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1 23:16 (금)
최연소 오페라단장 맡아… "누구나 즐기는 문화예술 꿈꾸죠"
최연소 오페라단장 맡아… "누구나 즐기는 문화예술 꿈꾸죠"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4.05.12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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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 그레이스 조 단장(뉴아시아오페라단)

성악 영재서 35세 오페라단장 변신
지원받고 만든 부실 작품 마음 아파
실험적 제작시도 오페라 문턱 낮춰
CEO 등 대상 오페라 강연 저변 확대
그레이스 조 뉴아시아오페라단 단장이
그레이스 조 뉴아시아오페라단 단장이 "인간은 누구나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향유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향유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은 부유층 등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확고한 문화, 그리고 인문학적 철학을 가진 인물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서 '뉴아시아오페라단'을 11년째 이끌고 있는 그레이스 조(47) 단장이다. 동명대학교 Do-ing 대학 객원교수인 그는 성악가로서 탄탄한 아성을 쌓아가고 있던 중, 소프라노로서의 자신의 꿈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의 요청으로 열악한 지역 오페라단을 맡았다. 단장직 수락에는 예술은 모든 사람이 향유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문화 불모지인 고향 부산의 문화예술환경, 공연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35살의 나이에 지역 오페라단의 수장직으로 수락했다. 그런 조 단장에게는 국내 최연소 오페라단 단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그 신화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성악 영재, 초교 때 부산 기능대회 전체 1등 2차례, 예고 때 대구 계명대 성악콩쿠르 2등

그레이스 조 단장은 어릴 적부터 노래에 재능이 있는 성악 영재였다고 한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이 고향인 조 단장은 남천초등학교 4학년 때 KBS부산방송국 어린이합창단 단원이 되면서 노래에 입문했다. 집 근처에 있는 방송국을 내 집 드나들듯 오가며 노래 부르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남천여중 때도 학교 대표로 성악 콩쿠르를 나가 부산 및 전국 1·2위를 차지했다. 부산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는 더욱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를 들은 그는 초등학생 때 부산지역 기능대회에 나가 2번이나 부산 전체 1등을 하는 등 성악 영재였다. 예고 때는 대구 계명대가 주최한 성악 콩쿠르대회에서 대구·경북 출신이 아닌 타지역 출신으로 처음으로 2등을 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녀 1남 중 장녀인 조 단장은 당시 부모님의 응원과 뒷바라지로 큰 어려움이 없이 성악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오페라 '카르멘' 갈라콘서트 소향씨어터 공연 중 주인공 라티아나 비진스카야와 무용단이 나오는 장면.
지난 2022년 오페라 '카르멘' 갈라콘서트 소향씨어터 공연 중 주인공 라티아나 비진스카야와 무용단이 나오는 장면.

그러나 성악 영재로서 나름의 자부심이 산산이 무너지는 한 차례의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애초 성악으로 유명한 서울의 음악대학으로 진학하려는 청운의 꿈을 꿨다. 서울 소재 음악대학 교수의 사사를 받고 있는 데다 그동안 성악 영재로 활동하며 쌓아온 탄탄한 내공으로 대학입학시험 합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컨디션 난조가 겹치면서 성악 실기시험장에서 목소리가 조금 불편했다. 그러함에도 합격을 장담했다고 한다. 그만큼 노래에는 자신이 있었고 경력 또한 화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예비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촉망받고 승승장구하던 성악 영재인 조 단장으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맛본 실패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는 가고 싶었던 대학 진학이 좌절된 후 한 달여 동안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 등 열병을 앓기도 했다고 한다.

첫 실패에 결핍을 느꼈던 조 단장은 실패를 교훈으로 삼았다.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나 할까? 재수는 자신 스스로도 용납과 용서가 안 됐던 터라, 입시 실기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던 부산 경성대학교 음악대학에 진학했다. 당시 두 개 대학에 입시 지원서를 내고 대학 진학을 지망했다. 경성대는 실기 수석으로 당당히 합격하며 서울 대학 진학 실패를 보완했다.

