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9 05:03 (금)
시와 삶과 사유의 길목 안으로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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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5.30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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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넘기기 20
조동숙의 책 ‘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흐리고 반짝이는 순간들 성찰
즐거움·기쁨 찾아 아름답게 살기
조동숙의 책 '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책표지.
조동숙의 책 '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책표지.

작가는 읽고 쓰는 기쁨을 향유하는 사람이다. 그 기쁨을 위해서 활자를, 세계를, 소소한 것들을 사랑한다. 일상에 지나가는 것들을 붙잡고 생각한다. 모래처럼 많은 일들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 모래들은 흘러가고 사유의 모래들은 퇴적돼 작은 섬을 만든다. 섬을 가꾸면 작품이 된다.

'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시가 있는 에세이집을 쓴 조동숙 작가는 소중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음의 세계가 어떻게 놓여져 있는지 궁금한 것이 많다. 책을 읽고 또 읽고 그러다가 시를 쓰고 시를 쓴 자신의 작품에 인문학의 향기를 입힌다. 한마디로 욕심이 많은 작가다. 작가가 사랑했던 철학자들과 고전작품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 인용구절들만 새겨도 격언집을 읽은 효과가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시성(詩聖)이자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사랑의 시인 단테 알리기에르와의 가상 대담'도 있다. 인터뷰어가 된 조동숙 작가가 단테를 인터뷰한 것이다. 물론 가상이다. 작가의 인문학적 깊이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조동숙 작가의 '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책 구성은 작가 자신의 시와 그에 맞는 인문학 에세이가 한 짝을 이룬다. 자신의 시를 가지고 풀어내는 성찰 속으로 찬찬히 걸어가며 작가의 말에 귀 기울여봐도 좋다. 마음에 꼽히는 작가의 작품을 발췌했다. 일부는 편집된 발췌다.

나의 가없는 그리움인 그 집, 외가댁의 고택은 내 문학의 시원(始原)이 됐다.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외가의 고택은 이미 내 인생의 중심에 굳건히 자리하여 삶의 힘을 보태고, 삶의 태깔을 다듬어 주고 있다.('그리움의 빛깔들'에서)

글쓰기를 통해 자아탐구를 시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글쓰기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이며 그것으로 자신을 보다 깊고 선명하게 알게 된다고 한다. 불우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마음의 응어리를 해소할 수 있고 치유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가끔씩 이긴 해도 이전에/ 대출한 책을 읽고 반납한 후/ 한참을 지나 다시 대출해 읽어갔을 때/ 낡고 삭은 그대로 책갈피 깊은 곳에서/숨죽이고 있던 내 이름이 인쇄된/ 대출확인증을 접하면서 얼마간/ 생각의 갈래에 휩싸이곤 했다// 저자의 시 (도서관 대출 확인증, 2연)

'나는 유년기에서 소년기로 접어들면서 무엇으로 삶의 목표를 삼고,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의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책 읽기가 삶 속으로 들어왔다. 썩 드문 일이긴 해도 어떨 땐 기적같이 머리 안으로 빛다발이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날들도 있었다'고 하며 '나는 연구실보다 도서관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곳에 가면 일상생활에서 위축됐던 마음도 본래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었고, 소소한 기쁨과 보람들이 풍선처럼 팽팽하게 차오르기도 했다. 부질없이 들뜨거나 상처받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치유하며, 나를 쓸모 있게 다듬기 위해 갔던 곳'이라고 한다.('도서관 연가'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시절이나 어떤 장소에 각별한 애착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유·소년기를 외가에서 많이 보냈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그 장소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보내던 그곳은 인정어린 말소리와 넉넉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광채 나던 곳이었다. 백열(白熱)의 여름, 그 한창때 꽃잎들이 연방 피어나서 오래 머물러있던 목백일홍으로 남모를 즐거움이 고조됐고 발긋발긋한 흥취도 솟아났다.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외가 자미정 뒤편에 자리한, 백일홍의 품격을 아로새기며 더러는 내 삶의 지향점을 점검해 보곤 했다.('나의 기다림 목백일홍'에서)

무수하게 내리며 나에게로 오던/ 길들 위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겨우 숲속으로 나 있던 하얀 길에/ 발을 디뎠을 때 나무들이 윙윙/ 대각선의 기둥으로 돌고 있었다.// (저자의 시 '멀고 싶은 길' 1연)

우리는 늘 인생이라는 길고도 먼 길 위에 있다. 중요한 것은 살아온 길, 지나온 길을 거울삼아 살아갈 길, 나아갈 길을 가늠하는 일이다. 삶의 곳곳에서 마주치는 여러 갈래의 수많은 길들은 우리의 인생대학이라 하지 않는가. 선택과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 삶의 길이기도 하다. 우리의 인생은 선택과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그 자체라 할 것이다.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로서 자신의 정체감을 높여준다. ('나에게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삶의 길 위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무엇이 남았는가. 결국은 물건이 아니라 추억이고 태도이고 생각이다. 그 생각들이 나에게 무엇을 일깨워줬는지를 생각해 볼 때다. 우리가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할 것은 희망과 긍정이 아닐까. 조동숙 작가의 '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의 책 제목의 수식어인 '세월이 일깨워준 긍정과 희망'을 적어보자. 발걸음이 저절로 씩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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