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1 22:15 (금)
단추로 연결한 세상, 美의 소통을 보다
단추로 연결한 세상, 美의 소통을 보다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5.19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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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RE-CONNECT; 연결連結 전
GalleryGeoje 다음달 16일까지
단추·의자, 다른 세계 가는 매개체
이영묵 화가
이영묵 화가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문에는 성의 문, 대문, 방문, 창문이 있다. 또 창호지를 붙인 한옥 방문에 구멍을 뚫어 문을 열지 않고 눈으로만 바깥을 보는 구멍을 뚫은 문이 있다. 사람이 입는 옷에도 외부와 내부의 연결 장치인 단추가 있다. 단순한 장식으로서의 단추와 잠금과 열림의 장치로서의 단추가 있다. 마음의 열림 상태에 따라서 모든 단추를 다 잠그기도 하고, 헐렁하게 열어젖히기도 한다.

진정한 소통은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를 뛰어넘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다. 세상과 우리는 얼마만큼 연결돼 있을까? 소통을 위해 마음 문을 열고 있는지, 불안한 세상을 믿지 못해서 마음의 단추를 잠그고 있는지 이영묵의 작품들을 보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난 18일 오전 '이영묵의 RE-CONNECT; 연결連結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거제에 들어섰다. 부산에서 온 철학스터디 팀과 같이 갤러리 안을 둘러봤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먼저 전시 리플릿을 손에 넣었다. 리플릿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단추와 의자는 또 다른 세계로 가는 중요한 매개체로 단순히 사물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넘어, 창작의 중요한 모티브로써 '단추'는 또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문이 되며, 편안하고 한가한 휴식과 사유의 시간을 공유하는 '의자'는 또 다른 예술 세계로 연결되고, 작업의 내면화 과정에서 다양한 색채와 이미지의 변주는 선禪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이영묵 작품을 소개한다.

'이영묵의 RE-CONNECT; 연결連結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거제에서 방문객들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이영묵의 RE-CONNECT; 연결連結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거제에서 방문객들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를 둘러보면서 궁금했던 점은 정홍연 관장과 이영묵 화가에게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물었다.

이 작가는 한국에서 한국화를 전공하며 '색채'에 대한 깊은 연구에 관심을 갖고 일본의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일본화를 전공, 전통적인 한국화의 매력과 일본화 색채학의 융합으로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홍연 관장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동그라미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추'다. 원형과 의자의 그림 속에는 무수한 단추로 꽉 채워져 있다. 기능적으로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고, 또는 상징적으로 또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어주는 의미로 등장한다. 너와 나를, 나와 사회를 연결하고, 전시관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둥근 원형 작품들이 마치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이번 이영묵 특별기획전은 여성 작가로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산맥을 넘어 작가로 다시 '연결Re:Connect'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획전이다"고 밝혔다.

이 작가의 작품에는 너와 나를, 나와 사회를 연결하며 단추의 형태가 연결돼 어느덧 쉼과 사유의 상징인 '의자'가 등장한다. 이 작가는 어느 날 작업에 지쳐 의자에 기대어 살포시 잠이 들었는데 그때 의자와 물아일체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영묵 作 'connect 50-25' 장지에 분채 금분 2019.
이영묵 作 'connect 50-25' 장지에 분채 금분 2019.

이 작가는 늘 부모님과 같이 지내다가 용기를 내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그림을 공부하러 갔다. 유학하는 초반에는 무섭고 겁이 났다. 그러나 문득 부모님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른 세계에 있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마음에 안식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래서 단추를 그리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단추를 한두 개만 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추를 그리니 마음이 안정됐다. 점점 단추 수를 늘려 그리면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꼈고 불안감이 없어졌다. 점점 무수히 많은 단추로 그림을 채웠다. 현실세계에서 상상 세계로 가는 의미를 넣어봤다. 세상으로 나가고 돌아옴이 단추를 열고 닫는 의미와 닿아있다.

이 작가는 "작품과 내가 연결되는 순간에 생각하게 되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상상 속의 세계가 현실이 아닐까. 현실 세계에서 상상의 세계로 간다. 현실과 상상이 바뀐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작가의 '의자' 그림에도 무수히 많은 단추들이 가득 차 있다. 의자 역시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매개체다. 의자에 앉아서 휴식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식사를 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사물이다. 의자에 앉아서 다른 세계로 드나드는 것이다. 물리적 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신세계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진정한 작품은 작가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보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거기서부터 사유를 펼치게 한다.

이영묵 화가 작품.
이영묵 화가 작품.

부산에서 온 한 관람객은 "단추는 주로 자신이 열고 닫는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단추 너머로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왜 재연결인가? 소통이 끊어진 사회를 연결한다는 의미인지?"라는 소감을 전하면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했다.

가는 세필로 반복해서 동그라미를 그린 작가는 자신을 갈고닦는 구도자의 길을 걸어간 듯했다. 소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싶지만 왠지 불안한 사람들이 이 작가의 그림 의자에 앉아 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영묵 화가 프로필

☞ 동경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일본화과 대학원 졸업. 개인전으로 2023 'Connect:my' 서울 PICI갤러리. 2019 Connect: 또 다른 세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7 Connect : 또 다른 세계의 연결 ⅡGalleryGeoje. 2016 Connect: 의자를 통한 또 다른 세계의 연결, PICI갤러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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