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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 전 봄가을에 먹던 고기덮밥
200여 년 전 봄가을에 먹던 고기덮밥
  • 경남매일
  • 승인 2024.05.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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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지난 1992년 2월 20일, 경향신문에 재미있는 전단광고가 눈에 띈다. 好世(호세) 주식회사에서 국내최초의 덮밥 체인점을 모집하는 광고다. 특히 해방된 지 불과 3~4년 후 한글학회에서는 일본어로 된 음식명을 한글로 고쳐 신문에 발표를 했다.

지난 1949년 10월 24일 경향신문 박계주 선생이 쓴 '우리말 소고'에 오야꼬돈부리(親子井)을 '고기알덮밥'이라고 했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덮밥이 일본 제국시대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200여 년 전부터 우리는 비록 귀족이나 궁원이지만 봄가을에 고기덮밥을 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고기덮밥을 봄 즉 춘사일(春社日)과 가을 추사일(秋社日)에 해 먹었다. 이를 사반(社飯)이라 했는데, 주로 귀족이나 궁중에서 해 먹었다고 한다. 춘사일은 입춘 이후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말하는데, 이때 곡식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뜻으로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춘사일에 여러 가지 고기를 섞고 조미하여 밥 위에 편 것을 '사반(社飯)' 또는 '춘사반(春社飯)'이라 한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16개 분야 중 음식요리 백과사전인 '정조지(鼎俎志)'에 춘사반(春社飯)이라는 고기덮밥이 나오는데, <春社日, 以諸肉雜調和鋪飯上, 謂之 '社飯'.(춘사일, 이제육잡조화포반상, [준생팔전] 춘사일에 여러 가지 고기를 섞고 조미하여 밥 위에 편 것을 '사반(社飯)'이라 한다. [案] 方詳秋社飯注 ([안] 방상추사반주) [안] 만드는 방법은 추사반(秋社飯)의 주(注)에 상세히 나온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을에 해 먹는 '정조지(鼎俎志)'의 추사반(秋社飯)을 살펴보기로 하자.

[東京夢華錄](동경몽화록) 八月秋社(8월추사)8월 추사일(秋社日) 즉 입추가 지난 뒤 5번째의 무일(戊日)에, 각이사고 사람들이 각자 사고(사일에 먹는 떡)와 社酒相齎送(사주상재송) 사주(社酒, 사일에 마시는 술)를 서로 선물로 보낸다. 貴戚(귀척) 귀족들과 宮院(궁원)궁중에서는 以猪羊肉(이저양육) 돼지나 양의 고기·腰子(요자) 콩팥·내방 젖·두 위·肺(폐) 폐· 鴨餠(압병) 밀전병, 瓜(과)오이, '薑之屬(강지속)' 생강과 같은 종류들을 切作碁子片(절작기자편)장기알처럼 썰어서 滋味調和(자미조화)양념을 적당히 한 다음, 鋪於飯上(포어반상)밥 위에 편다. 謂之 '社飯' 위지 '사반' 이를 '사반(社飯)'이라 한다.

여기서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은 800여 년에 걸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저로 중국 고대 도시의 민속, 역사 및 문화가 기록된 책이다.

이렇듯 고기덮밥은 일본이 아닌 중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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