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0 05:33 (화)
빅블러(Big Blur) 시대
빅블러(Big Blur) 시대
  • 경남매일
  • 승인 2024.05.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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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Blur'란 영어로 '흐릿해진다'는 뜻인데 '빅블러(Big Blur)'는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기존 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기업들이 전혀 다른 영역의 산업으로 진출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며, 생산자와 소비자, 소기업과 대기업, 온·오프라인 등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은 지난 1999년 미래학자인 스탠 데이비스와 크리스토퍼 메이어가 저서 '블러: 연결 경제에서의 변화 속도'에서 ‘블러’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2013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에서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나타날 변화를 설명하며 ‘빅블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해 널리 퍼졌다.

사람과 사물(공간·생물·정보·비즈니스 등)이 물리·가상공간의 경계 없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 보편화되는 사회를 초연결(Hyper-Connectivity)사회라고 한다.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데이터를 교환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존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난다. 이런 것을 빅블러 현상이라고 한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 서비스와 기술이 융합되어 경계가 모호해지며 송금, 대출, 투자 등이 융합되는 서비스이다. 인공지능은 기계 학습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수준의 작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된다.

온라인으로 도서를 팔던 아마존의 변신 또한 빅블러 시대의 대표적 사례다. 아마존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는 물론, 미디어 유통기업을 넘어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금융사로의 확장도 이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지급결제, 은행 계좌, 대출보험 등 경계를 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축적한 1억 4000만 명의 고객은 아마존이 언제든 금융사로 변신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커피전문점으로 78개국에 진출해 있는 스타벅스도 빅블러 사례를 보여준다. 스타벅스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사이렌 오더(Siren Order)' 이용자 수는 미국에서만 234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수천만 명의 이용자들이 사이렌 오더에 충전한 금액은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 800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스타벅스는 이 예치금으로 아르헨티나 은행 방코 갈리시아와 파트너 계약을 맺었고, 실제 오프라인 은행지점을 오픈하며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 또한 기술혁신에 따른 빅블러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 사업에 비견될 만한 규모의 보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로 차량의 주행데이터를 분석, 개별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계산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차량공유회사 우버는 우버이츠(Uber Eats)를 통해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고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애플TV+를 출시했다. 카카오 역시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해 쇼핑, 커머스, 은행까지 전반적으로 산업의 영역을 늘려 가고 있고, 카카오와 비슷한,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합작해서 만든 '라인'은 대표적인 아시아 빅블러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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