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20:14 (수)
한국 '日 잃어버린 30년' 다문화 '역동성'으로 극복
한국 '日 잃어버린 30년' 다문화 '역동성'으로 극복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4.06.03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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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 신화 이제 사라져야
이웃국가 일본보다 고령화 빨라
일본 외국인 노동력 배외 정책
한국 개방 정책 취해… 갈림길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돌파 가능
창녕군 대지면 마늘 농가에서 한국 농민과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마늘을 망에 담고 있다.
창녕군 대지면 마늘 농가에서 한국 농민과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마늘을 망에 담고 있다.

바야흐로 다문화시대다. 지금 한국은 한 사회 안에 다른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로 진입했다. 각국의 사람들이 K-컬처에 반해 한국을 찾아오고 있으며, 수많은 유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해 국제결혼 비율이 전체 혼인 건수 중 약 1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다문화 가정은 우리 이웃으로 다가왔다. 이제 다문화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최근 이러한 배외주의는 증가하는 추세다. '단일민족'의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다만 우리 사회, 나아가 한국에 남겨져 있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사실상 '공존'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10년 후를 알기 위해서는 일본을 보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일본은 숙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는 많은 것을 일본을 통해 참고하고 또 극복한다.

현재 일본은 고령화, 저출산, 노동력 감소와 이에 따른 경제적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엔저'의 늪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다시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이 '역동성'을 되살릴 길은 어디에 있는가?

아래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도전적인 문제점인 고령화를 짚어보고, 이에 따른 노동력 부족, 노동력 도입 정책의 변화, 공존의 길 모색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문제

유엔 등 국제기구는 한 나라의 사회에서 노인 비중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일 경우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70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 비율이 7% 이상 이르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1994년 14%에 이르는 '고령사회'로, 2006년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2%를 넘어서며 '초고령화사회'가 됐다.

한국은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 등은 오는 2025년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이상 인구를 처음으로 앞지르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고령인구가 지난 1970년 7%에서 1994년 14%로 비중이 늘어나는 데 24년이 걸렸고, 1994년에서 2006년 20.2%에 이르는 데 12년이 걸렸다면 한국은 2000년 7%에서 2017년 14%로 이르는 데 17년이 걸렸고, 2017년에서 2025년까지 20%에 이르는 데 8년이 걸릴 예정이다. 고령화가 '고령 국가' 일본보다 빠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머지않아 한국은 생산가능 인구와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구의 감소세가 지속돼 국가경쟁력 또한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주요 해결책인 '외국인 노동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한일 주력 취업이민제도 비교. / 고용노동부 일본출입국재류관리청
한일 주력 취업이민제도 비교. / 고용노동부 일본출입국재류관리청

일본과 한국의 외국인 노동력 수용 변화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지만 외국인 노동력의 도입에 대해서는 줄곧 보수적인 정책을 취했다.

지난 1980년대 일본에서는 '황금기' 일본의 엔고를 기회로 삼은 아시아 각국의 노동자들이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 불법체류를 하며 단순노동에 종사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노동력은 필요하나 단순노동자는 금지'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결과 외국 노동력의 유입과 외국인의 영주를 억제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러한 '금지 정책'은 약간 변하기 시작해 1989년에는 출입국관리법 개정 이후 '전문 기술 분야' 외국인 취업자에게 체류자격을 주기 시작했다. 다만 단순노동 목적의 입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재계가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기 시작하자 1991년 일본 정부는 '연수'라는 명목으로 단순노동력 도입을 한정적으로 인정했다. 이를 통해 단순 기능 외국 인력이 합법화됐다.

지난 1993년에는 '기능실습제도'를 추가, 연수 후 2년의 범위 내에서 '고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이 두 체류자격으로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급증했다. 다만 '기능실습제도' 또한 배타성이 강한 정책이었다. 해당 제도는 외국 인력의 체류 기간을 최대 5년, 이직 불가, 내국인과 다른 대우 등을 규정했다. 노동자의 가족 초청도 금지했다.

