가능한 나이가 되면 수천㎞나 떨어진 바다를 향해 기나긴 산란 여행을 떠난다. 이때의 뱀장어는 소화기관이 퇴화해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천신만고 끝에 산란장에 도착한 암컷 뱀장어는 바닷속에서 성적으로 급히 성숙해 산란을 마친 뒤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한다. 수컷 또한 정액을 뿌려 수정을 마친 뒤 죽는다.
바닷속에서 부화한 뱀장어는 어미와 전혀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다. 뱀장어의 유생은 무색투명한 모습인데 대나뭇잎처럼 납작하게 생겼다고 해서 댓닢 뱀장어라고 부른다. 이는 깊은 바다에서 해류를 따라 어미의 고향까지 쉽게 이동하기 위해 진화한 모양이다.
밀양과 김해평야 인근 하천 및 도랑에 살던 장어들이 10월이면 낙동강에서 한 달 동안 바닷물에 적응하기 위해 훈련을 한다. 바닷물에 적응한 장어들은 태평양 심해로 산란을 위해 먹지도 않고 헤엄쳐 간다. 산란한 치어들 즉 댓잎뱀장어는 귀소본능(歸巢本能, homing instinct)에 의해 3~5월까지 실뱀장어가 되어 서낙동강 등을 통해 돌아오는데, 녹산 등지에서는 이 실뱀장어를 잡아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