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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친화, 지역과 함께' 친환경 생태 학교
'인간 친화, 지역과 함께' 친환경 생태 학교
  • 경남매일
  • 승인 2024.05.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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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경남교육청 부교육감
박성수 경남교육청 부교육감

최근 영국 런던의 서턴 지역(Sutton Council) 학교를 살필 기회가 있었다. 서턴 지역은 영국의 그린 스쿨 프로젝트에 따라 저탄소, 제로 에너지를 지향하는 초등학교 두 개를 신축하였다. 지열을 활용하는 시설과 태양광 패널로 냉난방 등 에너지를 해결하고 있다. 건물은 태양 빛이 잘 들어오도록 설계되었고 내력벽을 제외한 일반 벽은 목재를 활용하고 창문은 단열 창호가 설치되어 에너지의 누수를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 이 학교들은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라는 친환경 건축물 기준에 따라 지어졌다.

패시브 하우스는 지난 1996년 설립된 독일 패시브 하우스 연구소에서 제정한 국제적인 친환경 생태 건축물의 기준이다. 건물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탄소 에너지 사용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일반적인 건축물과 비교해 탄소 에너지 사용을 90% 정도나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기준을 충족하려면 탄소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에너지 설비가 구축되어야 하고, 강력한 단열재 사용과 창호 설비가 필요하다. 패시브 하우스 기준은 막연한 친환경 생태의 개념을 건물에 구체화한 것이고, 영국은 이 기준을 학교 건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간 우리는 군대 막사형 건물을 탈피하고 교사·학생 친화적인 디자인을 갖춘 학교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실로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학교 시설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 학교 시설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정립이 필요하다.

미래 학교 시설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인간 친화', '생태 친화', '지역 친화'를 제시한다. '인간 친화'는 교사·학생 등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 공간혁신 사업의 중점 과제다.

'생태 친화'는 저탄소, 제로 에너지를 실제화하는 친환경 학교를 구현하는 것이다. 패시브 하우스 기준의 적용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친환경 학교 시설의 체험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은 그 자체로 교육적 의미가 있고 미래의 사회적 성과가 될 것이다. 농산어촌 지역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학교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지역 친화'는 학교 시설은 이제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하고 주민 복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복합화 사업이 그 일환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제로 에너지를 추구하는 생태형 학교 시설은 인식의 전환, 공동체의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 비용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강조하면서 정작 학교 시설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학교 시설은 최소 40년 이상을 사용한다. 2025년에 완공되는 시설은 오는 2065년까지는 사용된다는 뜻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면 말이다. 인간 친화적이고 지역과 함께하는 친환경 생태 학교 혁신이 경남에서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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