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충청도인 필자는 깻잎장아찌는 자주 먹어도 콩잎장아찌나 콩잎김치는 먹지 않는다. 대부분 콩잎은 소여물로 알고 있지 사람이 먹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데 30여 년 전 진해에 살 때 매년 여름이면 풋내가 향긋하게 나는 시원한 콩잎물김치를 사러 경화 장(場)에 가서 사다 종종 국수를 삶아 먹곤 했다. 사실 여름 음식으로 이만한 것도 드물다. 이때 맛을 들여 콩잎물김치의 마니아(Mania)가 되어버렸다.
사실 콩잎을 먹은 것은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통일신라 말의 대학자이며, 문장가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 선생은 '上襄陽李相公讓館給啓(상양양이상공양관급계)'라는 양양이 상공에게 관급을 사양하겠다고 올린 계문에 "관곡(館穀)을 후하게 지급하여 여곽(藜藿)의 식사를 탄식하지 않게 하시고,"라며 명아주 잎과 콩잎으로 끓인 국[羹]인 여곽(藜藿)을 언급했다. ('고운집(孤雲集)' 제1권 계(啓)) 이 내용을 보면 신라시대 이미 경상도에서는 콩잎으로 끓인 국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의례(儀禮)' 공식대부례(公食大夫禮)의 기(記)에 이르기를 "형모는 소고깃국에는 콩잎을 넣고, 양고기국에는 씀바귀를 넣고, 돼지고깃국에는 고사리를 넣으니 모두 활(滑)이 있다"라고 하였다.
이 콩잎물김치는 경상도나 제주도에 가지 않으면 맛볼 수가 없다. 물론 서울에도 없다. 콩잎물김치는 연한 푸른 콩잎을 이용하여 담근 여름 별미 김치이다. 콩잎물김치의 주재료인 콩잎은 콩보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열량이 낮고 이소플라본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식품이다. 콩잎은 예부터 흉년이 들면 도토리나 솔잎과 함께 나물죽의 주재료로 사용된 식재료 중 하나로 가난한 서민들의 보잘 것 없는 밥상의 표상이기도 하다.
잎이 푸를 때 많은 양의 잎을 채취하면 콩의 수확이 줄어들어 대부분의 콩잎 음식은 주로 누렇게 변한 다음에 따서 요리를 하지만, 콩잎물김치는 푸른 잎을 따서 절이지 않고 그대로 담근다. 먼저 풋내를 없애기 위하여 밀가루를 푼 물을 끓여 식힌다. 대구 지역에서는 된장이나 멸치액젓을 이용하여 간을 하고 콩잎을 한 장씩 떼지 않고 2~3장 정도를 붙여 담지만, 경남에서는 소금으로 간하여 20장씩 묶은 콩잎과 채 썬 마늘·생강, 어슷하게 썬 풋고추·붉은 고추를 넣어 담근다.
콩잎은 100g당 76㎉로 칼로리가 낮고 지방 조절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있어 체내 지방 흡수를 낮추고 지방 분해를 원활하게 해준다. 또 사포닌 성분이 함유되어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며,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이소플라본 성분으로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플라보놀 성분으로 인한 항산화 작용으로 고지혈증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테로카판 성분은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올려주어 심근경색을 예방해 주기도 하고 이소플라본 성분은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또한 플라보놀, 플라본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하여 활성산소를 억제해 주어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