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20:14 (수)
건강·장수 지름길 '친환경'·'비타민' 벗어나야 찾을 수 있어
건강·장수 지름길 '친환경'·'비타민' 벗어나야 찾을 수 있어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4.06.06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 농업 혁명'서 찾는 건강
지력 잃은 땅서 나온 친환경 농산물 영양 부족
비타민 '영양주의' 만능 아냐… 식습관 개선 필요
새 토지 농법 전환 제안… 퇴비 부숙기간 요망
장내 유익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 적극 길러야
'친환경' 넘어 '진(眞)환경'으로 가는 도시농업
조권호 그린볼텍스 대표 겸 신라대 도시농업과정 교수는 새로운 토지 농법 도입을 제안했다. 사진은 농사하고 있는 농민.
조권호 그린볼텍스 대표 겸 신라대 도시농업과정 교수는 새로운 토지 농법 도입을 제안했다. 사진은 농사하고 있는 농민.

가공식품과 합성 화학물질을 통해 만들어지는 농산물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지금 시대에서 '친환경' 생산물은 건강과 장수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됐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이뤄졌던 자연스러운 농법이 현대에 이르러 '미래 농업'으로 각광받는 현실이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친환경'적이지 못했는가를 드러내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다만 비록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한들 과연 인체에 그 효능이 잘 적용될 수 있는가, 정말로 유익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지 않다. 이에 관한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농업의 배신과 '영양 부족'

지난 1936년 미국 상원은 미국 국민의 건강과 식습관에 관한 문서 하나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현대에 이르러 99% 이상 미국인들이 식탁에서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심지어 가공식품을 전혀 먹지 않고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조차 미네랄과 비타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인류는 과일과 채소를 아무리 먹어도 필수적인 영양의 결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동식물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미네랄을 보충하지 않으면 미국 국민과 인류는 심각한 미네랄 부족 상태에 빠져들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농사를 지은 토양에 충분한 미네랄이 없을 경우 과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해도 '영양부족'에 빠질 수 있다.
농사를 지은 토양에 충분한 미네랄이 없을 경우 과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해도 '영양부족'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가공식품이 아닌 과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조차 '영양 부족'에 빠지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유는 당시 미국 대부분의 토양에 충분한 미네랄이 없었던 것이다. 20세기 들어 미국은 화학비료 등 염류가 과도하게 함유된 합성농약을 토양에 투입, 농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대지의 '지력'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전 지구적인 지력 파괴 농법을 행했고, 또 그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 및 개발회의'에서는 전 세계의 토양 내 무기질 영양소의 지속적 감소를 우려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해당 선언문을 살펴보면 근 100년 동안 전 세계 각 대륙의 토양 내 무기질 감소는 북미 85%, 남미 76%, 아시아 76%, 유럽 72% 등의 수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전 지구적인 지력 파괴의 결과,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이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한들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조권호 그린볼텍스 대표 겸 신라대 도시농업 과정 교수는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원래 농작물에 포함돼 있어야 할 60여 가지의 미네랄을 섭취해야 한다"라고 하며 "그러나 연작과 화학비료 사용을 통해 지력이 파괴된 땅, 또 여기서 나오는 산물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영양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우리 현대인 질병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936년 미국에서 많은 현대인이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문서가 발표됐다. 사진은 비타민 등 알약.
1936년 미국에서 많은 현대인이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문서가 발표됐다. 사진은 비타민 등 알약.

▶'건강 식습관'의 배신

혹자는 "근대 의학사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의 발견은 인류 식문화사(史)의 혁명이자 인류가 질병과의 전쟁에서 승리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두 성분은 사람의 건강과 장수에 필수적이며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20세기, 미국 의학계는 이 두 성분이 지력을 빼앗긴 토양 산물의 영양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이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이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풍요로운' 미국에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 즉 비만이 급증하기 시작, 지난 1975년에는 한 해 의료비가 약 10년 전보다 4배나 증가한 1180억 달러가 지출됐고, 이 중 25%의 비용이 비만에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비만 뿐만 아니라, 이른바 '현대인의 질병'이라는 암,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하자 미국 의회는 에드워드 케네디, 조지 맥거번 의원을 공동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 시작한다.

논의의 결과 탄생한 것이 현대인의 병에 대한 교과서라고 일컬어지는 '맥거번 보고서'(1977)이다. 수많은 석학이 참여한 보고서는 19세기 말부터 유럽과 미국 등 지역의 식문화 변천과 역사적 관계를 추적했고, 5000여 페이지가 넘는 현대병의 원인을 규명했다. 해당 보고서는 비만, 암, 고혈압, 심근경색, 당뇨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신과적 증상마저 '식생활'에서 기인한다고 평가한다. 또 지금의 식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첫째,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일 것'. 둘째, '영양소가 좋은 음식을 먹을 것'. 셋째, '비타민과 무기질을 섭취할 것' 등으로 결론지었다.

당시 이 보고서는 타당한 결론으로 받아들여졌으나, 2024년인 지금에 이르러서는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공된 비타민과 무기질을 아무리 섭취한다 한들 현재 전 지구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현대병'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영양주의'의 함정이다.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만 인위적으로 골라 섭취한다면 건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적' 발상은 인체의 복잡하고 복합적인 성격을 간과했을 뿐만 아니라, 토양의 필수성분과 인체의 상호관계성 또한 간과한 것이 됐다. 이 큰 착각은 우리로 하여금 '영양 만점' 식사를 통해 건강을 지켜나간다고 믿게 만들고 있다.

건강 농업 건강 식문화 위해

장내 미생물과 인체 상호 간의 영향을 그림으로 나타낸 모습. / 질병청
장내 미생물과 인체 상호 간의 영향을 그림으로 나타낸 모습. / 질병청

그렇다면 이른바 '영양 불균형'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조권호 그린볼텍스 대표 겸 신라대 도시농업과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기존 토지 농법의 전환. 즉 기존 지력이 파괴된 토지에서 농사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농법 도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농진청은 새로운 농법 도입의 일환으로 남해 바닷물을 이용한 농사를 했다. 희석된 바닷물을 농작물에 투입하고, 적절한 해풍을 통해 72가지 미네랄을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영향균형적 생산을 이뤘다.

둘째, 퇴비의 과학적 사용. 지력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은 화학비료다. 반면 지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주된 요인은 축산퇴비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만 조 대표는 다음의 주의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퇴비에는 병원성 균이 있다. 이 병원성 균이 있는 퇴비를 사용할 경우 결국 농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퇴비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충분한 부숙기간을 거치고 유익한 균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기존 '영양주의'의 탈피. 우리가 식품을 섭취하고 비타민 등을 보충하면 '영양 만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상의 '지력이 회복된' 토양의 산물을 섭취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 즉 장내 유익한 미생물의 성장과 활성을 돕는 미생물 등을 적극적으로 길러야 한다"며 "사람의 장(腸)은 제2의 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체의 질병과 면역에 많은 관여를 하고 있다. 또한 사람의 질병의 대부분이 장의 마이크로바이옴과 크고 작게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요즘 농사의 맹점은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다. 빨리, 많이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지 정작 소비자의 '몸'을 생각한 농사를 하지는 않는다"며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진(眞)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자연 그대로의 토양과 진정한 식습관이야말로 우리의 건강과 장수를 이어주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세균 관련 연구 모습.
2차 세계대전 이후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세균 관련 연구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