그러나 조 단장은 첫 실패를 겪는 과정에서 어떤 결핍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결핍을 메우기 위해 조 단장은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대학 시절 한때 아주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으나 졸업 때 여자 수석을 차지하는 등 끝내 자신을 이겨냈다고 한다. 서울 대학 진학 실패를 겪으며 조 단장은 자신이 성장한 남천동을, 부산을 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 입성 좌절은 하나의 운명이나 계시로 여겨지면서 부산과의 인연은 숙명이 됐다.

해외진출 의지 다지기 위해 '영희' 대신 '그레이스'로

경성대 음대를 졸업한 조 단장은 석사를 거쳐 박사학위를 위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 박사학위 전에도 러시아를 오가며 러시아 그네신 국립음악원 마스터 클래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마스터 클래스를 수료했다. 그리고 러시아 마그니따 글린카 국립음악원 연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로 돌아와 소프라노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기획 업무도 했다. 일본 오사카, 인도네시아, 에스토니아, 호주 시드니, 중국, 라오스 등지에서 초청연주를 했으며, 캄보디아에서 열린 19차 세계한인상공인대회 개막식 및 폐막식 초청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런 활발한 국제교류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예술봉사 부문 대통령상, 2015년 문화연예대상 클래식 부문 공로상을 받기도 했으며 다양한 활동으로 인해 여러 가지 상들도 받아왔다. 최근에는 지난해 1월 제14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문화경영 부문에서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6년 오페라 '리콜레토'를 소향씨어터에 올렸다. 공연 중 주인공 바리톤 박대용과 소프라노 이윤정이 이중창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오페라 '리콜레토'를 소향씨어터에 올렸다. 공연 중 주인공 바리톤 박대용과 소프라노 이윤정이 이중창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오페라단 단장 '그레이스 조'로 터닝포인트를 가졌다. 당시 경영이 악화된 부산소극장오페라앙상블을 맡아달라는 SOS 구조 요청이 왔다. 당연히 망설였다. 공연의 A~Z를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아는 그로서는 수락이 힘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단장직을 수락했다.

조 단장은 "우여곡절 끝에 오페라단을 맡은 것이 서른다섯 살 때였다. 사실 '오'자(50대) 달고 '육'자(60대) 달고 시작해야지 했는데, 너무 일찍 들어섰다. '넌 할 수 있다', '그래 젊었을 때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해보자'라고 끝없이 자기최면을 걸었다. 그래서 덥석 받았다. 최연소 단장의 탄생은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왔다"고 당시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취임 후 제일 먼저 단체 이름을 '뉴아시아오페라단'으로 바꿨다. 해외로 나아가자는 취지였다. 부산에서 서울로의 진출이 아닌 해외로, 세계로 나아가는 오페라단을 만들겠다는 아심 찬 목표였다고 한다. 그는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해 명함에 '영희'라는 자신의 이름 대신에 '그레이스(Grace)'를 새겼다. 해외로 나아가려는 조 단장의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레이스는 '우아함'이라는 뜻이다, 조 단장의 성품과 품격, 결연한 의지를 고스란히 담은 훌륭한 네이밍(작명)이다.

최연소 오페라단 단장, 실험적 무대 등으로 혁신 꾀해

뉴아시아오페라단은 지난 2013년 창단과 함께 첫 공연 '라 트라비아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조 단장의 성공적인 제작·데뷔 공연이었다. 그는 당시 첫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해산하기 바로 직전까지 모든 연습과 회의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열정을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출산 나흘 만에 의사의 만류에도 이틀 동안 연달아 공연장에 나가 단장으로서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부자연스러운 걸음을 감추려고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의 무대와 관객을 아끼는 열정은 공연 후 디스크 등으로 며칠 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했다. 조 단장은 "세상에 작품 하나를 내놓는다는 것은 열 달을 품은 아이를 낳는 고통과 똑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명을 얻는 기쁨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지역 공연자 산실돼야

조 단장은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거는 기대도 크다. 지역 공연자에게 문호가 개방되는 지역 공연 문화 산실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를 재즈 버전으로 선보이는 등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턱을 낮춰 모든 사람이 오페라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부나 지자체의 예술 지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페라는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많은 사람이 매달려야 하는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다.

