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3 20:18 (일)
'열정의 화신' 손길 타고 클래식 향유 행복 나눠요
'열정의 화신' 손길 타고 클래식 향유 행복 나눠요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5.13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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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원 김해국제음악제 집행위원장
(인제대 음대 교수)

18일 시작 제17회 국제음악제
준비에 열정 쏟아
국제음악제 계기로
김해 국제도시로 거듭나야
김해시민 적극적 참여로
예술 향연 누리길 바라
노경원 교수
노경원 교수

열정의 화신이 있다. 음악에 초인의 힘을 내며 온 몸을 던지는 노경원 교수다.

노경원 교수(인제대 음대 피아노 전공)는 독일 드레스덴 음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던 중 2002년 말에 인제대학교에 음악학과가 신설돼 선임교수로 부임했다. 32세에 180대 1의 경쟁을 뚫고 교수가 된 재원이다.

노 교수의 제일 큰 관심사는 제17회 김해국제음악제다. 오는 18일 동아시아 화합 콘서트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28일은 동양의 물결(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공연이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열린다.

김해국제음악제는 노 교수가 심혈을 기울이다 못해 영혼까지 끌어와서 준비하는 음악제다. 노력과 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사비까지 털어 넣고 있다. 이 음악제를 위해 존재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김해시와 인제대학교가 공동으로 슈만 서거 125주년에 주최한 '슈만의 음악세계'를 발판으로 2008년부터 해마다 개최되어 온 김해국제음악제는 국내 최초 피아노국제음악제로 발돋움한 음악제다. 매년 기념 주기를 맞이한 작곡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다채로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최초 피아노국제음악제로 발돋움했다. 작년에는 라흐마니노프 5개의 피아노협주곡 모두를 한자리에서 릴레이 공연하는 대장정을 펼치는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을 초청하여 심도 있는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선보였다.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푸치니의 주옥같은 아리아 명곡들을 선사한다. 또한 '베토벤 바이러스' 지휘자 서희태와 KNN 방송교향악단이 동아시아 연주자들과 웅장한 베토벤의 트리플 협주곡을 펼친다.

교육사업과 연주사업의 사명을 가지고 한국에 왔다는 노 교수를 9일 오후 4시 인제대 성산관 1207호에서 만났다. 김해국제음악제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노 교수와의 인터뷰를 3시간 30분 동안 진행했다. 인터뷰시간이 모자라 부족한 부분은 서면 질문지로 대신했다.

◇열정의 화신이다. 열정은 어디서 오는가

작은 일들을 이뤄가는 시간이 쌓여 열정을 만들었다. 내게 주어진 일은 옆을 돌아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하는 편이다. 꾸준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하나님이 주시는 사명을 감당하는 신앙의 힘이다. 원래 제 인생에서 항상 새로운 것들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회, 1기라는 타이틀이 많다. 처음하는 많은 일들을 통해 실패의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재미를 배웠다. 실패와 성공은 결국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 전공 계기, 피아노의 매력은

미국으로 이민 가는 고모가 피아노를 주셔서 어머니와 오빠가 먼저 피아노를 쳤고 나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선생님이 첫 만남에 6살인 나에게 6학년 전에 피아노 그만두려면 시작하지 말라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만두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했다.

피아노는 원래의 이름 '피아노(p) 포르테(f)'가 의미하듯 음량의 폭도 넓지만 정말 많은 빛깔을 가지고 있기에 매우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다. 그 미묘함을 만드는 섬세함을 알아차리고 키우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가장 마지막에 이해되고 사랑하게 되는 악기라고들 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비추어 주는 구도적인 악기다. 넓은 음역으로 여러 선율을 한꺼번에 연주할 수 있어서 반주자 없이 혼자로서 완전할 수 있고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음량과 다양성을 나타낼 수 있어 황제 같은 악기다.

◇독일에서 삶은 어땠는지

자유롭고 평화로워 좋았다. 한국은 사회적 관계 속의 '나'의 모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서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면 오히려 더 가치 있게 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회 전반이 상식과 논리가 지배하고 원칙을 중요하게 여겨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춥고 습한 날이 많아 건강을 지키려면 운동을 해야 했고 덕분에 체력을 키웠다. 부모님은 "안 그래도 독일스러운 애가 독일가서 완전히 독일사람 됐다"고 하셨다. 베를린에 12년 정도 살았는데 독일에서 사회생활을 배워서 귀국해서 많이 힘들었다.

준비 작업은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진짜 어떤 연주가 좋은 연주인지, 좋은 음악이 뭔지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이제는 그것들을 시민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연주자 섭외에 신경을 많이 쓴다. 국제행사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 좋은 연주자를 섭외하는 방법을 많이 궁리한다. 인제대 자문교수이시고 은사이신 베를린 예술대 이미주 교수님이 물심양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아마 못했을 것 같다. 우선 기념주기 작곡가를 선정하고 연주하고 싶은 곡들, 한국에서 많이 연주되지 않은 곡들을 찾아보고 그 연주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물색한다. 예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다녀가는 사람들, 또는 연주비 관계없이 안면으로 연주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알아본다.

◇집행위원장으로서 어렵고 아쉬운 점

교수 일을 하다 보니 직업적인 기획사보다 미숙하거나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예산 문제로 상시 사무국 운영이 불가해서 사무국이 자주 바뀌니 해가 바뀔 때마다 처음하는 일 같아 시간이 항상 부족하고 밤샘이 일상이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아이에게 가장 미안하다. 특히 학교 업무와 음악제가 겹치거나 음악제 시작 직전에는 각종 홍보와 연주 준비 등이 겹쳐서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음악제 직전은 국외 연주자들 스케줄 확인과 소통까지 해야 해서 거의 잠을 못잔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겨 시간이 부족해 연주 준비를 제대로 못해 연주를 못하면 속상하다.

