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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이야기 ②
옥수수 이야기 ②
  • 경남매일
  • 승인 2024.05.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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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소는 음식에서 흡수한 에너지의 10% 만을 살(근육 등)로 돌린다. 사람들은 소에게 옥수수를 먹임으로써 소가 스스로 풀을 뜯어 먹는 것과 비교해서 90%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언제든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에너지를 쏟아부은 공업화 과정을 거친 대량 생산된 옥수수를 소에게 억지로 먹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생활에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뜻이다. 지난 2015년 일본 농림수산성의 자료에 의하면 소고기 1kg 생산에 약 11kg의 옥수수가 필요하고, 돼지고기는 7kg, 닭고기는 4kg의 옥수수가 필요하다고 한다.

농업의 공업화 과정에서 성공한 옥수수는 소 사료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공식품이나 청량음료에도 전분이나 물엿의 형태로 많이 들어가 있다. 모든 패스트푸드를 살펴보면 옥수수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종류를 찾기 어렵다. 옥수수는 소나 닭의 주 사료이기도 하지만 햄버거 패티에도 옥수수전분이 사용되고, 케첩에도 옥수수에서 뽑은 물엿이 들어간다. 우리 식생활 대부분 옥수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지 오래다. 옥수수로 만든 가공품은 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옥수수를 전분, 프로틴, 옥수수기름과 섬유질로 분리하는 습식 제분 과정에는 제품 1칼로리당 10칼로리의 화석연료가 소모된다.

과잉 생산된 옥수수를 소비하기 위해 만든 '바이오에탄올'은 실제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소 사육이나 가공식품 제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효율이 낮아도 음식의 선택지를 늘리는 효과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에탄올은 결과물이 액체 연료 에너지이기에 에너지의 비용대비 효과를 수치화할 수 있다.

투입된 에너지 대비 얻어지는 에너지의 비율을 '에너지 수지비(Energy Profit Rato: EPR)'라고 한다.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에탄올은 에너지 EPR이 0.8 정도에 그친다. 즉, 제조에 투입된 에너지가 얻어지는 에너지보다 더 크다는 뜻이다. 바이오 에탄올을 두고 '식물로 만들었으니 친환경 연료'라고 우기면서 화석연료를 펑펑 사용해서 만든다면 실제 친환경 연료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가 곡물업자들의 편을 들어서 만든 어이없는 법이 있다. 미국의 '에너지정책법(2005)'과 '에너지 독립 및 보호법(2007)'인데, 이 법은 지난 2022년까지 360억 갤런(1363억 리터)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의무화했다. 지난 2012년경 미국에서 바이오에탄올의 수요급증으로 옥수수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다. 바이오 액체연료를 제조한다면 식용으로 쓰지 못하는 바이오 자원들을 원료로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19세기까지 인류는 태양 에너지와 자연의 질소 고정 능력의 범위 안에서 생산된 식량에 의지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이 발명된 이후 인류는 자연의 한계를 쉽게 뛰어넘었고 유한한 화석연료를 태워 살아가는 형태로 인구를 늘려왔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University of Manitoba)의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 교수에 따르면, 하버-보슈법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현재 지구 인구의 40%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The MIT Press Preamble, 2001.). 지금 옥수수는 영화에서 말한 인류가 마지막까지 의존할 최후의 식량이 아니라 이미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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