성악가, 오케스트라, 연출, 의상, 미술, 분장, 조명 등 수백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작품 하나가 나온다. 이 때문에 많은 돈이 든다. 민간 오페라단이 100% 재정자립도를 갖추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여러 곳에 손을 벌려야 하는 구조다. 이런 환경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술은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공공재'다. 따라서 문화예술 육성을 위한 지원은 당연하다.

조 단장은 허투루 쓰이는 예술 지원 예산에 대해서도 문화경영학자답게 일침을 가한다. 그는 "많은 예술단체가 돈만 받아 챙기고는 정작 작품성은 뒷전인 날림공연을 쏟아내고 있지만 관리 감독해야 할 관청도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단장은 예로서 "부실건물은 눈에 보여 책임을 묻지만 예술의 경우 창작 등 작품이라는 이유로 결과물이 시원찮아도 페널티(불이익)를 잘 주지 않는다"며 "페널티 등 제제가 있어야 그래야 허튼짓 안 하고 최고의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6일 김해 아이스퀘어호텔에서 열린 경남매일 제6기 CEO아카데미에서 그레이스 조 단장이 'CEO가 알아야 할 오페라 이야기'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6일 김해 아이스퀘어호텔에서 열린 경남매일 제6기 CEO아카데미에서 그레이스 조 단장이 'CEO가 알아야 할 오페라 이야기'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베르디 클럽27' 같은 복합문화공간 꿈 가져

조 단장은 모두가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향유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소박한 꿈이 있다.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갖는 것이다. 자신(조 단장)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지인들이 함께 모여 오페라 이야기도 나누고 공연을 할 수 있는 '베르디 클럽27'과 같은 음악 사랑방을 꿈꾼다. 이 모임은 베르디의 뜻을 기리며 베르디 탄생일마다 스물일곱 송이 장미를 베르디 생가 침대에 바치는 동호회다. 동호회원들은 베르디 노래를 함께 부르고 공연을 만들고 베르디 음악을 연구한다. 의사·변호사·과일장수 등 직업과 빈부의 차별 없이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다.

조 단장은 "러시아 유학 때 노점상 할머니가 장사를 마치고 오페라 공연장을 가는 모습을 보고 참 부러웠다"며 "자신의 고귀함과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는 그들의 역사가 부러웠다.

조 단장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접할 수 있도록 오페라를 주제로 한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해 동명대학교 클래식 조찬포럼에서 오페라뿐만 아니라 바로크부터 현대까지의 클래식 음악을 아우르는 포럼을 12차례 펼쳤다. 부산 CEO, 기관장 등 기타 참석 희망자와 함께 클래식 공연과 음악 강연을 하는 포럼 기획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제주상공회의소 등 CEO 등을 대상으로 또 지난 2월 김해에서 경남매일 제6기 CEO아카데미에서 오페라를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그레이스 조 뉴아시아오페라단장 경력

현)뉴아시아오페라단 단장/동명대학교 객원교수, 클래식 조찬포럼 책임교수/해외동포지도자협의회 예술단장/디에디트 예술단장/부산광역시 오페라단연합회 부회장
ㆍ부산예고 졸업
ㆍ경성대 음악학과 졸업, 석사 졸업
ㆍ러시아 마그니타 글린카국립 음악원 연주학박사 
ㆍ러시아 그네신 국립음악원,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Master class 수료(연주) 
ㆍ이탈리아 아레나 아카데미아 최고의 연출 과정 졸업, 예술경영 과정 졸업
ㆍ이탈리아 노비시 주최 `노비 리구레` 오페라 및 연기코스 수료(연주)ㆍ폴란드 국립 오케스트라, 러시아 TV 방송 오케스트라, 창원 시향 등 협연 
ㆍ일본, 캄보디아,라오스, 중국, 러시아 등 초청 연주 
ㆍ2014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상 수상
ㆍ2015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클래식부문 공로상 수상
ㆍ2019 대한민국 복지문화대상 수상(문화예술부문) 
ㆍ2023 서울문화투데이 젊은예술가상 수상(문화경영부문) 
ㆍ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박쥐`, `리골레토`, `돈조반니`, `라보엠`, `카르멘` 등 총감독 및 출연
ㆍ한중 국제영화제 예술단장, 월드엔젤피스 초대 단장 역임,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ㆍ대통령 취임식 전야제 공연 기획 및 국내 외 수백 차례 공연 기획,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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