지난 2012년에는 '고급인력 포인트제'가 시행됐다. 해당 제도는 대학 등의 연구자, 전문 기술자, 기업 경영자 등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다. 일본에 5년간 체류하면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며, 일반 영주권은 인정하지 않는 배우자의 취업 및 부모 등 가족의 체류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를 통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일본의 연구 개발력을 향상시키려고 했다. 다만 해당 제도의 효과는 적었다.

지난 2019년 일본은 '특정기능' 재류자격을 신설했다. 이 '특정기능'은 '특정기능 1호', '특정기능 2호'로 나뉘는데, 특정기능 1호란 노동력으로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통상 5년간 14개 업종(건설, 조선, 자동차정비, 항공, 숙박, 농업, 어업 등)에서 취업이 가능하다. 특정기능 2호란 특정기능 1호의 수료자(5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체류자격이다. 이 중 건설, 조선 두 업종만 특정기능 2호의 대상으로 돼 있다. 2호의 체류 기간은 무제한이다. 이후 기능실습제도와 특정기능 제도는 공존한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그동안의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하고, '육성취업' 제도를 도입했다. 미숙련 노동자로 입국한 외국인을 일정 기술이 필요한 '특정기능 1호' 수준으로 끌어올려 중장기적 체류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육성취업제도의 목적이었다. 해당 제도의 시행으로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는 비로소 '전직'이 가능해졌고, 내국인과 그나마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을 살펴보자. 한국은 일본에 비해 외국인력 도입 제도화가 늦은 편이다. 한국은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고도성장에 따라 1990년 인력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 국내 중소기업의 만성적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연수를 통한 선진기술 이전을 명분으로 저숙련 외국인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주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유휴인력을 도입해 중소기업 현장에 근무하도록 해 우리나라 기술을 연수시키고 노동력을 투입했다. 다만 내국인과 동등한 근로조건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산업연수제도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탈로 인한 불법체류 증가, 인권침해 등 국내외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8월부터 심각한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제조업이나 3D업체 부문의 사업체들에 해외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고용허가제 아래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1년마다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갱신하며 최대 5년 이내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근로조건이나 노동관계법, 사회보험의 적용에서 내국인 근로자와 동등한 자격을 가지며, 외국인 근로자는 정해진 기간 지정된 사업체에서만 일할 수 있었고, 전직은 불가능했다. 지난 2006년까지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가 병행돼 이뤄지다가 2007년 1월부터 고용허가제로 단일화됐다.

2022년부터는 계절근로자 제도가 시행됐다. 해당 제도는 기존 고용허가제 아래의 외국인 노동자에 더해 유학생, 특별체류 허가자, 문화예술, 구직 자격 외국인 등 외국인 인력의 도입 대상을 크게 확대했으며, 성실근무 외국인 노동자는 체류자격을 변경해 주거나 재입국 기회를 보장하는 등 혜택도 늘렸다. 근로자의 참여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각종 규제성 절차는 폐지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점검 등이 이뤄지며, 근로자에게 귀책 사유가 없을 시 근무처 변경도 허용했다.

일본 주력 취업이민제도 변화. / 일본출입국재류관리청
일본 주력 취업이민제도 변화. / 일본출입국재류관리청

▶개국의 한국, 쇄국의 일본 앞으로는?

이상을 살펴보면 약간의 기간 차이를 두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 모두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외국인 인력을 서둘러 수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은 분명하다. 바로 개방성과 배타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본은 줄곧 저숙련 노동자를 배척하고, '고급 인력'만을 수입하는 정책을 취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동등하지 못한 대우를 받았다. 반면 한국은 한동안 저숙련 노동자를 배척하는 정책을 취했으나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업종의 차이만 있을 뿐, 내국인 근로자와 같은 조건 아래에서 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문을 개방하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이 부문에 있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은 많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일본이 지난 1980년 황금기 그 특유의 경제적 '역동성'을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린 30년'은 무관하지 않다고 한입으로 말한다. 한국의 거울이자 한국보다 10년을 앞선다는 일본,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과 같은 '개방성'과 '역동성'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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