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07:12 (목)
12월의 키스 - 김 새 하
12월의 키스 - 김 새 하
  • 경남매일
  • 승인 2024.05.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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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키스  - 김 새 하

수천의 씨앗을 만들 때까지 꽃인 줄 몰랐다
햇빛과 피로 빚은 장막을 쳤다
몇 개 없는 젖을 서로 빨려고 덤벼든 아이들을  모두 품고 있는 동안
빈손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이별의 계절을 맞은 아이들을 보낼 때 녹아 붙 은 살이 같이 떨어졌다
군데군데 드러난 뼈에 스치는 마지막 달의 상처
바람을 계산하지 않고 동화되어 가는 밤이었다

나같이 곁에 선 너와
바스러져 갈 때 더욱 밀착하는 이파리들과 같이 겨울을 걸어간다
어깨를 기대 본 적 없는 치열한 아침의 서정처럼

우리는 슬프지 않아도 울어야 하고
슬픈지도 모를 만큼 견딘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야 한다

어쩌면
잃어버리지 않은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향기가 사라지고 꽃가루 흩어져도 뿌리 박힌,
꺾이면 이별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꽃이구나

낙화하는 것은
원하고 원했던 끝으로 가는 것

다시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는 꽃으로 태어나 나비 속으로 들어간다

 

시인 약력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고, 2017년 계간 『시현실』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최치원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계간 『시작』으로 등단하였다. 경남문협, 창원문협, 민들레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영남시 동인이며 문예지 『시인들』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천의 씨앗을 만들 때까지 꽃인 줄 몰랐다햇빛과 피로 빚은 장막을 쳤다몇 개 없는 젖을 서로 빨려고 덤벼든 아이들을 모두 품고 있는 동안빈손으로 겨울을 맞이한다이별의 계절을 맞은 아이들을 보낼 때 녹아 붙은 살이 같이 떨어졌다군데군데 드러난 뼈에 스치는 마지막 달의 상처바람을 계산하지 않고 동화되어 가는 밤이었다

☞  들꽃의 새싹이 자랄 때는 그것이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다가 꽃이 필 때쯤에야 비로소 이름을 거의 알게 된다. 하지만 꽃이 핀다는 것은 세상과는 곧 이별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꽃과 함께 누리는 시간의 기쁨도 별로 오래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기쁨은 어떤 세상의 시름도 잊어버릴 만큼 가치가 있다.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다. 꽃처럼 화려했던 순간도 달콤한 꿀을 먹던 순간도 인생의 시간으로 보면 찰나일 뿐이다. 그래서 사랑은 상처를 받기로 작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훈장이다. - 임창연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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