제17회 김해국제음악제 포스터
제17회 김해국제음악제 포스터

초창기에는 예산이 워낙 부족하고 예산도 수시로 변경돼 모자라는 예산을 사비로 메꾸어야 해서 힘들었다. 학생들 장학금 준다 생각하고 마음을 바꿨죠. 덕분에 인제대 기부자 제일 윗줄에 이름이 노미네이트 됐다. 요즘은 계획이 바뀌어 매번 변경하는 것이 힘들다.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거든요. 특히 저처럼 시간이 너무 부족한 사람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내년에 임윤찬 불러주세요"라고 글 남기신 분도 계시던데 가능하지 않아 제가 더 아쉽다. 김해는 공연 일자 사전 확정도 불가능하고 전체 예산 100%를 다 줘도 유명 연주자 개런티 반도 안된다. 예산 부족으로 홍보를 적게 하다 보니 관객수가 적어서 올해는 홍보에 좀 신경을 쓰고 입장료 전액 무료다.

◇오는 18일 제17회 김해국제음악제를 개최하는 마음은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싶은데 지난 음악회 사진들을 보면 실감이 난다. '김해국제음악제'를 한 번도 못 들어봤다는 분들을 보면 만나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아껴주시는 분들의 관심과 격려로 여기까지 왔다. 해마다 더 나은 음악회를 위한 노력과 고민의 양은 시간이 흘러도 줄지 않고 한결 같다. 올해부터 그간 육아로 신경 쓰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직접 챙겨서 새롭게 정비하고 동아시아 문화제로 준비하고 있다.

◇시관계자들과 시민에게 바라는 점

음악제의 시간과 공간, 예산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아, 거기에 맞춰 연주자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짤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국외 연주자들은 보통 1~2년 전부터 스케줄을 짠다. 대략 가능성 있는 날짜를 물어보고 준비할 수 밖에 없다. 김해는 하반기 공연장 대관 가능 여부도 6월에야 알 수 있어서 행사 성사 여부는 운에 맡겨야 한다.

예를 들어 재작년에는 예산을 줄이려고 일본 음악제 연주자들을 연계 섭외했는데 대관 심의에서 떨어져서 9월 연주회가 6월에 취소되고 작년의 재즈 콘서트도 대관 심의에서 떨어져서 국외 연주자 7명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 야외음악회로 준비했다가 날씨로 2번 연기하는 바람에 섭외한 1명밖에 참가하지 못했다. 날짜 변경으로 위약금만 1200만 원 정도 물었다.

김해국제음악제가 언젠가 진행을 맡게될 누군가가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관계자들이 도와줘야 한다. 김해국제음악제는 외지에서 관심을 가지고 방문하는 관객이 30%가 넘는다.

◇클래식 문화 향유에 대한 소견은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대중은 더 자극적이고 순간적인 즐거움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클래식(古典)이란 시간이 가도 변치 않는 진실을 담고 있기에 폭력적이고 향락적으로 변질돼 가는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 남미에서 일어났던 학교 오케스트라 운동이 마약과 폭력 학생 숫자를 현저하게 떨어뜨렸다고 하는데, 클래식은 우리 내면의 성찰과 본질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좋은 창구다. 예를 들어 베를린 필하모니도 엄청난 적자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고 장려한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재미나 오락 위주의 문화는 지원하지 않아도 잘 유지될 수 있다. 상업적 차원이 아닌 정책적인 차원의 문화 지원들이 이루어져야 할 거라 생각한다.

◇김해가 어떤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가

소프트웨어적인 면에 있어서 김해는 공항과 입지 조건이 좋아 국제도시로 성장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번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선정도 김해가 가진 역사·문화적 의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처음 국제음악제 시작할 무렵, 김해는 관광호텔 하나 있었고 국제행사로서 유일했고 외국인 방문도 거의 없었다. 김해국제음악제를 통해 유럽과 많은 교류가 있고 해마다 방문하는 일본 학생들도 늘고 있어 유럽 음악계에서는 이제 김해가 꽤 유명해졌다.

2000년 전의 가야문화를 잘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와 색깔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진정한 비전을 가진 국제도시 김해로 거듭날 수 있다. 김해의 좋은 입지, 젊은 연령의 시민 등은 큰 가능성을 가진 곳이라 할 수 있겠죠. 김해에 아동 인구가 많아 피아노 학원 숫자가 부산보다 많다고 하고 부산 예술고등학교만 해도 김해 학생들 비율이 매우 높다. 이러한 토양이 오늘날 김해국제음악제가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주변 사람들이 노 교수에게 김해국제음악제를 왜 김해에서 하는지를 자주 물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행사. 음악도 늘 듣는 음악을 듣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문화는 늘 새롭게 변주가 돼야 발전한다. 새로운 장을 열어야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언제까지나 김해는 '가야문화'만을 업고 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향연이 펼쳐지면 그 향연에 동참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열린 자세가 필요한 때다. 김해가 국제음악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격려가 필수 조건이 아닐까.

노경원 프로필

- 김해국제음악제 집행위원장 겸 총감독

- 인제대학교 피아노전공 교수

- 서울대 음대 학사,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UdK), 드레스덴 국립 음대 최고연주자과정

- 마이스터엑사멘 과정 졸업

- 현)디지털항노화헬스케어학과 음악생리학과 음악 융합교육 전공 교수

- 인제음악예술교육센터장

- 국제 스타인웨이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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