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세네카 인생론'
아모르 파티의 원조… 과감하게 나를 던지는 행동
올바른 운명 달게 받을 때 운명에 사랑 없으면 안 돼
'네 운명을 사랑하라-아모르 파티'의 원조는 니체에 앞서서 세네카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수동적이기만 한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현재를 현명하게 살되 나의 노력과 의지가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이라는 적극적인 의미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사실, 엄청난 말도 드물다. 어떻게 운명을 사랑할 것인가?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를 타야 한다. 태풍이 불어오면 태풍을 맞아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으라는 말이 아니다. 태풍을 맞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적극적인 대비를 아무리 해도 피해 갈 수는 없다.
지금같이 풍요롭지만 험난한 시대에 비교가 하늘을 찌르는 시대에는 위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만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좀 과감하게 나를 던져야 한다. 단련이 필요하다. 항상 달콤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살 수는 없다. 고난과 단련에 대해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이 고난들이 나에게 오는 적극적인 의미를 생각해야 할 때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 심약한 마음의 병으로 더 고생할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싸워나가야 할 부분은 싸워나가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일 때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렇게 건강하게 적극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읽으면 좋을 책이 세네카의 '세네카 인생론'이다. 이 책은 제법 두껍다. 그리스 로마 관련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인물들에 대해서 일일이 몰라도 내용에 집중하며 읽으면 된다.
책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을 생각해 쓰는 편지', '자연에 대해'다. 역자 김천운이 정리해 놓은 '세네카의 생애와 사상'도 꼼꼼하게 읽으면 더욱 풍성한 독서의 성과를 줄 것이다.
두꺼운 책의 내용에서 어느 부분을 발췌해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다. 지면의 한계상 세네카의 사상과 인물에 대해 극히 일부분을 발췌 편집해 소개한다.
'분노보다 가혹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인간 이상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분노 이상으로 증오하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인간은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났다. 분노는 파멸을 위해 생겼다. 인간은 집합을 바란다. 분노는 이산을 바란다. 인간은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분노는 가해를 바란다. 인간은 모르는 사람까지도 돕는다. 분노는 사랑하는 사람도 괴롭힌다. 인간은 남을 위해 자진해 위험도 무릅쓴다. 분노는 위험 속으로 다 같이 끌어들여 추락한다. 인간의 자연본성은 징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분노도 인간의 자연본성과 잘 맞는 것은 아니다. 분노는 마음을 격앙시킨다.
가장 좋은 것은 처음 분노가 일어날 때 즉시 그것을 물리치며 싹이 자라기 전에 대항해 분노에 빠지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다. 분노는 대범한 것에 뭔가 도움이 되는 데도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위대함이 아니고, 부풀어 있을 따름이다.' -'분노에 대해'
'관용은 모든 인간 가운데 군주나 우두머리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위대한 권력은 그 힘이 은혜를 가져다주는 경우에만 명예이고 영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강요할 뿐이라면, 그것은 유해한 권력에 지나지 않다. 안정되고 확고한 위대함을 지닌 인물이란 결국 만인이 자기의 위에 서는 동시에 자기 편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의 관심은 개개의 인간과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고, 그 모습을 만민은 매일 지켜보고 있다. 또 사람들은 그 인물이 앞에 나타나도, 마치 사악하고 위험한 동물이 소굴에서 달려 나온 것처럼 슬금슬금 달아나는 일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은혜롭게 반짝이는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앞다투어 달려올 것이다.'- '너그러움에 대해' -세네카가 네로 황제에게 하는 이야기다.
역자는 '고뇌와 비탄, 고독, 몰이해,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을 적극적인 '동반자'로 삼으라고 우리를 설득한다. 올바른 운명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은 운명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안 된다.'는 세네카의 사상을 요약해서 말한다.
세네카는 56년 무렵에 집정관이라는 로마 공화정에서 만들어진 정무관직 최고의 지위를 네로에게서 임명받았다. 소년 네로의 사부로서 그를 지도했고, 황제가 된 네로의 정치 최고 고문격인 중책도 맡았지만, 65년 음모 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자결하라는 네로의 명을 받았다.
세네카는 로마 제정 초기를 그의 생애의 운명으로 삼은 철학자다. 세네카의 철학은 인간의 개인적인 영혼에 대한 부르짖음, 그 구원, 섬세한 온정, 죽음의 응시, 그리고 황제에 대한 선정 권유로 엮어진 것이다. 그의 철학은 마음을 진정해 죽음을 생각하고, 인간 세상을 과감하지 않게 받아들여,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며 영혼을 고결한 것으로 채우고 있다.
세네카의 시대는 어마어마한 온갖 도깨비들이 난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기와 정념과 시기와 투쟁이 분출한 시대였다. 세네카는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것은 항상 자기를 성찰하는 것과 함께했다. 그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남의 고뇌와 빈곤과 절망에 구원의 손을 뻗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도 그 괴로움과 슬픔의 한가운데 함께 서 있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세네카의 책 '세네카 인생론'을 차분하게 읽어나가면 눈이 밝아지고 세상에 발 딛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